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신축·구축·전세 다 뛰는데.. 분양가상한제 그대로 GO?
[편집자주] 정부가 지난 8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 계획을 내놓은 이후 신축, 구축, 재건축을 가리지 않고 서울 집값이 오르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 대기 수요로 전세시장도 들썩인다. 소급적용 논란, 공급부족 우려 등이 불거지고 정부부처간 시각차도 감지되는 상황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실행에 옮겨질 지 주목된다.
정부가 오는 10월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계획을 밝혔지만, 40일의 입법예고 기간 수천건의 반대 의견에 부딪힌 데다 정부 내서도 온도차가 확연해 실제 적용 시기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다음달 완료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달 하순 공포·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필수 요건을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완화해 대상을 확대했다. 적용 시점도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으로 고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도 포함시켰다. 주택 전매제한기간은 종전 3~8년에서 5~10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공포·시행 때 당초 개정 내용이 그대로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입법예고 기간 총 4949명이 의견을 제출했는데, 대부분 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주요 의견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와 소규모 사업에는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토부가 제기된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공포 때 시행령 세부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개정안이 다음 달 확정·시행돼도 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국토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 1차관, 시·도지사, 민간 인사 등이 참여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적용 지역과 시기를 결정해야 해서다. 국토부는 거래량, 청약경쟁률, 주택 가격변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 위원회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 부처간 의견도 조율해야 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밀어붙이는 모양새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여건을 고려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에 이어 또 하향조정할 정도로 대내외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건설투자가 국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2018년 기준 15%)을 고려할 때 주택경기 위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 분양가가 시세의 70~80%로 낮아지는데 그러면 수익성이 떨어져 건설사들의 주택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공급이 줄면 결국 집값이 오르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서울 집값 급등세가 재현될 가능성에 정부가 긴급처방 카드로 꺼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높여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규제 집중 대상인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대책 발표 이후 3주 만에 반등했고, 공급축소 우려로 준공 10년 이하 신축 아파트값은 단기간 큰 폭으로 올랐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기대하는 청약 대기수요가 늘면서 안정세였던 전셋값도 요동친다.
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0.21%로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0.05%)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가 지난달 12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계획을 발표하자 8월 넷째주(-0.03%) 다섯째주(-0.03%) 2주 연속 재건축 아파트값이 떨어졌지만 추세가 바뀌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잇따라 제도 시행과 관련 신중론을 밝혔고,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하락세가 3주 만에 멈췄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세가 단기간에 그친 것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늦춰질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공급축소 우려 확산으로 신축 아파트 가격은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 준공)’ 전용 84㎡(23층)와 전용 94㎡(5층)는 지난달 각각 27억7000만원, 29억2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달 전 매매가격보다 1억5000만원가량 올랐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계획 발표전인 지난 5월 시세보다 최대 4억원 뛰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2014년 준공)’ 전용 84㎡ 4층 테라스형 매물은 지난달 초 16억5000만원, 같은 달 20층 일반형 매물도 15억25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입주권·분양권 가격도 강세다. 이달 말 입주하는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 입주권(20층)과 전용 113㎡ 분양권(21층)은 지난달 각각 13억4500만원, 18억원에 팔려 신고가 대열에 합류했다.
전세시장도 들썩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월 첫째주 이후 11주 연속 오름세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23층)은 이달 초 8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이 단지는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해 공급물량이 많았던 연초엔 같은 평형 전셋값이 6억원대였지만 1년도 안돼 2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전셋값이 수 천만원 뛴 사례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청약시장은 과열양상이다. 동작구 사당3구역 재건축하는 곳으로 지난달 분양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89가구 모집에 1만8134명이 몰려 평균 청약경쟁률 204대1을 기록했다. 이달 초 분양한 송파구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평균 54.93대 1),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평균 43.53대1)에도 청약 신청자가 대거 몰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예고되자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이들이 전세로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며 “가을 이사철 학군 수요와 최근 저금리 기조 등이 집값과 전셋값에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유엄식 기자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단지들의 분양가가 시장 예상보다 낮게 결정됐지만, 발코니 확장 등 유상 옵션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옵션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시공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결국 분양가가 통제돼도 소비자 이익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의 발코니 확장비(전용 84㎡ 기준)는 1930만~1989만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 7월 서초구 서초동에서 GS건설이 분양한 ‘서초그랑자이’ 발코니 확장비 1290만원은 물론 5월 방배동에서 분양한 ‘방배그랑자이’ 1050만~1100만원을 크게 웃돈다.
발코니 확장 외 소비자 대부분이 채택하는 옵션인 시스템에어컨(전실기준)도 차이가 난다. 서초그랑자이의 시스템에어컨 설치비는 693만원인데 라클래시는 810만원이다. 방배그랑자이는 에어컨 3개는 무상으로 설치해 주고, 방 1개 추가 설치시 비용으로 186만원을 책정했다.
