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 닫힌 대한민국] 해외 주요국 성장률은 어디로. 미국·일본 회복 주도..연쇄효과 기대
국내 경제가 3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을 거듭하는 반면 세계경제에는 그나마 온기가 돌고 있다. 우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올해 1분기 평균 경제성장률은 소폭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월 21일(이하 현지 시간) OECD의 발표를 인용해 34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4% 상승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가 선전한 반면 유로 존은 뒷걸음질했다. 미국은 0.6%, 일본은 0.9%, 영국과 독일은 각각 0.3%, 0.1%씩 성장했지만 이탈리아는 0.9%, 프랑스는 0.2%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3.2%보다 소폭 오른 3.3%로 내다봤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회복군에 있으며 신흥국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의 '2013년 국내외 경제 전망-상저하고의 완만한 회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 시장이 회복되면서 민간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점, 유로 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이 붕괴될 것이라는 불안 요소가 줄어드는 것 등의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차츰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고 선진국의 수요 회복은 세계 교역의 증가로 이어져 개도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다만 미국의 증세 및 예산 삭감, 유로 존의 재정 긴축 등으로 인해 경기 회복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OECD 회원국 1분기 평균 성장률 상승
주요 국가별로 살펴보면 우선 미국은 일부 증세와 정부 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 등 재정 긴축의 영향으로 연초의 빠른 경기 회복세가 다소 주춤해진 상황이다. 미국의 재정 적자 축소 규모가 2013년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성장률의 하락 또한 1% 포인트에 이를 것이라고 LG경제연구원 측은 예측했다. 시퀘스터가 3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2분기 중 전기 대비 성장 저하 효과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2.4% 수준에 그쳤으며 2011년에는 1.8%, 2012년에는 2.2%를 기록했다. 비록 성장률이 개선되고 있지만 속도가 더뎌서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측은 "하지만 주택 가격 상승의 효과가 실물경제에 파급되면서 민간 부문의 수요 활력은 시퀘스터의 전기 대비 효과가 완화되는 하반기 이후 다시 높아질 것이다.
주택 투자가 확대되면 이와 관련된 내구재의 수요 또한 늘어날 것이고 일자리 창출로도 자연스레 연결된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수입이 증대되니 물건을 구입하려는 이들도 늘 것"이라며 연쇄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민간의 소비가 확대되고 재정절벽, 시퀘스터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기업의 투자 또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경제연구소는 "미국은 단기적인 재정 삭감의 폭이 크지만 2016년 이후에는 재정 적자 비중이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은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에 칼을 빼든 일명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아베 신조 총리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금년 중에 뚜렷한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일본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높이며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GDP 성장률 추이·내수 회복세·수출 호조세' 등을 통해 일본 경제의 회복을 제시했다. 일본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3.5%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0.9%로, 이는 최근 1년 동안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여간해선 지갑을 열지 않던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림에 따라 올해 1분기의 개인 소비가 0.9% 증가했고 2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엔저 효과로 1분기 수입이 1.0%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수출은 3.8%로 크게 증가했고 3월 무역수지는 2199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무역수지와 소득수지 등을 합한 경상수지는 1조2512억 엔의 흑자를 기록한 점 등도 일본 경제가 다시 페달을 밟고 힘차게 앞으로 나간다는 긍정적 신호라는 것이다. 아베노믹스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일본의 닛케이 평균 주가지수가 70% 정도 치솟은 점, 부동산 경기의 반등 또한 경기 회복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을 비롯한 다수의 경제 관련 기관 및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부활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면서도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 상당한 잠재 리스크가 내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펴낸 '아베 내각 경제정책의 효과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올려 세수를 늘리려고 하고 있으며 유가가 상승할 때 물가가 급속히 오르게 되면 소비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확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확산된다면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성장률 둔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7%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4분기의 7.9%에 비해 0.2% 포인트 떨어졌다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성장률 8%와 작년 평균 성장률인 7.8%에도 못 미친다. 또한 최근에는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들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추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유비에스(UBS)는 지난 5월 21일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에서 7.7%로 하향 조정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건체이스 등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 부채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용 평가사 피치는 지난 4월 중국의 위안화 표시 채권 등급을 종전의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등급이 떨어지게 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현재 중국 은행권 대출 규모는 작년 말 중국의 GDP 대비 135.7%에 이르고 있다. 또한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도 최근 중국의 '그림자 금융'의 위험성을 경고했는데, '그림자 금융'은 은행이 아닌 금융사가 취급하는 금융 상품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때의 신용 파생상품이 대표적이다.
유로 존은 하반기 이후 기대
이정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성장률 둔화와 리스크 요인 점검' 보고서에서 "중국은 부동산 가격의 반등으로 경기 부양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중국 100개 도시의 신규 주택 평균 가격이 전월 대비 1.06% 상승해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시행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로 존은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 실물경기가 소폭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유럽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 1.5%에서 2012년에는 0.5%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올해 전망치는 이보다 0.2% 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 측은 "지난해 유럽중앙은행의 국채 매입 방안 발표 이후 주요 위기국들의 국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각국 금리는 재정 위기 우려가 불거지기 이전에 가깝다"며 위기국 중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긴축 및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이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 구제금융을 탈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제성장률 추이가 저성장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에서 탈피, 내수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주택 시장 안정화와 함께 부채를 줄여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자본 등의 이탈이 계속되면 일본식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험이 높다.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고정 투자율은 2003~2012년 동안 평균 24.1%를 기록했지만 우리 경제는 같은 기간에 1.6%밖에 되지 않는다. 기업의 설비투자를 늘려야 하며 독일식의 '히든챔피언'과 같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제조업 부문이 강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충격요법'을 쓰고 있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경제 또한 '심각한 디플레이션 마인드'에 젖어 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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