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닝은 인생…완주하면 삶을 한 번 산 것 같아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트레일러닝은 인생하고 똑같아요. 트레일러닝 대회는 정해진 시간 안에 완주해야 합니다. 반나절이나 하루를 달리다 보면 인생을 한 번 산 느낌이죠. 출발은 희망차게 하고, 중간에 너무 힘들어 때려칠까 고민도 하죠. 참고 가다가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다시 힘이 나죠. 그리고 완주했을 땐 ‘오늘도 내가 해냈구나’ 하면서 제 자신에게 놀라며 희열을 느끼죠.”
변호사인 김가연 X(구 트위터코리아) 대외협력 상무(44)는 지난해 5월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시작해 1년도 안 돼 100km 이상 완주에 처음 도전하고 있다. 2월 15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뉴질랜드의 온천 관광지인 로토루아에서 열리는 타라웨라 울트라트레일 102km에 출전했다. 그는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푹 빠졌다.
“전 내려올 걸 왜 올라가냐며 등산을 싫어했어요. 그런데 친구가 살을 빼자며 서울 청계산을 오르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별로 힘들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한 달에 한두 번 친구랑 서울에서 가까운 산을 오르는 수준이었죠.”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살이 많이 쪘다. 한강 등 공원 및 시내 걷기는 좋아했지만 등산은 싫어했다. 친구 따라 산을 오른 게 2021년이었다. 2022년엔 불어난 체중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될 것 같아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해 주기적으로 PT(개인지도)를 받았다. 김 상무는 “다이어트를 제대로 하고 싶어 보디프로필반을 선택했다. 주기적으로 보디프로필을 찍으려면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매주 2~3회 PT를 받으며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고 했다.
PCT(Pacific Crest Trail)는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4300km를 말한다. 김 상무는 가장 먼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아봤다. 800km라 최소 한 달이 소요돼 포기했다. 그러다 찾은 게 일본 구마노(熊野) 고도(古都) 순례길. 1000년이 넘는 307km 옛길 코스다. 김 상무는 지난해 2월 4박 5일 코스를 다녀왔다. 그는 “산악지대를 하루 20~30km 걷는 코스를 남자들보다도 빠른 속력으로 걸었다. 대 자연 속에서 걸으며 정신적인 안정도 되찾았다”고 했다.
“제가 유일한 서울 정회원이었죠. 그래서 PTR 회칙도 바뀌었어요. 원래는 부산 경남권에서만 회원을 받았는데 전국에서 회원을 받게 됐죠. 감독 코치님들이 마라톤과 산악마라톤쪽에서 경력이 화려한 분들이었죠. 체계적으로 훈련한 뒤 산 달리는 재미를 알게 됐습니다.”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하면서 정말 짧은 시간에 압축된 인생의 희열을 느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그런 측면에서 이 스포츠가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힘겨운 상황이 오면 몸에 도파민과 엔돌핀이 나와서 그 상황을 이기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러니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과정을 겪은 뒤 ‘이젠 다시 출전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마음먹었다가 바로 대회 참가 신청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제가 살면서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많은지 몰랐어요. 산을 달리면서 이제야 알게 된 것이죠. 트레일러닝을 하지 않았다면 언제 이렇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돌아다니겠어요. 제 두 발로 그 산들을 달리고 있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그리고 트레일러닝은 산이든 바닷가 해변이든 그냥 운동화만 있으면 달릴 수 있어요. 그런 자유로움도 너무 좋아요.”
김 상무는 매주 웨이트트레이닝 PT를 3회 받고, 주말에 달린다. 부산에 가 훈련받기도 하지만 청계산이나 한강을 달리기도 한다. 주말 대회 출전도 한다. 결국 주 5회 이상은 운동을 하고 있다. 아직 큰 부상은 없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근육운동을 해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부상 위험이 적다고 권고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김 상무가 고교 및 대학 시절 유학했던 곳이다. 100km 이상 첫 트레일러닝 대회 출전을 뉴질랜드로 잡은 이유기도 하다. 추억을 떠올리며 또 다른 추억을 쌓기 위해 2월 9일 비행기에 올랐다. 타라웨라 울트라트레일은 21km, 50km, 102km, 160km 4부문 코스로 열린다.
김 상무도 UTMB 출전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 트랜스제주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한 이유도 UTMB 스톤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 목표가 UTMB 100km에 출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UTMB는 본래 대회인 UTMB(176km·상승고도 9900m)와 CCC(101km·상승고도 6050m), OCC(57km·3500m) 등 3코스로 열린다. 추첨 없이 선착순 접수로 참가할 수 있는 종목도 4코스 있다.
김 상무는 “운동의 시작은 살을 빼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자연 속을 달릴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피트니스와 산 달리기로 약 13kg을 감량한 그는 “평생 산을 달리며 즐겁게 살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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