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바닥론 긴급 점검] 시장가격 정상화됐을 때 소비자 움직이냐가 관건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성숙기로 진입하는 전환점에 서 있고, 차기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2013년 중장기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유로존, 중국 등 세계의 경기 상황과 국내 거시경제지표 등의 불확실성이 짙다는 점도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점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2012년 부동산 경기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났다. 시장 전문가들도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침체였다고 말한다. 연말 들어 부동산 거래 시장이 꿈틀대고 각종 부동산 관련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바닥을 쳤다고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런 의견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 3인에게 올해 부동산 시장 평가와 2013년 부동산 전망을 물었다.
2012년 부동산 경기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이하 김 센터장): 상저하저(上低下低)의 침체기 양상을 띠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촉발된 국내 경제 성장 둔화,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실질 구매력 저하 등에 따라 거래 부진과 부동산 가격 하락 현상이 지속됐다. 그 과정에서 지역, 상품 간 양극화와 투자 수익률 하락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임대 시장과 수익형 부동산 성장, 투자 환경과 수요 트렌드 변화 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양해근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차장(이하 양 차장): 2012년 초 취득세 혜택이 없어지며 부동산 거래가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예년에 비해 가격이 떨어졌고 재개발·재건축 추진 동력도 상실됐다.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를 겪었다.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2011년에 비해서도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정봉주 하나은행 PB본부 부동산팀장(이하 정 팀장): 주택 시장과 토지 시장이 전반적으로 거래 침체가 지속됐다. 반면 저금리로 인해 수익형 부동산에는 관심이 높았다. 오피스텔, 원룸,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올해 거래가 양호했다. 수년간 지속돼 온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지역적인 개발 호재 및 부동산 관련 인프라 개선 예상 지역에 대한 차별화가 진행됐다.
정부의 취득세 감면 조치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 효과적이라고 보는가. 2013년에도 연장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정 팀장: 일시적인 조치로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본다. 취득세 감면 조치는 부동산 거래 부분에 있어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는 하나, 취득세 감면 때문에 거래가 증가한다고만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013년 감면 조치가 연장될 것인지에 대해 불확실하지만, 2013년에도 주택 관련 부동산 경기가 바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취득세 감면 조치는 언제든지 재활용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김 센터장: 단기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취득세 감면 조치만으로는 신규 수요 창출이 아니라 거래 시기 조정으로서의 한계를 지닌다. 한시 감면이 종료되면 2012년 1월과 같은 거래량 급감이란 부작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의 경우 반대 입장이 강하지만 정권 교체 첫 해의 주택 경기 악화에 대한 책임 부담과 경기 부양 가능성을 고려할 때 연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연장되지 않으면 최소한 이후 재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양 차장: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다 보면 가계 대출 문제와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취해진 일시적인 조치로 봐야 한다. 감면 조치로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기는 힘들다. 2013년에도 연장될 것으로 본다. 3개월이든 그 이상이든 연장 기간은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 공약이 총부채상한비율(DTI) 폐지나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2013년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김 센터장: 11월까지 거론된 대선 후보별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주거 복지와 서민 안정을 기조로 임대주택 공급과 전월세 시장 안정 대책, 저소득층 복지 지원 중심으로 예상된다. 경기 부양과 활성화 목표가 있는 한 주택 경기의 회복이 우선 순위로 요구되므로 가계 부채, 하우스 푸어 대안, 거래 활성화 대책 등이 함께 진행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던 보금자리주택 공급이나 대규모 개발 사업들은 전체적으로 검토를 거쳐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차장: 공약들을 살펴보면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위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서민들의 주거 복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쏠려 있다. 지금의 재건축 용적률 등을 비롯한 규제도 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 상한제나 전세 계약 연장(2년→3년) 등의 공약은 눈에 띈다. 임대아파트 정책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현 정부에서 적극 추진한 것으로 다음 정부에서는 축소될 수도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민간 건설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정 팀장: 먼저 하우스 푸어와 관련한 부동산 정책과 높은 전세가격에 대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고민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부분은 결국 주택 경기의 활성화와 맞물려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들을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고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수정만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끌어낼 수는 없다. 결국 현재 부동산 거래 침체에 대한 심각성과 하우스 푸어 및 높은 전세가격에 휘청대고 있는 서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정도가 정책의 변화로 연결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경매 시장이 살아나고 급매물이 소진되는 등의 징후로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보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양 차장: 2011년 12월에도 부동산 바닥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2012년 초 거래량이 70%가량 떨어졌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 자체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에는 아직 호재보다 악재가 많다. 올해 12월까지는 주택가격 상승보다는 싸게 나온 매물이 소진될 것이다. 저평가된 급매물이 모두 사라지고 시장가격이 정상화됐을 때 소비자들이 움직이느냐에 따라 바닥인지 평가할 수 있다.
정 팀장: 바닥이란 것이 이제 저점을 지나 반등 시기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현재는 바닥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시장이 방향을 틀어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좋아질 것이라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름 합리적인 근거로 제시될 때, 바닥이라는 것이 믿을 수 있는 주장으로 굳어질 수 있으나, 현재 여기저기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세계적인 경기 상황과 국내 여러 거시경제지표 등 좋지 않은 상황이다.
김 센터장: 저점매수에 따른 단기 거래량 증가, 경매 낙찰가율 상승 등의 징후가 출현함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바닥에 접근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금융 위기 이후의 낙폭을 고려할 때 추가 하락의 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저금리, 유동성 증가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 환경은 상대적으로 다소 나아지고 있다. 주택의 경우 임대료 상승에 따라 실수요 매매 전환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만 국내 부동산 경기 하락과 침체의 근본 요인인 국내외 경기 침체와 부동산 투자 환경의 변화는 지속되고 있어 이후 회복과 상승 국면의 진입 시기와 속도는 아직 불확실하다. 유로존, 중국의 불확실성과 가계 금융 상태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