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시장에 큰 영향 없을 것"
또 하나의 부동산 부양정책… 시민단체 "더 풀 게 없다보니 아무거나 다 풀어"
[미디어오늘 김병철 기자]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고 명명했지만 또 하나의 부동산 부양 정책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연두 업무보고에서 각종 규제완화를 비롯한 주택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폐지 △재건축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 완화 △수도권 민간택지 주택 전매제한 완화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 확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정부의 주택 정책은 부동산 투기세력에 의지해 부동산 경기를 띄우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은 조합원 1인당 3000만 원 이상의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큰 특별한 재건축사업에 한해 적용된다. 참여연대는 "해당 제도를 굳이 폐지하는 것은 올해 재건축이 예정된 강남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기 위한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금은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의 기반시설설치 기금으로 조성돼 낙후된 재개발 지역의 도로, 상하수, 공원, 학교 등의 설치재원으로 사용된다"며 "특혜를 통해 재건축 초과이익을 환수하지 않고, 낡고 영세한 주거환경에 놓인 영세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무슨 자금으로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전매제한 등 투기억제책을 폐지해 부동산 거품을 지탱할 속셈"이라며 "국회가 '투기·불로소득 조장부'로 전락한 국토교통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는 주택시장이 과열된 2006년 투기를 억제하고 집값 상승을 방지해 서민주거 안정을 이루기 위해 도입됐다. 경실련은 "그동안 환수제도가 부과된 곳은 4곳에 불과했고, 올해까지 유예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폐지하려는 이유는 대규모 불로소득이 예상되는 강남권과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성을 더욱 높혀 집값 거품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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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수 선대인경제연구소 자산시장팀장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었다"며 "현재 재건축 단지 가격이 지금 너무 올라, 폐지해도 일부 강남 주택을 빼고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은 공공의 자원을 들여 개인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라 이익을 환수하는 게 정당하다"며 "환수제 폐지는 개인의 재테크를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은 "재건축해서 이익이 생기면 (공공과 개인이) 반반씩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땀 흘려 일한 근로소득에 소득세가 36%정도 붙는다"며 "소득의 3분의 1은 세금으로 걷어서 공통 비용으로 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개발이득은 불로소득이라 50%를 환수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근로소득보다 덜 걷는 건 땀 흘려 일하지 말고 열심히 투기, 투자하라고 조장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무원은 머슴, 정치인은 심부름꾼이며 국민이 주인"이라며 "상머슴(국통부장관)이 심부름꾼 대표(대통령)에게 대다수 주인(국민)의 생각과 다른 정책을 보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의지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서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많이 표현하고 있어서 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는 "강남에 혜택에 집중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서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지 등 주요 언론은 20일 '부동산 대못 뽑혔다'는 내용의 기사로 시장 활성화 분위기 조성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 "부동산 대못 규제 뽑힌다" 주택시장 화색 > (동아일보), < 부동산 경기 띄우기 총력… 주택시장에도 봄은 오는가 > (세계일보) 등 기사가 뒤따랐다. 조선일보는 <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인정비율)·종부세 규제도 완화해야 > 라는 기사로 추가 규제 완화를 주문했고, 문화일보는 < 주거의 質 높일 수 있도록 反시장 규제 더 풀어야 > 라는 사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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