안방 붙박이장 설치비는 라클래시와 서초그랑자이가 3배가량 차이가 난다. 서초그랑자이의 안방붙박이장 옵션가는 206만원인 데 반해 라클래시는 732만원이다. 욕실, 수입 주방가구 옵션 등에서도 라클래시의 설치비가 월등히 높다. 라클래시의 유상 옵션을 모두 선택할 경우 청약 당첨자 부담은 총 8373만원까지 늘어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옵션가가 다른 단지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나 고급화를 많이 꾀했다”며 “옵션가 책정은 분양가 상한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옵션가 상승은 예상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정부가 민간택지 문양가 상한제를 예고하고 분양가 통제가 이전보다 강해진 상황에서 사업수지를 맞추려면 옵션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라클래시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750만원으로 서초그랑자이와 방배그랑자이의 4687만원보다는 비싸지만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저렴했다.
인근에서 2018년4월 입주한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 84㎡(이하 전용면적) 매매호가가 24억원이어서 라클래시 3.3㎡당 평균 분양가는 최소 5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방배그랑자이가 상대적으로 싸게 제공한 옵션가도 분양가와 무관하지 않다. 방배그랑자이 3.3㎡당 평균 분양가는 4687만원으로 시장 예상가 4200만~4300만원을 상회했지만, 에어컨 3곳 설치 등을 포함해 빌트인 김치냉장고, 광파오븐, 하이브리드 쿡탑 등을 무상제공하며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분양가에 옵션설치비가 포함돼 있었던 셈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로 건축비가 통제되면 마감재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재건축 조합이나 건설사 입장에서는 옵션을 통해서라도 분양가 하락에 따른 이익감소를 보전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선옥 기자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가 끝나 10월 중 발효를 앞두고 있다.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 및 경기도 과천시, 광명시, 하남시, 성남시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개 투기과열지역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시행령이 확정된다고 해서 이들 지역에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느 지역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 의결을 거쳐야 한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정심은 주거 기본법 제8조에 규정된 의사결정기구로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지정 및 해제를 비롯해 △주거종합계획 수립 △택지개발지구 지정·변경·해제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지정·해제 등 주요 정책을 심의한다.
위원장은 국토부 장관이며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차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등 당연직 위원 13명과 국토연구원 등 연구기관 연구원 및 대학교수 등 11명의 위촉직 민간위원 등 24명으로 구성된다.
주정심은 위원 과반수가 출석하면 성회요건을 갖추고, 논의 안건은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회의 내용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국토부가 위촉한 민간위원과 산하기관 당연직 위원의 참석만으로도 안건 심의가 가능한 구조여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과 시기를 정부가 임의대로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토부 장관이 독단적으로 회의를 열고 상한제 관련 안건을 처리할 가능성은 낮다. 주정심 개최에 앞서 관련 부처 및 당정 협의를 거쳐 정부 입장을 하나로 정리한 뒤 안건을 심의·의결해왔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분양가상한제 시행 계획을 발표한 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분양가상한제를 곧바로 확대하지 않을 것이며 부동산시장 상황이나 경제여건을 고려해 관계부처 협의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정심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도 있다. 당정 협의를 거쳐 확정된 내용을 그대로 서면 회의 형식을 빌려 의결하는 일종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주정심 회의가 총 14번 개최됐는데,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서면 회의로 대체됐다.
김 의원은 최근 주정심에서 정부 영향력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거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주정심 위원 수를 현행 25명 이내에서 30명 이내로 늘리고 위촉직 위원이 전체 과반수를 넘도록 규정했다. 또 서면 심의는 긴급한 경우로만 제한하고 회의록 작성·보존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여당의 협조가 필수고 20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유엄식 기자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과 관련해 가장 반대 여론이 거센 곳은 재건축·재개발이 진행중인 정비사업지다. 정부가 정비사업 마무리 단계인 재건축 단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3일까지 40일간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총 4949명이 의견을 제출했다. 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자체를 반대하거나 재건축 사업장에 소급 적용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내용이다.
재건축 조합원의 반발이 거센 까닭은 정부가 정비 사업장에서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에서 ‘최초 입주자 모집 공고 신청분’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에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사업장 모두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된다. 서울에서 정비사업이 본격화된 곳은 관리처분 인가 55개와 착공 59개를 포함해 총 114개 단지다.
관리처분계획은 재개발 사업시행자(조합)가 사업시행인가 후 분양 신청을 마무리 짓고 수립하는 대지 및 건축시설에 관한 관리·처분 계획이다. 일반 분양가를 포함한 전체 분양 계획이 담겨 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으면 정비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조합들은 이미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이주를 앞둔 상황에서 일반 분양가를 낮추고 분담금을 더 내라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강남의 한 재건축사업단지 조합장은 “왜 조합원 땅으로 일반분양자에게 로또를 만들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추가 분담금으로 1억원을 더 내게 됐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더라도 분양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분양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본다. 관리처분 인가에 포함된 예상 분양 가격과 이에 따른 사업 가치는 ‘기대이익’에 불과해 소급 적용을 하더라도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전문가들은 향후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조합이 건설사 또는 시행사를 선정할 때 일반 분양 가격을 확정받고 사업을 진행한다”며 “(분양가 상한제)소급 적용으로 분양가가 낮아지면 당초 계획과 달리 조합의 기대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도 “정부가 개발 이익을 규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조합이 현재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며 “분양 가격이 기대 이익에 불과해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언급했다.
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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