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발표 '무기한 연기' 속사정은?

강기택 기자 2010. 7. 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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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주요 정책입안자 DTI 조율 실패 + "투기조장' 여론도 부담]

정부가 오는 22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발표키로 했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정부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까지 연기를 결정한 것은 핵심 대책인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놓고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7.28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부처 갈등을 넘어 정치적인 문제로 확산되자 무기한 연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DTI 견해차이로 합의무산=

정부는 21일 과천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부동산대책 관계 장관 회의를 열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 정책입안자들이 총출동했다.

1시간30분가량의 회의가 끝난 후 정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세제문제나 DTI 등 금융규제 완화를 비롯해 다양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추가적인 의견 수렴과 실태조사를 거쳐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특히 "오늘 회의에서 DTI 완화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었다"고 말해 DTI를 둘러싼 이견이 연기의 직접적 배경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부동산 대책 발표 시기를 특정 짓기 어렵다"고 말해 사실상 무기한 연기 입장을 밝혔다.

◇주요 정책입안자, 입장차 뚜렷해=

DTI 규제 완화는 한나라당과 국토해양부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공론화됐다. 여기에 지난주 말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완강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던 금융위원회에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일단 한번 들여다보라"고 지시하면서 논의가 급진전됐다.

그러나 부처간 견해차이가 끝끝내 조율되지 못했다. 정종환 장관이 총대를 메고 DTI 완화에 나섰지만 주무부처인 진동수 위원장은 가계부채 확대와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불가론'을 고수했다.

"영원불변한 정책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던 윤증현 장관 역시 막상 의견이 갈리자 DTI 유지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 하락이 제한적인만큼 당장 DIT 규제를 풀 상황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청와대 내에서도 DTI 반대론 우세 =

청와대 내부에서도 DTI 규제 완화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지난 6.17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DTI를 완화하지 않고 실수요자의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자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DTI는 당초 '선택사양'이 아니었다.

그러나 6.2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의 요구가 강해지면서 최중경 수석을 중심으로 한 경제수석실이 흔들리면서 완화론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상황은 지난 16일 취임한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두 사람은 DTI 완화에 반대의사를 펼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들의 첫 작품을 비판여론이 쏟아지는 'DTI 규제 완화'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이명박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 앞서 DTI 건을 보고받고 "각 부처 간에도 의견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충분히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20일과 21일 잇따라 관계 장관 회의가 열렸지만 견해차를 좁히는 데 실패한 것이다.

◇재보선 앞두고 '투기조장' 공세도 부담 =

정부 안팎에선 7.28 재보선을 앞두고 'DTI 규제 완화=투기조장'이라는 야당과 진보진영의 공세도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집값 안정과 연착륙에 방점을 두면서 친서민 정책기조를 표방해 온 정부가 무리한 대책으로 화를 자초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책회의에서 서민 중산층의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정책 의도와 달리 야당에서 'DTI 규제완화=투기조장=부자대책'이라는 등식을 들고 나올 경우 역효과만 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 안건으로 올리지 않고 아예 연기하는 쪽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부처 장관 회의'라는 형식을 빈 것 역시 청와대가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해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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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기자 ace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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