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잘해보자' 메시지 던졌다…트럼프 정부 '돌변'한 까닭은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틀에 걸쳐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가 지속가능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본격화된 미중 갈등의 국면이 확실히 전환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연설에서 무역협상 전에 과도하게 높은 양국간의 관세를 내릴 필요가 있다면서 "양측 가운데 어느 쪽도 이것이 지속가능한 수준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날에도 현재의 높은 관세가 무역 단절 수준이라면서 “중국과의 교착상태가 지속되기 어렵다. 상황은 완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날도 기자들의 질문에 같은 발언을 되풀이한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와 관련해서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서 미국의 대중 관세율이 50~65% 사이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는데요. 미국의 전략적인 이익에 관한 품목에는 최소 100% 관세를 부과하고, 그 외 국가안보와 무관한 품목에는 35% 관세를 제안한다는 미국 하원 구상을 참고해서 안을 짜고 있다는 겁니다. 이와 똑같이 진행되지는 않더라도, 안보 관련 품목과 아닌 품목의 관세율을 크게 다르게 한다는 아이디어는 논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오늘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선트 장관도 일방적으로 관세를 낮추진 않겠다고 말했는데요. 양국이 협상을 해야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미국이 먼저 145%를 떨어뜨리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결국 중국에 협상을 촉구하기 위한 유화책이라는 건데요. 그렇더라도 일단 트럼프 정부에서도 중국에 강경 일변도로 압박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해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실 미중 협상이 정확하게 어떤 수준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지 외부에서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낙관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3~4주 내에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요. 최근 며칠 사이에는 “그들이 합의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합의를 만들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오늘은 기자들이 중국과 거래를 만들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것은 공정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잘 진행이 되고 있다는 투입니다.
반면에 베선트 재무장관은 좀더 조심스러운 톤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22일에는 중국과의 협상이 “힘들고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고요. 23일엔 중국과의 무역이 다시 균형을 찾는 데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시장은 미중갈등이 완화되는 메시지가 나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만, 실제로 양측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밀당도 있고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두 나라 모두 지금 같은 교역 단절 수준의 관세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데는 내부적으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경제는 과거에 비해선 서로 의존도가 좀 낮아진 상태이지만, 그래도 무역 규모는 여전히 매우 큽니다. 중국의 수출 중에서 대미수출 비중은 12.4% 수준이고, 미국의 수출 중에서 대중수출은 7.2% 수준입니다.
이렇게 경제가 깊이 얽혀 있기 때문에 양쪽이 계속 대치할 경우에는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IMF는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관세가 이런 상태로 유지되는 경우 미국 쪽에는 물가상승이, 중국 쪽에는 디플레이션이 같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어느 쪽이든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민심이 멀어지는 것을 살펴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대치 국면을 너무 오래 끌고 가기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시 주석도 체면을 깎이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점을 미국이 어떻게 배려하느냐가 협상 진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내놓은 파월 의장을 해고할 생각이 없다는 발언과 미중갈등 완화 움직임에 시장은 환호하고 있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S&P500지수가 1.67% 오르는 등 주요 주식이 대부분 상승했습니다.
이번에 시장이 확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을 신경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증시가 급락하고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는 것, 또 달러가치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은 상황에 대해서 겉으로는 “버티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내심 신경을 쓰고 거기에 맞춰 메시지를 바꾸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에 대해 진짜로 해임을 추진하지 않을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좀 더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면 다시 해임을 추진하거나 그림자 의장을 앉혀서 레임덕에 빠지게 하려는 시나리오도 여전히 고려되고 있다는 것이 워싱턴 관계자들의 분석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해서 백악관 법률팀이 내부적으로 파월 의장을 ‘정당한 사유’로 해임할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진행했다고 이날 보도했는데요. 일단 불씨가 사그라들었지만 언제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정황으로 해석됩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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