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게 크는' 키움 슈퍼루키 정현우, 벌써 2승
[양형석 기자]
키움이 한화의 4연승 도전을 저지하며 공동 7위로 뛰어 올랐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1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비롯해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6-2로 승리했다. 10일과 11일 LG 트윈스와 한화에게 패하며 최하위로 떨어졌던 키움은 한화를 꺾으면서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를 최하위로 밀어내고 두산 베어스,한화와 함께 공동 7위로 올라섰다(7승1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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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정현우(덕수고)가 유니폼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대한야구협회는 2017년 고교 야구의 투구 수 제한을 105개로 줄이면서 혹사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프로 구단에서도 유망주 투수가 입단하면 철저한 '이닝 관리'를 통해 유망주가 무리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유망주가 고교 시절 혹사의 여파로 프로에 진출해 부상으로 고전하면 많은 계약금과 상위 라운드 지명권을 투자한 구단에게 큰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혼과 혹사의 경계가 모호했던 2000년대까지는 '초고교급 투수'로 불리던 많은 유망주 투수들이 루키 시즌부터 프로 무대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선수 생활을 단축하곤 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을 이끌었던 염종석(동의과학대 감독)이다. 염종석은 1992년 고졸 신인으로 정규리그 204.2이닝, 가을야구 30.2이닝을 소화하면서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자신의 어깨를 바쳤다.
롯데는 2년 연속 두 자리 승 수를 기록한 염종석이 4승에 그쳤던 1994년 또 한 명의 슈퍼루키가 등장했다. 바로 롯데의 에이스 계보에서 처음 등장한 좌완 투수 주형광(롯데 투수코치)이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한 주형광은 루키 시즌 28경기에 등판해 4번의 완투와 함께 186.2이닝을 던졌다. 하지만 입단 후 3년 동안 39승을 기록한 주형광은 은퇴할 때까지 11년 동안 48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KBO리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계약금 10억 원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던 한기주 역시 고교 시절과 루키 시즌의 혹사가 선수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롱런을 하지 못하고 일찍 현역 생활을 마감한 대표적인 선수다. 루키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4경기에서 140.2이닝을 던진 한기주는 10승11패1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3.26을 기록했지만 이후 잦은 부상으로 고전하면서 통산 26승으로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이처럼 혹사 후유증으로 프로에서 단명하는 투수들이 늘어나면서 각 구단들의 철저한 관리가 시작됐다. 한화의 파이어볼러 문동주는 철저한 관리를 받는 대표적인 투수다. 루키 시즌 28.2이닝 투구에 그쳤던 문동주는 2년 차 시즌에도 구단의 이닝 제한 속에 118.2이닝 만 소화하며 신인왕에 선정됐다. 하지만 문동주는 작년에도 111.1이닝 투구에 그치며 성장통을 보였고 올해도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 소화하는 유일한 신인 투수
충암중 시절부터 투타에 모두 능한 유망주로 주목 받던 정현우는 우신고로 진학해 1학년을 마치고 덕수고로 전학을 갔다. 덕수고 유니폼을 입은 2학년 때부터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며 두각을 나타낸 정현우는 전주고의 정우주(한화), 대구고의 배찬승(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고교 빅3'로 불렸다. 정현우는 고3때도 16경기에서 8승0.75 48.1이닝70탈삼진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고교 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정우주와 또래 중 최고의' 완성형 투수'로 불리던 정현우 사이에서 고민하던 키움은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좌완 정현우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키움은 차세대 좌완 에이스로 성장할 정현우에게 장재영(9억), 안우진(6억)에 이어 구단 역대 3위에 해당하는 5억 원의 많은 계약금을 안겼고 정현우는 작년 11월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하며 최고 유망주임을 입증했다.
흔히 프로 구단에 뛰어난 유망주 투수가 입단하면 퓨처스 리그 또는 불펜으로 투입하며 단계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현우는 외국인 선수가 1명뿐이고 토종 선발도 약했던 키움의 마운드 사정 때문에 시즌 개막과 함께 곧바로 1군 선발진에 합류했다. 정현우는 3월26일 KIA와의 데뷔전에서 5이닝 동안 122개의 공을 던지며 6실점(4자책)을 기록했지만 타선의 폭발로 데뷔전 승리를 챙겼다.
지난 6일 NC전에서 5이닝4피안타5볼넷2실점을 기록한 정현우는 12일 한화전에서 '78억FA' 엄상백과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5회까지 84개의 공을 던진 정현우는 7피안타3탈삼진2실점의 준수한 투구를 선보였고 키움 타선이 엄상백을 3이닝 만에 강판 시키면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무엇보다 첫 두 경기에서 10이닝 동안 무려 12개나 허용했던 볼넷을 이날 경기에서 단 1개로 줄인 것이 고무적이었다.
물론 철저한 관리 대신 루키 시즌부터 키움의 선발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정현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야구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모든 좌완 유망주들의 '롤모델' 류현진(한화)은 루키 시즌 가을 야구를 포함해 224.2이닝을 던지고도 KBO리그에서 활약한 8시즌 동안 14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꾸준한 실전 등판을 통해 누구보다 강하게 크고 있는 '슈퍼루키' 정현우가 어떤 투수로 성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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