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시기, 정부는 세입자 편에 서야"

2013. 9. 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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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초대석]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미디어오늘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가 8.28 전월세 대책을 발표한 지 2주일이 다되어 간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부동산 매매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며 대책의 성과라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이번 대책의 주된 대상이었던 전세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으니 현재까지의 수치로는 이번 대책이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직 정책효과가 나타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세입자의 주거안정보다는 주택매매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면서부터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예상했던 결과가 나타난 것뿐이다.

8.28 대책을 발표하기 전까지 정부 내에서는 크게 두 가지 정책 흐름이 공존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전세문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의 발언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19일 "주택 전월세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서로 간에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임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임차인에게 예측가능한 제도란 장기간의 임대차 계약과 임대료 인상률의 적정한 관리 제도의 도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 다음날 "전세시장에 집중된 수요를 매매시장으로 돌려서 매매와 전세시장 간의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정책이 중요하다"며 전날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전세대책 방향을 제시했다. 결국 매매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전세수요를 전환하겠다는 8.28 대책은 두 번째 발언에 기반을 두게 됐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참여정부 이래로 주택시장만능주의 혹은 공급중심형 정책과 주택시장 관리주의 혹은 수요조절형 정책이 대립돼 왔다. 전자는 모든 주택문제는 주택의 공급부족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공급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주장해 왔다. 건설업계와 경제계, 보수언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같은 시장주의 학자들이 주장했던 정책기조다. 반면 후자는 과도한 주택수요와 개발이익의 사유화가 주택문제의 근원이므로 공공에 의한 적정한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참여정부가 채택했던 정책기조다. 박근혜 정부는 요즘과 같은 주택공급 과잉과 주택가격 하락기에 시장주의자들의 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더구나 매매시장 활성화를 통한 전세시장 안정화 대책은 이명박 정부가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표했던 2011년 1.13 대책, 2.11 대책, 3.22 대책 등의 문제의식과 해법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2009년 3월 이래 20여 차례의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을 살아나지 않았고, 전세가격 상승을 억제하지 못했지만 그 정책은 새롭게 포장되어 발표됐다.

정부가 8.28 대책을 통해 기대한 것처럼 매매시장이 활성화된다면 과연 전세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까? 주택가격이 가장 급등했던 1987~1990년, 1999~2002년, 2005~2006년에 전세가격 역시 가장 많이 올랐다. 다만 매매가격이 급작스럽게 증가했기 때문에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낮아져서 전세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전세가격 비율은 집값의 50~60% 수준을 유지해 왔으며, 최근 일부 지방에서는 80%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결국 전세값도 오르고 월세도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다만 시차가 존재할 뿐이다.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전세의 월세화로 전세물량이 부족한 시기에 임대인은 '슈퍼 갑'이고, 임차인은 절대적인 약자인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여건에서 정부의 전세시장 안정 대책은 당연히 임차인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설정됐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은 임차인이나 다주택자, 임대사업자의 주택구입을 촉진하는 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힘의 비대칭을 완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임차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저렴한 임대주택의 대안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확충과 공공이 관리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의 재고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연간 11만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다시 확인했지만, 행복주택을 포함한 공공임대주택의 세부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민간임대주택 중에서 정부가 관리 가능한 주택재고를 확충해야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준공공임대주택은 '인센티브'가 미약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서울시가 시행 중인 전세금 지원형이나 리모델링 지원형 공공임대주택 등을 제도화하여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둘째 임차인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임차인에게 최소한 1회에 한해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을 부여해서 4년간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연간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4년 기간 동안에 확대 적용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세입자에 대한 추가적인 협상력은 정부가 임대인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보완될 수 있다. 장기 임대차 계약이나 임대료 인상률 제한을 수용하는 경우 다주택자나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취득세, 재산세, 양도소득세를 차별적으로 감면해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마지막으로 임차인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계약과 보증제도와 확충이 필요하다. 정부도 도입한 표준임대차 계약서나 전월세 지원센터, 전세금보증제도는 임대차 제도의 투명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임대차 등록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이 제도는 주택가격이 하락해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세입자가 임대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준공공임대주택이나 주택바우처 제도를 시행하는 데 기본적인 제도인프라로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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