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눈, 눈..부동산시장까지 얼리나
지속된 폭설로 경북·동해안 지역 부동산시장이 '개장 휴업' 상태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A건설사는 당초 오는 3월 14일 강릉 동해대로 인근에 문을 열 예정이던 견본주택 개관을 21일로 1주일 연기했다.
성인 키를 넘어서는 높이의 많은 눈이 쌓인 탓에 견본주택 공사가 전면 중단된데다, 행인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견본주택 개장 전 진행하려던 마케팅 행사도 취소됐다. 아울러 강릉에서 한 아파트를 분양중인 B건설사도 최근 견본주택 문을 걸어 잠궜다.
이처럼 폭설로 인해 분양 준비에 차질이 생기자, 건설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눈으로 인해 분양 일정에 차질이 생겨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주·포항 등 경북권에서 분양에 나설 건설사들도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실수요자 위주의 지방 분양시장에서는 사전 고객 마케팅이 중요하다"며 "잇따른 폭설로 사전 마케팅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각종 부대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경북 지역 아파트 시장이 기상이변 등으로 수요가 주춤하면서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포항·경주지역의 폭설 등으로 거래가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이 지역 아파트 시장은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폭설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와 같은 가격 상승보다는 국지적인 호가 움직임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달 들어 강원 영동지방을 포함한 동해안 지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대기 상층으로 차가운 동풍이 유입되는 동시에, 하층으로는 따뜻한 수증기가 밀려와 대기 불안정으로 거대한 눈구름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렇게 만들어진 눈구름대는 평균 고도 1㎞에 육박하는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고 정체하면서 영동지역에 집중적으로 눈을 뿌린다.
그런데 올해는 이에 더해 제주 해상으로 저기압이 지나갔다. 한 기상 전문가는 "저기압은 남해상의 따뜻한 수증기를 끌어올려 차가운 동풍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전장에 총알을 계속 실어 나르며 말 그대로 '눈폭탄'을 만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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