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최대어' 이다현, 김연경 은퇴한 흥국생명 간다
[양형석 기자]
올해 FA시장에서 최대어로 불리던 이다현이 '분홍거미 군단'에 합류한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구단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들블로커 이다현과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은퇴로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던 흥국생명은 이다현을 영입하면서 재계약에 성공한 아닐리스 피치와 함께 리그 최강의 미들블로커 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흥국생명은 같은 날 FA자격을 얻은 주전 세터 이고은과도 재계약을 하면서 순조롭게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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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상선수 출혈조차 필요 없었던 FA시장의 '독보적 최대어' 이다현은 챔프전 우승팀 흥국생명을 선택했다. |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
흥국생명은 지난 2022-2023 시즌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로 이어지는 쌍포를 앞세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프전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2연승 후 3연패를 당하며 우승이 좌절됐다. 물론 3차전부터 찾아온 체력 저하도 문제였지만 포지션 별로 보면 이주아(IBK기업은행 알토스)와 김나희(수원시청)로 구성된 미들블로커가 도로공사의 배유나-정대영 콤비에게 뒤진 것이 매우 아쉬웠다.
2022-2023 시즌이 끝난 후 높이 보강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흥국생명은 2023년 FA시장에서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를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3억1000만원을 주고 영입했다. 물론 보상선수로 유망주 임혜림(흥국생명)을 보낸 것은 아쉬웠지만 김연경과 초·중·고 시절을 함께 보낸 김수지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2020도쿄올림픽까지 한국 대표팀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던 검증된 선수였다.
문제는 다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을 때 김수지의 나이가 전성기를 훌쩍 지난 30대 중반이었다는 점이다. 2023-2024 시즌 블로킹(세트당 0.45개)과 속공(40.80%) 12위, 이동공격 8위(30%)를 기록한 김수지는 챔프전에서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양효진과 이다현 콤비에 밀려 기대만큼 좋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챔프전에서 현대건설에게 3연패를 당하며 두 시즌 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작년에도 FA자격을 얻은 미들블로커 이주아가 기업은행으로 떠나면서 미들블로커 구성에 큰 어려움을 겪는 듯 했다.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를 통해 중국 출신의 장신(196cm) 미들블로커 황루이레이를 지명했지만 컵대회에서 드러난 황루이레이의 실력은 아본단자 감독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개막 직전 아시아쿼터를 교체한 흥국생명의 과감한 승부수가 대성공을 거뒀다.
흥국생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새 아시아쿼터로 뉴질랜드 출신의 미들블로커 피치를 영입했고 피치는 블로킹(세트당0.82개)과 이동공격(52.96%) 2위에 오르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피치는 챔프전에서도 세트당 1.00개의 블로킹과 함께 5경기에서 52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챔프전 5경기에서 16득점에 그친 김수지의 후계자 육성은 여전히 흥국생명의 숙제로 남았다.
피치와 함께 최강의 '트윈타워' 구축
흥국생명이 김수지의 대안으로 선택한 이다현은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다. 프로 지명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고교 시절부터 멀티 포지션을 시도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이다현은 어린 시절부터 같은 포지션으로 활약하면서 미들블로커로서 기본기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중앙에는 이미 양효진과 정지윤이라는 확실한 주전이 있었다.
양효진과 정지윤에 밀려 프로 입단 후 2시즌 동안 벤치 멤버로 활약했던 이다현은 정지윤이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한 2021-2022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했고 곧바로 미들블로커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됐다. 그렇게 양효진과 함께 V리그 최고의 '트윈타워'를 구축하며 리그 정상급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던 이다현은 2023-2024 시즌 프로 입단 후 6시즌 만에 처음으로 챔프전 우승을 경험했다.
우승의 기쁨과 별개로 개인 성적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던 이다현은 FA를 앞두고 철치부심하며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정규리그 34경기에 320득점을 기록한 이다현은 블로킹(세트당0.84개)과 속공(52.42%) 부문에서 모두 리그 1위에 올랐다. 뛰어난 미들블로커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블로킹과 속공에서 모두 1위에 오른 선수가 탄생한 것은 2021-2022 시즌의 양효진 이후 이다현이 3년 만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우뚝 서고 생애 첫 FA자격을 얻은 이다현은 '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으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2024-2025 시즌 블로킹 1,2위이자 정규리그 미들블로커 부문 베스트7 수상자인 이다현과 피치를 모두 보유하게 됐다. 김연경과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양 날개의 큰 공격에 의존했던 흥국생명이 미들블로커 중심의 팀으로 변모하게 된 셈이다.
한편 현대건설은 핵심 선수인 이다현이 팀을 떠나면서 엄청난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심지어 이다현은 2024-2025 시즌 연봉 4000만원으로 C등급 FA였기 때문에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으로부터 보상 선수를 지명할 수도 없다. 여기에 양효진마저 FA자격을 얻었고 나현수는 중앙과 오른쪽을 오가는 멀티 자원이기 때문에 현대건설은 미들블로커 세대교체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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