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대책 시장 반응단타족 '회전문 청약' 막아실수요 위주 시장 재편 기대일부 "건설경기 침체 우려"
정부가 두 달여 만에 주택시장 정책 노선을 바꿨다. 지난 8·25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주택공급 속도조절’이었다. 이번에 ‘수요 억제’로 방향을 틀었다. 공급을 줄이고 중도금 대출 규제를 강화키로 한 8·25 대책에도 뜨거워진 분양시장이 식지 않았고 일부 지역의 집값은 계속 들썩인 데 따른 것이다. 2014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택 청약제도 규제를 대거 푼 지 2년여 만에 다시 옥죄는 만큼 주택시장엔 파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투기수요 차단 효과는 클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위축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번 11·3 대책은 분양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분양시장을 잡으면 기존 집값도 안정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정부는 분양시장 과열의 진원지로 ‘조정 대상지역’ 37곳을 선정해 ‘맞춤형 대책’을 내놓았다. 애초 예상된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규제 범위가 넓어 제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청약자격, 전매제한 외 재건축 등 10여 개 항목에 규제가 가해진다”며 “현재로선 투기과열지구는 ‘저인망식’ 규제여서 선별적·맞춤형 대책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화살은 분양 시장의 단타 투기 수요를 겨누었다. 가수요에 따른 청약 거품을 없애겠다는 의지다. 2주택자 등을 청약 1순위에서 제외해 1순위 청약 문턱을 높인다. 당첨되더라도 최장 5년간 재당첨을 제한해 분양시장에 나오지 못하게 하고, 분양권 전매를 1년 반~입주 때까지 제한했다.
재당첨 제한은 집값 급등기였던 2000년대 중반 최장 10년까지였으나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2012년 5월 폐지됐다. 재당첨 제한이 없어지면서 ‘회전문 청약’이 크게 늘었다. 당첨된 뒤 다시 청약통장에 가입해 6개월(지방)~1년(수도권) 지나면 언제든 1순위로 청약할 수 있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연도별 중복당첨자 수가 올해 3만9000명으로 지난해(2만9000명)보다 30% 넘게 급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6개월~1년인 1순위 통장 가입 기간을 늘리면 1순위가 되는 데 시간만 좀 더 걸릴 뿐 투자수요를 걸러내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건설·부동산 업계는 이번 조치가 분양시장에서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분양 때 분양권 전매가 입주 시까지 금지되면서 단타를 노리는 가수요가 줄고 청약 열기도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순위 청약자격이 세대주로 제한되고 다주택자가 빠지면서 1순위 청약자 수가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3일 이후 연말까지 분양 예정인 아파트(임대 제외) 일반 분양분은 8만3317가구다. 이 중 조정지역 37곳에서 나오는 전매제한 적용 물량은 29.5%(1만6233가구)다.
분양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의 유입이 막히면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이나 건설사가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도 어려워진다.
우려되는 건 시장 위축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강도 높은 규제라서 분양시장이 냉각되고 건설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정지역에서 신규 분양을 하려던 건설사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대형 건설사의 분양팀장은 “투기 수요가 끊기면 실수요자도 관망으로 돌아설 수 있다”며 “달라지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강남권 주택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부동산 중개업소엔 “집값이 얼마나 떨어지겠느냐”고 묻는 등 집주인의 전화가 잇따른다. 서울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2~3년 후 일반분양에 돌입하는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지역에서 이미 분양이 끝나 전매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는 단지 등에 투자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과도한 단기 투자 수요를 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1단계 방안으로 앞으로 시장상황을 점검해 필요할 경우 규제 강도와 지역 범위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