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가계부]'朴 스타일' 완결판..'공약=약속=이행'

세종 2013. 5. 3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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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 투입 '경제'→'복지' 이동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기자][정부 재정 투입 '경제'→'복지' 이동]

정부가 31일 '공약 가계부'를 내놨다.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 계획·실천 계획이 주된 내용이다. 국정과제는 지난해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과 대선 공약을 토대로 추려졌다. 그 과제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돈과 마련할 방법을 정리한 게 '공약 가계부'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공약은 국민과 약속"이라며 줄곧 주장했던 바다. 약속과 신뢰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의 고집스런 결과물이다.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한 '로드맵'은 정권 초 단골메뉴였다. 하지만 재원 대책까진 제시하진 못했다. 반면 공약 가계부엔 사고 싶은 목록을 적은 쇼핑 리스트뿐 아니라 살 돈을 어떻게 모을지도 담았다. 정부가 "역대정부 최초"라고 내세우는 배경이다.

공약 가계부가 탄생하기까진 대선 이후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산고의 기간이었다"고 했다. 해 본 적이 없던 작업이었던 만큼 어려움도 컸다.

특히 공약과 정책 과제는 다소 별개로 여겼던 정부였기에 진통이 적잖았다. 재정 계획에 맞춰 공약을 수정하거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게 그간의 관례였다. 이번에도 그렇게 접근했다. 그러다보니 인수위 때부터 '마찰'이 생겼다. 박 대통령이 부처의 반발 기류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한 것도 이즈음이다.

정부는 '미세 조정'을 시도했지만 박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했다. '공약=약속=이행'의 등식을 뒷받침할 이행 계획과 재원 마련 계획을 만들어야 했다. 당초 난색을 표했던 연구개발(R & D) 투자 규모 국내총생산(GDP)의 5% 목표, 문화 재정 2% 목표 등 포괄적 공약도 구체화해 공약 가계부에 담았을 정도다. '공약 가계부=박근혜 스타일의 집약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속을 보면 140개 국정 과제중 재정이 수반된 104개 과제의 재정 소요를 세세히 정리했다. 구체적 사업을 전제하고 훑었다. 134조8000억원은 그렇게 나왔다. 연도별·분야별 재정 소요 계획을 만들었다. 연도별 재원마련 계획도 담았다.

세입 확충(50조7000억원)과 세출 절감(84조1000억원) 모두 연도별·분야별 계획이 세워졌다. 대략의 숫자를 맞춘 게 아니라 사업을 훑었다. 국정과제는 물론 세출 구조조정을 위해 개별 예산사업을 다 따졌다. 공개된 것은 일부일뿐 연도별·분야별·사업별 등 세세한 표가 노란 표지의 두꺼운 책자로 만들어졌다. 이들 모두 점검·평가 기준이 된다. 박 대통령은 "공약가계부는 성적표"라고 했다.

세입은 △비과세 감면 정비(18조원) △지하경제 양성화(27조2000억원) △금융소득 과세 강화(2조9000억원) △세외수입 확대(2조7000억원) 등으로 확충된다. 지출 조정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11조6000억원)를 비롯 산업·에너지(4조3000억원) 등에서 이뤄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돈은 △경제부흥(33조9000억원) △국민행복(79조3000억원) △문화융성(6조7000억원) △평화통일 기반구축(17조6000억원) 등에 투입된다. 흥미로운 것은 경제부흥과 국민행복(복지) 분야의 재원 소요 규모다. 복지 분야가 2배를 넘는다.

경제 분야 예산은 행복주택 건설(9조4000억원) 등 부동산 관련 예산을 빼면 20조원 남짓이다. 그마저도 고교 무상교육(3조1000억원)과 반값등록금 지원(5조2000억원) 등 사실상 복지성 예산이 반영된 숫자다. 게다가 전통 경제 예산인 SOC 예산이나 자원개발 예산이 깎였다.

반면 국민행복연금(17조원). 무상보육(11조8000억원) 등 복지 예산 규모는 상당하다. 이를두고 "경제에서 복지로 예산 축이 완전히 옮아갔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을 구분할 시점"이라며 "SOC 등엔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노인·장애인·저소득층 지원 등에 정부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까진 나쁘지 않다. 문제는 신생아인 '공약 가계부'가 제대로 성장해나갈 수 있느냐다. 당장 국회가 시험대다. 이미 SOC투자 축소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게 정치권이다. 비과세·감면 축소 등도 국회 동의 없이는 어렵다. 내년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도 정부에겐 부담이다. 산고 끝 태어난 아기가 서기도 전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

5년간 꾸준한 동력이 이어질 수도 변수다. 재원대책을 보면 현 정부 임기 3년차부터 108조원을 만들어야 한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재원 계획과 소요 계획이 '미스매칭'될 가능성도 있다.

'공약 가계부'가 자칫 국정 운영의 탄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 상황 등 여건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느냐다. '공약 가계부'란 장부에 집착하다가 현실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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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기자 swa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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