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역설, 집값만 들쑤셨다] 1. '오락가락' 분양가 상한제, 집값 '역주행'

김완진 기자 2019. 10. 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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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신현상 / 앵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10월말부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가 일부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정책 후퇴이고 집값만 올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왜 그런지 기자들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완진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집값만은 꼭 잡겠다고 강조를 했는데요.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요?

▷[김완진 / 기자]
네, 문재인 정부 들어 최근 2년 동안 소득 1분위 저소득층을 기준으로 내 집 마련에 걸리는 시간은 전국적으로 4년 이상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평균 가격이 3억 4천여만 원인 집 한 채를 연소득이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년 전 2분기에는 16년 5개월이었는데요.

올해 2분기에는 21년 1개월로 4년 넘게 늘어났습니다.

서울은 정도가 좀 더 심했는데요.

1분위 도시가구의 경우 서울 평균 가격대 아파트를 사는 데 2017년 33년 1개월에서 올해는 48년 8개월로 약 15년 7개월 늘었습니다.

그러니까 버는 족족 50년을 꼬박 모아야 서울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겁니다.

지난해 9·13 대책 등 각종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은 내 집 마련을 사실상 꿈꿀 수조차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 겁니다.

▶[신현상 / 앵커]
결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먹히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꺼내든 카드 중 하나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키로 한 거죠?

▷[정광윤 / 기자]
네. 지난 8월에 집값 상승 진원지인 재개발과 재건축을 규제하겠다며 내놓은 건데요.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자극하고 오른 집값이 또 다시 분양가를 끌어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그간 적용 요건이 까다롭던 분양가 상한제 조건을 '투기과열지구'로 대폭 완화했는데요.

현재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하는 지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성남 분당 등 31곳에 달합니다.

정부는 아직 입주자 공고가 나지 않은 경우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더라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신현상 / 앵커]
그런데 시행을 코앞에 두고,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6개월 유예로 한발 물러섰습니다?

▷[김완진 / 기자]
그렇습니다.

관리처분인가는 지자체가 조합이 낸 일반 분양가와 재건축 조합 분담금, 사업비용 계획 등을 승인해주는 건데요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거나 승인을 받은 단지는 기나긴 사업추진과정에서 9부 능선을 넘은 셈입니다.  

그런데 지난 8월, 정부가 소급 적용하겠다고 하자 재산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내는 등 강력 반발했는데요.

지난 1일, 정부는 이미 이주와 철거가 시작된 관리처분인가 단지들의 혼란과 불편을 감안해서 분양가 상한제 면죄부를 주기로 한 겁니다.

[박선호 / 국토교통부 제1차관 :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거나 신청한 단지에 대하여 시행령 시행 후 6개월 이내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게 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입니다.]

내년 4월 전까지만 분양을 하면 상한제의 칼날을 피할 수 있게 됐는데요.

상한제 면죄부 대상은 서울의 경우 61개 단지 6만8천 가구입니다.

▶[신현상 / 앵커]
그런데 정부의 이번 유예 발표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어요?

▷[김완진 / 기자]
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일가족에 대한 수사로 정부와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분양가 상한제 6개월 유예가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란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또, 내년 총선, 불출마설이 돌았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혀 이런 의혹에 힘을 싣고 있는데요.

한편에서는 내년 총선이 가까워지면 추가 유예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두성규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내년 총선 즈음해서 충분히 분양가 상한제 부분에 대한 민간택지 확대 적용을 더 추가적으로 연기하거나 내용을 더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생각합니다.)]

▶[신현상 / 앵커]
그래서 이번 국감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정책 후퇴라는 지적이 나왔다면서요?

▷[정광윤 /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2일 국감에서 여야 모두 일부 분양가 상한제 유예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가 발표됐을 때 종이호랑이 비판을 받았던 만큼, 이번 대책이 집값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며 강력한 추진을 주문했고요.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분양가상한제가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효과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강남에 평당 1억 원 아파트가 등장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집값을 부추긴 게 아니냐"고 우려했습니다.

▶[신현상 / 앵커]
하지만 이런 지적에 대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강하게 부인을 했습니다?

▷[정광윤 / 기자]
네, 김현미 장관은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는데요.
            
지금처럼 집값이 진정되지 않으면 이번 달 말,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는 즉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을 선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집값 급등 지역의 경우 동 단위로 적용해서 정밀 타격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현미 /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2일 국토부 국정감사) : ‘일부 몇 개 동만 하겠다’ 이런 취지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가격 상승 우려가 높은 동은 숫자에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지정해 나갈 계획입니다.]

