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복판에 조선 문인의 사랑방 재현 …한국의 역사·문화적 맥락 알리고싶어” [차 한잔 나누며]
“11월 열리는 이건희컬렉션
한국의 삶·철학 소개
단순한 유물 나열 넘으려 노력
개관 102년래 처음
한국 미술만 담당 영광
홍보에 책임·사명감 느껴”
회화, 도자, 불상 등 한국 유물을 단순히 늘어놓는 게 아니라 유물의 ‘맥락’을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하는 전시. 11월부터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 ‘한국의 보물들, 수집되고, 보존되고, 공유되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전시를 기획하는 황선우 큐레이터의 포부다.
250점의 작품으로 구성한 워싱턴 전시에선 특히 수집의 철학과 수집가의 이야기를 전시의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 다룬 점이 다른 전시와 구별된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은 미국의 철도 사업가 찰스 랑 프리어(1854∼1919)가 자신이 수집한 아시아 미술품 전부와 미술관 건축 자금을 미국 정부에 기증하면서 그의 사후인 1923년 설립된 아시아 미술 전문 박물관이다. 이건희 컬렉션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황 큐레이터는 “미술관이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유치하기 바랐던 이유 중 하나도 수집을 하고 나누는 가치가 미술관 설립자의 생각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술관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한국 미술 관련 전시인 이번 전시는 황 큐레이터의 ‘데뷔전’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지원하는 인턴으로 2018년 미술관과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6년간 연구원으로 일하다 올해 미술관 공모를 통해 KF 한국전문기금으로 설치된 정식 큐레이터직에 임용됐다. 이 미술관에서 한국미술만 담당하는 큐레이터는 그가 처음이다. 그가 일하기 전에는 중국 담당 큐레이터가 한국 소장품을 함께 관리했다. 주한미국공사관 공사를 지낸 호러스 알렌(1858∼1932) 선교사가 구한말 조선에서 수집한 한국 도자 등의 ‘알렌 컬렉션’을 프리어가 전량 사들여 소장하면서 미술관은 개관 시점부터 한국 작품을 꾸준히 전시해왔지만, 개관 102년이 지나서야 온전히 한국 미술을 담당하는 큐레이터가 처음 나온 것이다.
황 큐레이터가 사명감을 갖는 이유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미술관에서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것”의 중요성도 느낀다고 했다. 흔히 제기되는 해외 유수 박물관의 한국 관련 전시가 빈약하다는 우려에 대한 질문엔 “소장품 수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있는) 소장품을 잘 알리고, 확장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서 가장 기대되는 작품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그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어부한면도, 세조의 월인석보를 꼽았다. 인왕제색도는 규모와 표현에서 압도되는 작품이고, 어부의 낮잠을 그린 풍속도인 어부한면도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월인석보와 관련해선 “한글의 역사를 잘 모르는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한국 미술인데 왜 한자가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요즘은 한글이 익숙해지니 더 질문을 받는 것 같다”며 “조선 초기 한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드문 유물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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