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 컨트롤타워 다시 세우자

안경애 2010. 6. 1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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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 무산위기 등 사업 곳곳 차질..예산·인사·평가 총괄 시급

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과 사업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국가 과학기술 전체를 내다보는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게 근본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기능과 산하 출연연구기관을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로 분산해 배치하고, 지경부 R&D 예산이 교과부를 추월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교과부의 정책 리더십이 급격히 힘을 잃었다. 여기에다 출연연 분리로 과학기술계도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제각각 흩어져 있는 형국이다.

모든 예산과 인사 권한은 기획재정부가 갖고, 중요한 과학기술 정책이 과학기술 자체가 아닌 정치적 이슈에서 결정되다 보니 정치에 휘둘리고 교육에 묻혀 과학기술 이슈가 사라지고 있다.

◇과기벨트사업 무산 위기=대표적인 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략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초기부터 세종시 대안용 프로젝트로 지목 받아 왔다.

교과부는 국가 기초과학 연구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거점을 만들고, 여기에 산업계와 대학이 협업하는 미래형 과학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기초과학의 도약과 기술사업화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이 사업이 세종시 수정안에 포함되고, 최근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추진 결정권을 국회로 넘기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불발로 그칠 확률이 커졌고, 그 경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허공에 뜨게 된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이 파기될 경우 새로운 후보지를 선정해 다시 추진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세종시를 전제로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노선이 변경되면 이번 정권에서는 추진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전 정부의 공약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컨트롤타워 개선 논의 힘 잃어=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조직으로 상설화하고 예산ㆍ인사ㆍ평가 권한을 줌으로써 분산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세우는 컨트롤타워 개선 논의도 최근 급격히 힘을 잃고 있다.

정부출연연 구조개편과 관련,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을 위원장으로 하는 민간위원회가 청와대 주도로 구성돼 컨트롤타워 개편까지 포함한 출연연 개선안을 최근 마무리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의 추진의지가 약화되면서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간위는 국과위를 방통위와 같은 상설조직으로 격상시키고, 교과부와 지경부 산하의 2개 연구회, 26개 출연연을 통합해 국과위 아래에 두는 안을 만들었다. 이 안에 따르면 국과위는 과거 과기혁신본부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조직으로, 예산ㆍ인사ㆍ평가 기능까지 갖고 국가 과기정책 전체를 총괄하게 된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의 개편의지가 약화되면서 민간위의 보고와 의사결정 등 전체 일정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여기에는 현 정부체계를 만든 청와대가 이 안을 받아들일 경우 이전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게 되고, 교과부ㆍ지경부ㆍ기재부 모두 기존 권한을 대폭 잃게 돼 정부측에서 반기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민간위 안은 3개 부처 모두 기존의 기득권을 크게 잃는 내용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반대가 큰 상황"이라며 "때문에 정부부처가 민간위 안에 대응하는 정부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위는 최근 최종회의를 열고 활동을 완료했으며, 청와대 보고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상황에다 정권 중반기에 대규모 구조변화를 모색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관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해 출연연 한 관계자는 "출연연이 2개 부처로 나뉘다 보니 단단히 칸막이가 쳐져 교과부 소속 출연연은 지경부 사업에, 지경부 소속 출연연은 교과부 사업에 참여하는 게 힘든 상황"이라며 "융합기술이 중요한 시대에 말이 안 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민간위 안이 정책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최소한 26개 연구기관이 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줘야 한다"며 "과학기술의 공백은 5, 10년 후에는 경제적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만큼 남은 2년여를 더 허송세월할 게 아니라 지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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