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내수 못살리고 가계부채만 늘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4일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선 가계부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2012년과 견줘보니 박근혜정부로 넘어와 1인당 가계부채가 1387만원 늘었다는 지적에서부터 이주열 총재 재임 2년여 동안 5번이나 금리를 내렸지만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부동산 거품을 키워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 15층에서 열린 기재위 국정감사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가계부채 대책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한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분석해 보니 2016년 2분기 가계부채 대출자 1인당 평균부채액은 7206만원”이라며 “2012년 5819만원에 비하면 박근혜정부 들어 1인당 평균부채는 23.8%, 1387만원 증가한 셈”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도 2분기 말 1257조원인 가계부채 잔액을 지적하며, 가계부채 총량제를 검토할 여지가 있는지 물었다. 한은법 28조는 극심한 통화팽창기에 금융기관 대출 한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늘긴 했지만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총량제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시장원리를 크게 제약한다”거나 “경제주체들에게 심리적 영향이 커 우려스럽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더민주 김현미 의원은 “2014년 4월 이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이 총 5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며 “기준금리를 내려 내수가 늘어난 게 아니고, 부동산 시장 거품과 함께 전세 대신 월세로 바뀌며 서민들 주거비 부담을 늘렸다”고 말했다. 저금리 정책이 소비 진작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부동산 가격만 높여 가계부채를 더 늘렸다는 지적이었다. 이 총재는 “자산 쪽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시경제 개선과 성장 모멘텀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에 대해 이 총재는 “연내 한 차례 인상이란 시장의 예측에 인식을 같이한다”며 “국내외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여름철 전기료 일시 인하 조처로 연평균 1.0%로 7월에 비해 0.1% 포인트 낮춰 잡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오는 13일 내년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수정 발표할 예정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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