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문제점 1. 폭락 집값·폭등 전셋값..1기 신도시 매매가(132㎡ 이상 대형 기준) 20% 떨어져
◆ 부동산 시장 살릴 묘안 없나 ◆"사람들은 같이 움직여야 손해를 안 본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지금은 아무도 돈을 쓰려고 하질 않죠. 추석 전에 이런 대책이 나왔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는데 아쉽네요." (송파구 문정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12·7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심리적인 요인인데 이번 대책도 투자자 심리를 건드리진 못했다고 설명한다. 가격 상승을 전제로 한 양도세 중과 폐지는 추가적인 급락만 막을 뿐 대기 수요자들을 신규 주택 시장에 진입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변 주택 시장에 파급력이 큰 강남권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더라도 투기지역에 해당돼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적용되기 때문에 신규 수요 진작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당일, 서울 시내 분위기도 이를 증명한다.
"정부가 12·7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강남은 조용합니다. 매수 문의 전화가 한 통도 걸려 오질 않아요. 오히려 미리 팔려고 내놨던 물건이 다시 들어가는 분위기입니다. 하루 만에 2000만~3000만원 올랐어요. 이전 가격대에서도 수요가 충분치 않아 거래가 거의 없었는데 앞으론 더 어려울 거 같아요. 이번 대책이 수요 진작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강남구 개포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 "서민들이 왜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겠어요? 경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갈수록 먹고사는 게 힘들어지네요. 경제를 살리겠다고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계속 뒷북을 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정책을 찔끔찔끔 내놓으면 시장이 면역성을 갖기 때문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죠. 당분간 집값이 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강동구 고덕동 C공인중개업소 대표) 약효 없는 대책에 시장에선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감마저 사라진 상태다. 때문에 당분간 집값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송흥익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12·7 대책을 내놓은 지 단 하루 만에 보고서를 내고 내년에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해 DTI 규제를 풀지 않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입주물량 감소에 따른 수급 불일치 현상으로 전셋값이 상승하고 전셋값 상승이 매매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는 2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12·7 대책으로 거래 활성화? '글쎄'
올 한 해 서울시 집값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1.35%였다. 올 초 3.3㎡당 1813만원에서 1789만원으로 하락했다. 강동구(-3.57%), 송파구(-3.52%)가 집값 하락세를 이끌었다. 강동구는 올 초 3.3㎡당 매매가가 1882만원이었는데 현재는 1815만원으로 크게 떨어진 상태다. 송파구도 올 초 3.3㎡당 2402만원에서 2318만원으로 80만원 이상 떨어졌다.
기간을 넓게 잡아 MB정부가 시작된 2008년 2월부터 따져보면 심각성은 더 크다. 서울 대형 아파트는 -5.13%, 수도권 대형 아파트는 -9.67% 하락했다. 1기 신도시 대형 아파트는 집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1기 신도시 대형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19.58%에 달한다. 자그마치 -20%에 가까운 하락률이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 팀장은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대형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고 리모델링 규제 완화 무산, 판교·광교신도시 신규 아파트 입주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올해 전셋값 변동률은 9.51%다. 3.3㎡당 평균 737만원에서 807만원으로 상승했다. 3.3㎡당 70만원 정도가 오른 셈이다. 102㎡(30평대) 아파트 전셋값의 경우 올 초보다 2000만원 이상 올랐다.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북구(14.30%), 성북구(13.82%), 동작구(13.71%) 순이었다.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도 전셋값 상승률이 8% 이상을 기록했다.
서민 전세난이 극심했던 한 해였다. 갑작스럽게 오른 전세금을 구하지 못해 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아파트에서 다세대주택으로 옮긴 이도 적지 않았다. 강남구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김 모 씨(45)는 "아파트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 집주인과 재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보증금을 1억원가량 올려달라고 요구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인근 주택가로 이사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 뉴타운 재개발이 주춤한 것, 지지부진한 재건축 등이 전세난을 심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전세난이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부동산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사장은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주택 거래량이 대폭 줄었다. 부동산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건설업체 경영난까지 초래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도 "2008년 하반기부터 전셋값 상승이 지속됐다. 전세난이 심화될수록 서민 주택 시장은 불안해지고 전세대출 증가로 서민들이 빚더미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동산 정책 남발해 약발 끝나
요즘엔 강남지역 공인중개업소마다 전셋집을 찾는 사람마저 발길이 끊겼다고 난리다. 다시 말해 거래가 실종된 것. 송파구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 며칠 사이 전세 수요가 갑자기 끊겼다. 예전엔 강남에서도 오고 강북에서도 찾아왔는데 움직임이 없으니 답답하다. 정체라는 게 참 무서운 거 같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MB정부 부동산 시장 문제점으로 거래 실종을 꼽았다. 부동산도 엄연히 재화의 일종인데 재화 거래가 실종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거래가 사라진 원인은 여러 가지다. 투자 기대수익이 불확실하고 추가 하락에 대한 심리적 불안, 가계부채 증가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은 "국민 가처분소득이 줄고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산층 이하 국민들의 주택 구매력이 떨어졌다"며 "DTI, LTV 등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움츠리고 있어 부동산 거래는 장기 침체로 접어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MB정부 들어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시행된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이 무려 30여차례 된다. 올해 들어서도 6차례에 걸쳐 대책이 나왔다. 1·13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 2·11 전월세 시장 추가 보완대책, 3·22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 5·1 건설 경기 연착륙 및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 8·18 전세 대책, 12·7 서민주거 활성화 대책 등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벗어날 줄 모르고 있다.
함영진 실장은 "정부 대책이 쏟아졌지만 전세 시장 안정, 주택 거래 활성화를 달성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취득세 감면,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수도권 DTI 부활 같은 규제책을 내놓아 정책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내집마련을 하지 않으려는 계층이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 환경이 달라지고 있으므로 주택 공급 정책에 변화를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36호(11.12.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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