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주공 5단지 호가 1억 하락..분양가 상한제 영향 뚜렷
민간 택지를 상대로 한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영향으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 신축을 비롯한 일반 아파트는 강세를 유지해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지난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셋값은 한여름 비수기에도 분양가 상한제와 자립형사립고 폐지 등의 여파로 강세가 지속했다.
2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2% 상승했다.
먼저 강남구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강동구 둔촌주공 등 대표 재건축 단지들은 거래가 사실상 끊긴 가운데 호가가 3000만∼1억원가량 하락한 매물이 나오며 약세를 보였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19억5000만원 선이었는데 현재 1억원 떨어진 18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상한제 발표 전인 이달 초까지 17억7000만원 선이었으나 현재 17억3000만∼17억5000만원으로 호가가 내려왔다.
이에 비해 일반 아파트값은 강세를 유지했다.
송파구 잠실 엘스 전용 84㎡는 18억5000만∼19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고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 84㎡는 27억∼29억원 선이다.
구별로 서초구는 지난주 0.05%에서 금주 0.04%로 강남구는 0.03%에서 0.02%로 오름폭이 다소 줄었다.
양천구는 지난주 0.01% 상승에서 이번주 보합 전환했다.
지난 3주간 보합세였던 경기도의 아파트값은 금주 들어 다시 하락했다.
과천(0.37%)과 광명(0.21%) 등지는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커졌으나 고양시의 아파트값이 0.12% 떨어지며 지난주(-0.10%)보다 낙폭이 확대됐고 안성시(-0.37%)도 새 아파트 입주 영향 등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구리시는 0.04%로 지난주(0.15%)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지방에선 대전시의 아파트값이 0.12% 올라 강세가 이어졌으나 지난주(0.15%)보다 오름폭은 살짝 줄었다. 충북(-0.13%)·전북(-0.11%)·경북(-0.13%) 등지는 지난주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여름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0.05% 오르면서 지난주(0.04%)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전세로 돌아선 수요가 늘었고, 자사고 폐지 등 교육정책 변화로 강남 8학군 등 유력 학군을 찾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강남권은 재건축 이주 수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주 0.20%에서 금주 0.18%로 오름폭이 줄었지만 서울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강동구 아파트값은 0.03%로 상승 전환했고 영등포구(0.13%)와 동작구(0.12%), 강서구(0.09%)의 아파트값도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컸다.
◆ 국토위서 '분양가 상한제' 공방
여야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시행을 예고한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앞서 지난 20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은 분양가 상한제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의 시장 개입을 질타한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한 '필요악'(必要惡)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송석준 한국당 의원은 이날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 대한 질의에서 "왜 자꾸 (부동산 시장을) 건드리냐.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발표를) 해보니까 (집값 안정 등) 효과가 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상은 (집값 안정 기대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조만간 평당 1억짜리 아파트가 나올 것 같다"며 "이게 뭐하자는 거냐. 정책을 하려면 효과가 있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져물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재산권 침해'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 목적은 아파트 분양가를 낮춰서 집값을 잡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아직 시작도 안한 상태에서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기존의 신축 아파트 값이 이미 폭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낮게 분양받은 사람들만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는 부당한 폭탄를 안기고 일반 분양자들에게는 로또를 안겨주는, 과정이 공정하지도 못하고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재앙"이라면서 정책 변경을 촉구했다.
반면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지적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 로또 논란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분양가 상한제를 하지 않을 경우 그 시세 차익은 누가 가지고 가겠느냐. 바로 건설업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수요자가 가져가야 할 이익을 건설업자들이 가지고 가면 그게 더 큰 부조리 아니겠느냐"며 "로또 논란의 가장 큰 원인은 투기 과열인데, 당연히 정부는 이에 대해 개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분양가 상승은 주변 집값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주택을 분양받고 싶어하는 분들의 접근도 막을 수 있다"며 "정부가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되고 실수요자의 혜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윤관석 의원은 "지나치게 고분양을 하면서 주택시장 전체에 거래 상승을 불러일으키고 우리 국민의 주택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한) 긍정적 효과는 많이 전달이 안 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김현미 장관은 "국토연구원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됐을 경우 서울시 전체 아파트 가격이 약 1.1%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적 있다"며 "시장에 상당 부분 안정화를 가져오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산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선 "신규 분양을 받는 분들의 97% 이상이 무주택자"라며 "고분양가 책정이 주변 아파트값 상승을 불러오고 아파트값 상승이 또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박순자 국토위원장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는 국회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국가 경제도 살리고 더 많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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