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도세 중과 폐지해 투기 조장하겠다는 정부

2011. 7. 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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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가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의 폐지를 추진한다고 한다. 참여정부 때 투기억제 목적으로 도입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09년부터 주택경기 침체를 이유로 내년 말까지 유예된 상태인데, 이번에는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한테 집을 여러 채 살 수 있게 하면, 주택 경기도 살고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전월세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오히려 망국적인 주택투기만 되살려 우리 사회는 물론 경제도 큰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크다. 서민중산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주거불안을 심화시킬 게 뻔한 만큼 양도세 중과 폐지 방침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정부는 이 제도가 폐지되어야 할 첫째 이유로 '징벌적 과세'라는 점을 내세운다. 이는 정부 스스로 헌법이 보장한 과세권을 부정하는 논리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정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납세자한테는 모든 세금이 징벌의 성격을 지닌다. 징벌의 정도로 따지자면 생계형 수요에까지 60%에 가까운 세금을 매기는 유류세가 더 과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라는 주장도 교묘한 왜곡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를 보면, 주택의 경우 양도세는 우리나라보다 적은 대신 보유세나 임대소득 등에 대한 세금은 4~9배나 많다. 비교를 하려면 집을 여러 채 가진 데 따른 전체 세부담을 보고 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전월세난의 요인으로 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지난 2년여 동안 양도세 중과가 유예된 상태에서 전월세난이 더 심해진 것은, 투기억제 완화조처가 실패했다는 증거다. 정부가 정말 집없는 서민의 아픔을 헤아린다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정상화하고 동시다발로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도심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억제하는 게 더 급하다.

정부의 정책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더 완화될 것이라는 신호를 주면, 공급자는 대기상태에 머물러 이른바 '잠수효과'(Lock-in effect)가 발생한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가 주택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더욱이 부동산 관련 세제를 경기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오락가락하면 시장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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