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부동산시장 총결산] 올 잇단 부동산대책 효과는..
올해 주택시장은 아파트 전셋값 급등과 매매값의 끝없는 추락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말부터 치솟기 시작한 전셋값은 올 들어 상승폭을 키우면서 서울에서 뛰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전세입자들이 수도권으로 밀려나는 이른바 '전세난민'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이에 비해 매매시장은 "집값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하락세가 깊어져 강남 불패신화가 깨지고 집 가진 사람들이 고통받는 '하우스푸어'가 양산됐다. 지금까지는 전셋값이 뛰면 매매수요로 전환해 매매가격이 덩달아 뛰는 궤적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시공능력순위 100위 내 건설사 중 25%인 25개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통해 금융권 등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등 건설산업 기반도 크게 흔들렸다.
정부는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고 서민주거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총 6차례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1월 13일 전·월세시장 안정화방안을 시작으로 △2월 11일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 △3월 22일 주택거래 활성화방안 △5월 1일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방안 △8월 18일 전·월세시장 안정대책 △12월 7일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 지원방안 등이다. 이 중 3차례는 전·월세시장 안정, 나머지 3차례는 주택거래 활성화와 건설경기 연착륙에 초점이 맞춰졌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대책이 나왔지만 이미 회생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나온 '뒷북대책'이어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전·월세대책 단기대책만 쏟아내
올해 초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치솟는 전·월세가격을 어떻게 안정시키는가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간 가격상승률이 1%대를 크게 밑돌던 서울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올해 초부터 2%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좀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1월 13일 도시형생활주택,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건립 때 주택기금을 연 2% 저리로 지원하는 등의 전·월세시장 안정화방안을 내놨다. 이어 2월 11일에는 추가로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서민근로자 전세자금 지원액을 가구당 6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확대하고 금리도 연 4.5%에서 4.0%로 인하했다. 또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도 완화하고 종부세도 비과세하는 한편 준공후 미분양 임대주택 취득 때 취득세를 50%까지 감면하는 등의 방안도 발표했다.
정부의 전·월세대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반짝 안정세를 보이던 전셋값 상승률이 가을 성수기를 앞두고 다시 불안해지자 정부는 8월 18일 전·월세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올 들어 세번째였다. 수도권 임대주택사업자의 세제지원요건을 3가구 이상에서 1가구 이상으로 완화하고, 매입임대사업자의 거주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비과세하고, 주거용 오피스텔에도 임대주택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약효가 나타나지 않았다. 세 차례에 걸친 대책들이 공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확대 등 단기처방만 늘어놨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의 세제지원 확대를 통해 전세시장을 안정시키려던 방안도 집값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들에게 큰 유인책이 되지는 못했다.
■주택거래 활성화대책도 시기 놓쳐
정부는 전·월세시장 안정화대책 외에 거래시장 활성화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도 내놨다. 수년째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미루고 전세수요자로 돌아서고 이로 인해 전세난이 가중되자 거래를 옥죄는 규제를 풀어 거래에 숨통을 트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3월 22일 주택거래 활성화방안을 통해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 지원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주택 취득 시 취득세를 연말까지 50% 추가 감면하는 등의 유인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을 유예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시키면서 대책 효과를 반감시켰다.
이어 5월 1일에는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건설사들이 수년간 지속된 부동산시장 침체를 버티지 못해 워크아웃 등에 돌입하는 곳이 많아지자 건설경기 연착륙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한주택보증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을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까지 확대하고 서울과 경기 과천 및 분당 등 과밀억제권역 내 1주택자(9억원 이하)의 양도세 비과세조건에서 '2년 거주요건'도 폐지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공식 대책과 별도로 6월 30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을 1∼5년에서 1∼3년으로 줄이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도 완화하겠다는 발표했다.
이 같은 대책에도 매매시장이 요지부동인 것은 물론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내수부진이 본격화되자 다급해진 정부는 12월 7일 서울 강남3구(강남, 송파, 서초)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고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등의 파괴력을 갖춘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12·7대책 발표 직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의 호가가 급등하고 급매물이 회수되는 등의 반응이 나타났지만 '약발'은 1주일도 못 갔다.
정부의 이 같은 중량감 있는 대책에도 주택시장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적 변수도 중요한 이유로 꼽고 있지만 그보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이미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정부가 서울 강남 등 요지에서 보금자리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시장에서 "집값이 더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정부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kwkim@fnnews.com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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