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주택시장] 저금리·유동성·약발 없는 규제..2006년과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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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2월 부동산시장과 정부의 힘겨루기를 묘사한 기사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2005년 8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강화하고 재건축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등 전방위 규제를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듬해 서울 아파트값은 23%나 뛰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7월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673조 7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6조 3000억원 늘어났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이 5조 8000억원으로 대출액 대부분이 주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2014년 말과 비교하면 1년 반 사이에 100조원 가까이 주택담보 대출 잔액이 늘었다.
2006년과 2016년, 부동산시장 급등에는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03년 카드사태 이후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2005년 초반까지 기준금리를 당시로서는 최저금리인 3.25%까지 내렸다. 또 경기 침체와 주식시장 불안정으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린 것도 한몫했다. 가격이 폭등한 서울 강남 9개 단지의 신규 주택 구입자 58.8%가 1가구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16년 역시 1.25%라는 사상 최저의 저금리가 주택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다년간에 걸쳐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를 차례차례 폐지한 상태다. 가계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주택담보 대출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원리금 분할상환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했지만 이는 오히려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분양시장으로의 쏠림현상을 더욱 가속화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 거래에서 분양권 전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8.3%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는 물론 2006년(15.7%)과 비교해서도 12.5%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가운데 다운 계약서 작성, 집값 담합, 계단식 분양가 상승 등 2006년 당시 부작용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대상을 9억원 이하 주택으로 한정하고 서울·수도권 보증 한도를 6억원(지방 3억원)으로 제한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비강남권 분양시장과 입주권이 반사이익을 보는 모양새다.
문제는 외부 충격이다. 단기 집값 상승세는 그만큼 외부 충격에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각종 규제에도 끄덕 않던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는 가격이 일제히 7~8% 하락한 후 장기간 침체기를 걸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우리나라 집값이 경제 규모에 비해 턱없이 비싸고, 현재의 집값 상승세도 우리가 지닌 경제 역량에 비해 가파른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향후 다가올 시장 충격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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