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활성화]전문가들, DTI 자율화에 "대출받아 집 살 수요 있나?"
【서울=뉴시스】표주연 이민정 김형섭기자 = 내년 3월까지 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금융회사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투기지역과 9억원 이상의 주택은 제외된다.보금자리주택은 사전예약 물량이 축소되고 공급시기도 늦춰진다. 11월 사전예약 예정인 3차 지구의 경우 전체 공급물량의 50%만 사전예약 물량으로 배정된다.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은 당정회의와 관계장관회의 등을 거쳐 29일 이 같은 내용의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 "투기조장책...정부 제정신인가"국민을 약탈적인 대출에 노출시키는게 정부가 할 일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이런 정책을 편다면 시장에서 그래도 투기적인 가수요가 불어닥칠 수 있다고 본 모양이지만, (부동산에 대한) 효력이 3개월 이상이 안 갈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부양기조로 가기로 했다고 본다. DTI를 다 풀어서 이미 한계를 넘은 부동산 시장을 키우려는 것이다. 이렇게 DTI 올린데 따른 확인기간은 3개월이다. 그때는 더 이상 기댈게 없으니까 단념하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오히려 이로 인해 정말 급매물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이)확 가라 앉을 수도 있다.
지금도 한도 수준에서 20% 이상 되는 비율로 부채를 끌어쓰는 사람이 없다. 부동산 가격은 2000년대 고점에서 좀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격이 높아지면 수요가 줄고 공급과잉이 벌어진다. 이미 수요는 고갈됐다. 기존 주택가격을 떠 받쳐 줄 수 있는 수요 베이스가 바닥이 났다는 이야기다.
공급은 이미 미분양, 미입주가 넘칠 정도로 과잉이다. 1~2년 주택시장 침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거래가 일어나려면 가격이 떨어지든지 공급 재고 조정을 하든지 수요가 늘어나던지 해야 한다.
가격은 부양책으로 떨어지는걸 억지로 막고 있고, 공급은 건설업체들에 대한 진정한 퇴출 등의 구조조정을 안하니까 시장에서 실제 일어나야 하는 수준보다 훨신 더 높은 수준의 재고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소득은 올해 6%대 성장한다 하지만 가계 소득기반은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가 한 것은 투기조장책으로 볼 수 있다. 투기적 가수요를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이미 투기적 가수요도 바닥이 난 상태라고 본다.
가계부채만 하더라도 대출만 830조원이고, 정부와 기업을 다 합치면 2800조원 가량 된다. 이런 마당에 또 빚을 더 내서 가계를 재물로 해서 건설업계를 떠 받치겠다는게 정상적인 대책인지 의문이다.이렇게 해서 투기적 가수요가 일어난다면 그 사람들조차도 집값을 끌어올릴 때 뒤에서 따라와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뒤에 받쳐줄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일어날지에 대해 확신을 못한다.
◇김진엽 민주당 정책위원회 국토해양전문위원 "공급과잉을 가계대출로 해결...병 주고 약 주나"
"DTI 규제 완화는 수요를 자극해 시장을 살리겠다는 것인데 현재 주택시장의 하향 추세는 수요자 측면이 아니라 공급과잉에 원인이 있다. DTI 완화는 가계부채 증가를 불러와 금융위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문제는 공급측면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인데 가장 큰 문제는 보금자리주택이라고 본다. 공공재정으로 4억원 짜리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니 구입여력이 부족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됐다. 주변 주택보유자는 집값 하락으로 자산 손실을 입었다. 결국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인데 이를 가계대출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병 주고 약 주는 식이다.
정말 서민층을 위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자 했다면 보금자리의 분양주택을 모두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포함됐어야 했다.
◇고영근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 "DTI 자율화, 안 먹힌다면 대세 하락 확실한 신호"
DTI를 풀어 대출을 확대해 준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빚내서 집 살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가격이 하향 안정화 될 것으로 누구나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빚으로 집을 사 집값을 떠받치라는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일 DTI까지 풀었는데 이것마저 안 먹힌다면 대세 하락의 확실한 신호가 돼 거품붕괴를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
정부는 거래활성화와 주택가격 안정화라는 상반된 정책부터 버려야 한다. 집값이 이대로 하향 안정화되서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그때 거래활성화를 추진하는게 맞다고 본다.
◇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 "DTI 자율화 영향력 제한적"
한시적 DTI 자율화는 주택구입 의지가 있는 실수요자들에게 일정 부분 심리적 안정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집값이 반등할 만한 동력이 없고 수도권 거래량이 60% 이상 급감할 정도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내 추가 금리인상까지 예상돼 대출을 늘려 내집 마련을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역세권이나 한강변 등 유입수요가 많은 곳이나 저렴한 급매물 외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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