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엑소더스…달러 빈자리에 스위스 프랑

조연 기자 2025. 4. 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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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조연 기자]
<앵커> 다급해진 트럼프가 관세 전쟁의 출구를 찾는 사이, 글로벌 투자 자금은 가장 안전한 투자처였던 미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과 국채, 달러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역사적인 '셀 아메리카' 그 이면에,

새로운 안전지대를 찾고 있는 글로벌 자금의 흐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증권부 조연 기자 나왔습니다.

조 기자. 트럼프가 어제는 파월 연준 의장을 맹비난하더니, 시장 패닉셀에 오늘은 태도가 정반대로 뒤바뀌었네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2일 "제롬 파월 의장을 해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다만 "그가 금리 인하 아이디어에 좀 더 적극적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내년 5월까지 1년이 남은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셈입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돌발 발언이 언제 또 나올지 믿기는 쉽지 않죠.

트럼프는 또 145%에 달하는 대중 관세에 대해서도 "매우 높다"고 인정하며 "물론 제로(0%)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 정도로 높지 않고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연일 관세 폭탄과 연준에 대한 압박을 내놓았던 트럼프가 갑자기 태세를 전환한 데에는 달러 가치와 미 국채 값의 급격한 하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먼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022년 3월 이후(최근 3년래) 가장 낮은 수준, 97.92까지 저점이 떨어졌었는데요. 트럼프 태세 전환에 현재는 99선을 오가는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연초 고점 110선에 비교하면, 올해에만 미 달러화의 가치가 10% 이상 떨어진 셈입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 국채도 역풍을 맞았는데요.

미국 10년물 금리는 이달초 3.9% 수준에서 4.5%까지 폭등했고, 30년물 금리는 거의 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국채 금리는 흔히 0.2%, 20bp 변동을 큰 문제로 보죠. 가장 큰 요인은 중국과 일본이 미 국채를 내다팔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달러인덱스처럼 국채 금리도 오늘 되돌림을 보이긴했지만,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 달러와 장기채가 안전자산의 지위를 잃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펀드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 금융 리서치기관 EPFR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내 미국 채권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최근 5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앵커> 물론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진 않겠지만, 미국의 '정체성' 달러가 흔들린다는 것 만으로도 금융시장엔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으로 집중되어있던 글로벌 자금이 분산되는 변화를 보이는데, 특히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크게 뛴 것이 눈에 띄네요?

<기자> 네, 달러가 지켜온 '안전자산'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금과 일본 엔화, 그리고 스위스 프랑인데요.

그 중에서도 스위스 프랑은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인 최근 3주 사이 달러 대비 7% 넘게 상승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유로화나 엔화의 상승률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인데요.

스위스 프랑의 가치는 2011년 유럽 부채 위기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물가 안정으로,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안정적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위스 프랑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도 최근 1달 수익률이 11%를 웃돌고 있고, 또 유로화에 투자하는 상품들도 4~5%대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모습입니다.

금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요.

전날 온스당 3,500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선 금값(6월물 선물)은 3,35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주에만 연일 100달러씩 3,400~3,500선을 돌파하는 등 올해만 33% 가까이 금값이 뛰었습니다. 실물 금 펀드로의 주간 자금 유입은 관련 데이터 취합을 시작한(2007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고요.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월가에서는 금값이 온스당 4천달러를 찍을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는데요. 예상할 수 없는 트럼프의 정책으로 당분간 금의 안전자산 지위는 견고해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 역시 미국에서 나온 자금이 어디로 가느냐일 겁니다.

글로벌 펀드의 자금 흐름이나 변화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까?

<기자> 유럽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8년래 최고치까지 반등한 반면 미국 주식형 펀드로는 자금 유출이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EPFR 데이터를 보면 가장 최근 1주간 유럽 주식형 펀드로 60억달러 유입됐고, 일본 주식형 펀드로도 20억달러 이상이 신규 투자됐습니다. 유럽 세부 국가별로는 스위스와 독일, 영국 주식형 펀드가 순유입을 기록했고요.

이머징 마켓에서는 중국 주식형 펀드로의 순유입이 여전히 강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주식형 펀드로도 글로벌 자금의 신규 유입 흐름이 4주 연속 나타났는데요.

한국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트럼프발 효과보다는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저평가 업종 일부가 주목받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증권부 조연 기자였습니다.
조연 기자 ych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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