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이 끌어내라고 한 기자는 어떤 질문을 하려고 했을까

장슬기 기자 2025. 4. 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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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기자회견서 뉴탐사 기자 질문 막으며 "끌어내라, 범죄인"
해당 기자 "명백한 모욕과 명예훼손"…"기자회견 때마다 폭력 행사"
전광훈 "메이저 언론부터 질문해라" 인터넷기자협회장 사과 요구도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지연 뉴탐사 기자(빨간원안에서 오른쪽)가 질문하려 하자 전광훈 목사가 이를 저지했고, 이어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빨간원안 왼쪽)가 권 기자 질문을 저지하는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전광훈 목사가 제한 없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겠다고 했지만 첫 질문 기회를 얻은 기자의 질문을 막으며 “끌어내라”라고 발언하는 등 적대적 언론관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전 목사는 24일 오전 자유통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전 목사는 2018년 고등법원 판결로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전 목사는 “주제와 시간은 무제한”이라며 기자들 질문을 받겠다고 했고 사회자인 손상대 전 뉴스타운 대표(유튜브 손상대TV 운영)가 질문자를 지목했다. 그러자 전 목사는 “아니야 아니야 (질문권을 얻은 기자가) 권지연이죠?”라며 “당신은 범죄인이야”라고 말했다. 권 기자가 “명예훼손”이라며 반박하자 전 목사는 “나를 고발했잖아. 왜 당신부터 손을 들고 난리야”, “경호원들 권지연 추방시켜”라고 했다.

현장에선 전 목사 측 관계자들과 일부 유튜버들이 권 기자를 끌어내야 한다며 소리를 질렀다.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유튜브 '신의한수' 운영)는 “질문을 받지 않는 것도 자유”라고 했고, 손상대 전 뉴스타운 대표도 “시끄러우니까 빨리 내보내”라고 소리쳤다. 이에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이 “대통령 선거 나가겠다는 분이 언론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방송이든 신문이든 인터넷이든 똑같은 언론이니 차별하고 편파적으로 대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참 고성이 오가다 권 기자를 강제로 끌어내진 않고 질문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권 기자는 어떤 질문을 하려고 했을까. 권 기자는 이날 현장에서 하지 못한 질문내용을 미디어오늘에 공유했다. 권 기자는 '20대 대선에서 김경재 국민혁명당(현 자유통일당) 후보를 지지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는데, 이 과정에서 윤 후보 측에서 후보 매수를 했다는 의혹', '이번 대선에서 뜻이 같으면 어떠한 정당과도 연대하겠다고 했는데 세를 과시하며 이번에도 거래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등을 질문하려 했다고 전했다.

권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내 질문을 받지 않은 이유를 두고 '고발했기 때문'이라고 했으나 허위사실”이라며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를 향해 범죄인이라고 한 것은 명백한 모욕과 명예훼손으로 전광훈씨가 원하는대로 고소장을 제출해야겠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기자는 “한때 날 회유하려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고 본인이 감추고 싶었던 것들을 내가 취재해 드러내니 불편했거나 특정 기자를 악마화해 지지자 결집을 꾀하려 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반론도 하지 않고 피하면서 기자회견이 열릴 때마다 폭력을 행사하는 건 전광훈 집단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 기자가 하지 못한 일부 질문은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이 물었다. 전 목사는 과거 '윤석열 후보지지 이유'에 대해 “대구에 가서 연설하는 것을 보고 '저 사람 대통령 돼야겠구나' 꽂혔다”며 “계엄령의 결론은 반국가주의자, 공산주의 척결인데 이 계엄령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 목사가 세운 김경재 후보도 과거 후보 매수설을 주장하며 전 목사가 자신을 후보에서 사퇴시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지난 2018년 8월 피선거권이 박탈된 전광훈 목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주장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전 목사는 윤석열씨가 과거에 했던 발언을 따라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권 기자의 질문을 막은 뒤 “메이저 언론부터, 메이저 없냐”라고 했고 기독교계 독립언론 뉴스앤조이 기자가 질문하겠다고 하자 “뉴스앤조이도 메이저 아니지 않나. 예의를 지켜서 메이저 언론부터”라고 말했다.

앞서 윤씨는 지난 2021년 9월8일 고발 사주 의혹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정치 공작을 하려면 인터넷 매체나 재소자, 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언론을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 목사는 이날 자신이 대선에 출마하겠다며 25개 공약을 발표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적극 지지한다” 등 파면된 윤씨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준희 회장은 “언론사를 향해 (메이저부터 하라며) 질문 순서를 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전 목사는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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