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설에만 기댄 경제 '난기류'.. 정책 전환 급하다
한국경제 곳곳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투자·소비·수출 등 실물경제는 가라앉는데 일부 부동산 시장만 가열되고 있다. 수출과 기업이익, 저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이 홀로 지탱하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소비와 소득 재분배 정책 위주의 방향 전환을 꾀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4년간의 정책 실패를 만회할지는 미지수다. 디커플링은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 등 서로 관련 있는 경제 요소들이 경제원리에 맞지 않게 엇갈린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디커플링, 역 부의 효과 우려 커져
건설경기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현 한국경제 모습을 정상적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다. 2013년부터 점차 높아진 건설투자는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 3.3%(전년 동기 대비) 중 절반인 1.7%를 견인했다. 그러나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와 성장률 상승으로 이끄는 ‘부(富)의 효과’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 하락 시 가계부채와 소비 감소 등 역 부의 효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크게 문제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23일 “과거 이자율이 7%였던 시절은 물가가 높았지만 지금은 물가도 0%대고 임금상승률도 낮다”면서 “명목과 달리 실질 이자율은 낮지 않아 가계의 대출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화롭지 못한 시장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2%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최고치였을 정도로 저물가 상황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대형마트 가서 카트에 물건 몇 개 집어넣으면 10만원은 금세 넘는다고 하소연한다. 또 기업은 어렵다는데 이익은 늘어 법인세수는 증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5.6% 증가한 법인세수는 올해 17%나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5∼2016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의 매출액은 줄었지만 영업이익 및 순이익률은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헛짚은 정부, 정책 방향 전환 필요
정부는 최근까지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활력이 실물로 확산되면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정부가 기대한 실물과 자산시장의 동조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제는 나 홀로 튀고 있는 부동산 시장 억제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 같은 디커플링 현상은 정부가 자초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는 완화가 대세였고, 전임 최경환 경제팀은 ‘빚 내서 집 사라’며 부동산 부양책으로 경기를 일으켰다. 한쪽으로는 가계소득 증대로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올 2분기 가계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가장 낮았다. 그 결과가 부동산 시장에 지나치게 치우친 현 경제의 기형적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출과 제조업 부진을 소비 활성화로 보완하는 구조로 만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 강두용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민간소비 성장 기여율이 매우 낮은 편”이라며 “재정을 통한 사회보장 강화와 임금소득 상승률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실물경제와 괴리된 자산 거품은 언젠가 꺼질 수밖에 없는 위험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는 12월 발표될 예정인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서 자동차, 전자 등 기존 주력 업종을 대체할 신성장산업 활성화 방안과 소비, 소득 재분배를 체감적으로 끌어올릴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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