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김성식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주택시장

2019. 10. 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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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주택시장에는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까? 그리고 그 효과는 지속가능할까?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된 배경부터 생각해보자. 지난해 9·13대책은 실수요자 위주로 제도화하는 정책의 대전환이었다. 그럼에도 투기수요는 최근 10·1보완대책에서 나타났듯이 정책의 허점을 비집고 여전히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서울 집값 수준은 젊은이들의 결혼포기와 같은 ‘헬(Hell) 조선’의 단초가 되고 있다.

가구의 실제 주거비가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2.7%에서 2018년 4.2%로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내수 부진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가계의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3.6%에 달해 통상 30~40% 수준인 외국에 비해 턱없이 높다. 그 만큼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산이 선순환되지 못하고 깔고 앉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단계나 소득수준에 대한 집값 비율, 인구감소 추세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집값은 지속가능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 집값이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악순환의 고리는 강남에 집중된 재건축아파트에서 시작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재건축이 되면 얻게 될 미래의 자본이득까지 현재 가격에 반영돼 단위면적당 가격이 급격이 올랐고 초저금리 현상의 고착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머니게임이 확산되었던 것이다. 분양가는 이러한 투기수요를 배경으로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는 ‘갭(Gap) 메우기’ 등을 통해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고착시킨 것이다.

재건축 대상 토지는 도로 등 공공의 인프라 구축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이미 공공성을 내재하고 있음에도 개발이익환수 장치 없이 용적률을 올려줬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이익의 환수 및 분양가 제어 없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살던 집이 낡으면 소유자 비용으로 새집을 짓는 것이 마땅함에도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더 크고 새 집을 공짜로 가질 수 있는 비정상이 더 이상 지속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이미 토지공개념이 반영돼 있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헌법 제23조 제2항)”와 “국가는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 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헌법 제122조)”가 그것이다.

헌법정신을 반영해 분양가상한제가 차질 없이 실행되면 집값 안정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건축단지에서 일반 수분양자에게 과도한 분양가 전가가 힘들어져 재건축가격이 하향 안정되고 이는 신축 등 기존 아파트가격의 하향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분양 희망자들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기 때문에 무리해서 투기수요가 부풀려 놓은 기존 주택을 구매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선분양제 하에서 위험에 노출된 수분양자를 보호하고 투기적인 수요가 주택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인 셈이다.

공급 감소 우려는 단기적으로는 이해관계자들의 조정과정이 불가피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적정이윤을 보장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상화 될 것이다. 착공과 입주 시차를 고려할 때 당분간 입주 물량은 예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미 발표한 3기 신도시 개발과 서울 도심 유휴지 개발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공급 감소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이다. 과거 1, 2기 신도시 입주 시점에 서울 집값이 장기간 뚜렷하게 하락하는 현상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주택은 비교역재이고 공급에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요에 맞춰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간접자본처럼 제때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민간부문의 공급이 위축된다면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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