▶[신현상 / 앵커]
알겠습니다. 보완책으로 상한제 적용 지역을 동 단위로 쪼개기로 했는데요.

집값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만, 이것 말고 또 노림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광윤 / 기자]
네, 서울의 신규주택 공급은 결국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할 수밖에 없는데요.

상한제 적용으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위축되면 공급 물량이 달려 집값 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동 단위로 정밀 타격할 경우, 서울 전역을 상한제 지정을 할 때보다 공급 축소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현상 / 앵커]
알겠습니다.

관리처분인가 단지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 6개월 유예를 발표한 후 재건축 시장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데요.

시장 분위기는 어떤지 준비된 영상, 확인해 보겠습니다. 

# 지난 4일 뉴스프리즘 영상

총사업비 10조원, 1만 2천가구 규모로 지어지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입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한을 내년 4월까지 미루기로 하면서 전용면적 79제곱미터의 호가가 처음으로 15억 원대를 넘었습니다.

[둔촌동 A 공인중개사 : 6개월 유예되면서 조합원들이 호재로 인해서 매매가를 올리는 현상은 맞아요. 2천~3천만 원은 올렸어요.]

내년 4월 전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포주공 1단지와 4단지도 부르는 값이 적게는 5천만 원, 많게는 1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주, 철거를 시작조차 못 한 탓에 6개월 안에 분양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단지들이 있어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조합원 간 소송 등이 얽히며 이주 일정조차 미뤄진 반포주공 1단지는 상한제 유예 발표 소식에도 별다른 가격 변화가 없는 상황입니다.

[반포동 B 공인중개사 : 여기(반포주공 1단지)랑 상관없잖아요. 1단지는 못 피하죠. (조합원 간) 소송 철회도 안 됐는데, 무슨 분양공고에요. 유예를 한 2년 해 주던가.]

소송이나 설계 변경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재건축 단지들은 상한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분양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신현상 / 앵커]
보신 것처럼 6개월이란 유예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이 많은데요.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겁니까?

▷[김완진 / 기자]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주민 이주에 4~5개월이 걸리고요.

그 후 본격적인 철거작업이 5~6개월 이상 필요합니다.

첫 삽을 뜬 후에 입주자 모집 공고, 즉 분양신청을 할 수 있는데 내년 4월까지 분양을 시작하려면 최소한 지금 단계에서 주민 이주가 끝났어야 합니다.

또한 둔촌주공 사례처럼 철거 단계에서 석면을 처리하는데 1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고, 설계 변경이 필요할 경우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6개월 유예는 너무 짧다는 거죠.

현재 분양가상한제 적용 유예 대상 61곳 중 철거 중이거나 착공 후 분양을 하지 않은 단지는 다 합해도 20개 정도에 불과한데요.
  
정부는 30개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 차이가 납니다.  

▶[신현상 / 앵커]
그렇군요. 당장 유예를 발표한 후 규제를 피한 단지들은 집값이 껑충 뛰었는데요.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예고했을 때부터 집값이 뛰기 시작해서 결국 정부 기대와 달리 서울 집값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그동안 서울 집값, 도대체 얼마나 올랐습니까?

▷[김완진 / 기자]
분양가 상한제의 역설이라고 할까요?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올라서 15주 동안 쭈욱 올랐습니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강남이 18주, 서초구가 16주 연속 올랐고 송파도 17주 연속 뛰었습니다.

재건축 사업 위축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 건축 5년 안팎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8월에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전용면적 59제곱미터가 24억 원에 거래되면서, 3.3제곱미터 1억 원 시대를 열기도 했습니다.

동남권을 중심으로 주변 마포와 용산, 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 성남이나 과천 등 강남 인접 지역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과천의 경우 지난달 마지막 주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0.43%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신현상 / 앵커]
그렇군요.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청약시장도 후끈 달아올랐어요?

▷[김완진 / 기자]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가 지난달 청약을 진행했는데요.

평균 경쟁률 115 대 1, 최고 144.5 대 1로 강남권에서는 3년 만에 세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에 신규 분양 물량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자들 움직임에 강남권 막차 청약 단지로 현금이 몰리고 있는 거죠

또, 일단 당첨만 되면 적어도 시세 차익을 5억 원 이상 기대할 수 있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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