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식어가는 ‘철의 도시’… “40년 일한 공장까지 문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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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도 무사히 넘겼는데, 공장이 문을 닫았다는 게 아직도 실감 나질 않습니다."
한때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은 차갑게 식은 채 적막감만 감돌았다.
타이어 코드(보강재) 등에 필요한 선재코일을 연간 70만 t 생산하던 이 공장은 지난해 11월 마지막 코일 생산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차갑게 식어가는 건 '철의 도시' 포항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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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中저가 공세-美관세 겹쳐… 철강-석유화학-배터리 산업 휘청
작년 영업이익 1년새 66% 급감… 포항-여수 산단 지역경제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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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 9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 안은 해체된 설비들만 가득할 뿐 특유의 열기를 잃은 채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선재코일을 연간 70만 t 생산하던 이 공장은 경기 침체, 중국발 저가 공세 등으로 지난해 11월 폐쇄됐다. 포항=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한때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은 차갑게 식은 채 적막감만 감돌았다. 40년 넘게 이곳에서 일했다는 A 씨(60)는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마지막 출하 제품이 걸려 있던 자리를 직접 보여줬다. 연말 은퇴를 앞둔 그는 2t짜리 선재코일로 가득했던 텅 빈 공간을 한참 바라봤다.
타이어 코드(보강재) 등에 필요한 선재코일을 연간 70만 t 생산하던 이 공장은 지난해 11월 마지막 코일 생산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1968년 포스코 창립 이래 경영난 등으로 공장이 폐쇄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차갑게 식어가는 건 ‘철의 도시’ 포항만이 아니다. 국내 제조업 3대 근간(根幹) 산업으로 분류되는 배터리, 석유화학, 철강 업종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이들 업종은 전방산업과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아 ‘산업의 뿌리’로 불린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금리와 경기 침체, 중국발 저가 공세 등으로 역대급 불황을 맞은 3개 업종은 올해 미국발 관세 폭탄까지 얻어맞으며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기업의 수익 창출력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악화 일로다. 역시 석유화학(―8.5%포인트), 배터리(―6.2%포인트), 철강(―4.9%포인트)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자본집약적 산업에서 ROE가 장기간 감소한다는 것은 추가 투자 유치의 어려움과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호정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각국이 각자 제조업을 살리겠다고 지원을 늘리고 불공정 게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기업들만 고군분투하는 중”이라며 “한국도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정치권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여수=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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