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검투사, 사자와 혈투 벌였다...유골에 이빨 자국

박근아 2025. 4. 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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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영국 요크 지역의 고대 로마 검투사 묘지로 추정되는 유적에서 사자 이빨 자국 등이 선명하게 남은 유골들이 발견됐다.

아일랜드 메이누스대학 팀 톰슨 교수가 이끄는 아일랜드·영국 공동 연구팀은 영국 요크의 고대 로마 도시 에보라쿰 근처 공동묘지에서 나온 유골에서 사자 등 대형 육식동물에게 물린 자국을 확인했다며 24일 온라인 과학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로마 시대 인간과 동물 간 검투를 보여주는 최초의 물리적 증거라고 전했다. 로마 시대 잔혹한 오락 행위가 존재했고 이런 검투가 당시 로마 지역을 넘어 널리 확산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들이 분석한 유골은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검투사 묘지 중 하나인 요크 지역 드리필드 테르스에서 발굴된 것이다. 이는 2~3세기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2004년부터 잘 보존된 젊은 남성 유골 80여구가 발견됐다.

사자에게 물리는 검투사의 이미지는 로마 시대 모자이크와 도자기, 조각 등에 많이 나오지만 지금껏 검투사의 유골 등에서 그 증거가 확인된 적은 없다고 연구팀은 짚었다.

연구팀은 요크 지역에서 발굴된 유골에 남아 있는 자국들을 3차원으로 스캔하고 현대 동물학 표본 등을 이용해 다양한 동물들에게 물린 자국과 비교했다.

그 결과 한 검투사의 엉덩이뼈 등에 남아 있는 자국들이 사자 같은 고양잇과 동물의 이빨 자국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검투사는 사망 당시 26~35세였으며, 분석 결과 사자에게 물린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고 이것이 사망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로마 시대에도 영국에 사자 같은 이국적인 동물이 있었고 이들과 검투사가 싸웠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톰슨 교수는 "로마의 검투사가 사자 같은 맹수와 싸우는 광경에 대한 이해는 역사적 텍스트와 예술적 묘사에 크게 의존해 왔다"며 "이 발견은 그런 행위가 실제였음을 직접 보여주는 첫 물리적 증거로 로마 시대 오락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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