상한제 피하니 HUG·공시가.. '둔촌주공' 분양가 다시 미궁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적정 분양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분양일정을 당겼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규제가 남았다. 다른 지역 공시가와 비교해 HUG 분양보증 심사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나오자 HUG 사장은 제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둔촌주공만 예외로 둘 수는 없는 상황인 만큼 분양가는 더욱 예측 불가능해졌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은 일반분양 시기를 내년 2월로 잡고 공급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내달 중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 착공신고를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조합원 동·호수 추첨, 내년 1월 본공사 착공 후 2~3월께 조합원 및 일반분양자 계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조합이 분양을 서두르는 까닭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달 중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되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인 정비사업에 대해선 6개월 유예하기로 했는데, 둔촌주공은 내년 4월 전에 분양하면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이 단지 분양가는 3.3㎡ 당 2500만원 선을 밑돌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 건축비에 건설사의 적정 이익을 더해 산정하게 된다. 재건축 등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택지비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근거로 산정해야 한다. 업계는 분양가상한제 책정 기준을 적용했을 때 ‘둔촌주공’의 분양가는 3.3㎡ 당 2200만~2300만원 수준에 결정될 것으로 본다.
분양 일정을 당겨 상한제를 피하면 3.3㎡ 당 분양가는 2600만~3000만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하려면 가장 최근에 공급된 단지 분양가의 105%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강동구에서 가장 최근 분양한 단지는 고덕자이(2018년 6월 분양)로 3.3㎡ 당 2445만원에 공급됐다. 105%를 적용하면 같은 단위면적 당 2567만원 정도다. 강동구 인근 아파트 시세를 고려한다고 해도 HUG가 3.3㎡ 당 3000만원 이상을 허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합은 올해 초 분양한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를 비교 단지로 삼아 HUG의 분양가 심사기준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단지는 분양 당시 3.3㎡ 당 3370만원에 공급돼 둔촌주공 예상 분양가보다 높다. 올해 기준 개별공시지가를 놓고 봐도 둔촌주공이 1㎡ 당 825만원으로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1㎡ 당 492만원)의 2배 가까이 된다.
이를 두고 지난 14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재광 HUG 사장을 향해 “둔촌주공 공시가격은 광진구보다 높은데 분양가는 낮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둔촌주공 분양가 산정과 관련해 열심히 검토해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답으로 인해 분양가상한제, HUG 분양보증 심사 기준 등을 토대로 예측됐던 분양가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조합은 이 사장의 대답에 기대어 분양가가 예상보다 상향되길 희망한다. 조합이 생각하는 적정 분양가는 3.3㎡ 당 3500만~3800만원 정도인데, 인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시세가 3.3㎡당 4300만∼4500만 선이어서다. 같은 자치구 내에 있지만 물리적 거리가 있는 고덕동보다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야 한다는 게 조합의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분양가가 상향 조정되기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고려해 HUG가 지난 6월 분양보증 심사기준을 강화한 것인데 다시 후행할 순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둔촌주공만 예외로 두면 분양을 앞둔 다른 재건축조합에서도 반발이 크지 않겠냐”며 “HUG도 둔촌주공의 적정 분양가를 산출한 근거가 있을 텐데 쉽게 바꾸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먼저 터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한제가 동 단위로 시행되면 같은 자치구 안에서도 HUG의 규제를 받은 지역과 상한제 규제를 받는 지역 간의 이해할 수 없는 간극이 생길 것”이라며 “이것을 수요자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키느냐가 정부에 안겨질 새로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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