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동원, 이름 없는 피해자들] ⑤ 전자영 도의원 “경기도 피해자 조사·지원, 미룰 수 없는 과제”
미인정 피해자도 포함 조례 마련
국외·국내, 남·여 총망라가 핵심
희생자 추모·지원 여야 따로 없어
역사 교육 콘텐츠화·기록화 연계
기림의 날·기념 공간 단계별 추진
사업 전담 전문기관 설치도 검토


국가가 멈춘 강제동원 피해자 조사가 10년 만에 경기도에서 다시 숨을 텄다. 그동안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한 '미인정 피해자'까지 조사할 수 있는 법적 토대도 마련됐다.
지난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제도화의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례를 만들어 낸 전자영(더불어민주당·용인4) 의원의 가슴엔 만감이 교차했다.
#1. 피해자 고통, 방치할 수 없다
강제동원 피해조사를 비롯한 심의·인정과 지원에 대한 권한은 모두 정부에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기구는 2015년 12월에 멈췄으며, 소수의 피해 인정자들만 지원받고 있었다. 경기도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여성 정신근로대 등에 한정적인 지원방안을 운영하고 있었다. 과거 신고 누락 등으로 소외된 피해자는 정부, 지자체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지내야만 했다.
전 의원은 "희생자뿐만 아니라 생존 피해자, 유족에 대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경기도는 권한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전 의원은 지역 피해에 대한 책임을 근거로 이 벽을 뚫었다.
당시 인천일보 기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가운데 경기도로 확인된 명부가 10만명 이상이라는 내용이 나왔다. 실제로 이후 도의 실태조사에서도 도내 피해자 규모가 최대 13만여명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수치는 도가 조사와 지원에 나설 권한이 있다는 명백한 근거다.
전 의원은 "실태조사로 드러낸 수치가 도내 미인정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안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조례가 여·야 전원 찬성으로 통과한 것도 의미가 있다.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추모·지원하는 일에는 정당 구분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를 근거로 설치된 '경기도 강제동원 피해자 등 지원위원회'는 정부에 피해자 인정을 위한 심의·판정을 건의할 수 있다.
#2. '모든 피해자'를 위한 정책
조례의 핵심은 국외·국내, 남·여 등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적인 피해자에 포인트를 맞췄다. 서울과 전남 등 다른 시·도에 유사 조례가 있었지만, 특정 층에 한정하다 보니 소외당하는 피해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 의원은 "타 지자체 사례를 검토한 결과, 피해자 전반의 실태를 조사한 경우는 2003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조사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조례 개정 이후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실태조사가 진행됐다. 당초 목표였던 10명을 넘어 19명의 구술 면담과 14건의 구술 녹취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3.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전 의원은 피해자 증언과 역사적 사실 파악에 기반해 향후 도 정책의 기초를 다질 방침이다. 2차 실태조사와 상세한 통계를 통해 지자체가 피해자와 유족들의 생애를 잊지 않게 한다.
또 자료 기록화, 역사 교육 콘텐츠화에도 연계할 예정이다. 국가기록원 등과 협력해 국외 기관 소장 기록물을 확보하기로 했다. '기림의 날' 제정, 추모·기념 공간 조성 등도 단계별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유족과 피해자 증언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질 수 있는 만큼 기록화와 교육 활용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내 피해자 추도와 기록화 사업 등을 전담할 전문기관 설치도 검토한다. 그는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이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 명예 회복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전 의원은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이번 조례와 실태조사가 전국 각지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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