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도 의사·변호사 될 수 있는 꿈 가져야"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사회자: 이제 정용철 교수에게 다시 돌아와서 얘기를 더 해보자. 정 교수는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다른 입장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해가 있다면 풀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었는지 말해 달라.
스포츠혁신위원회 때처럼 어마어마한 기회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또 최저학력제나 이런 것은 당시 이영표 위원이나 김화복, 이용수 선생님은 반대했다. 저도 최저 학력제라는 족쇄가, 최저라는 말 자체가 모욕적으로 느껴졌다.
정용철: 박재현 교수 말처럼 스포츠혁신위원회 같은 어마어마한 기회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또 최저학력제나 이런 것은 당시 이영표 위원이나 김화복, 이용수 선생님은 반대했다. 저도 최저 학력제라는 족쇄가, 학생 선수가 너무 공부 안 하니까 하는 것이었지만, 최저라는 말 자체가 너무 모욕적으로 느껴졌다.
지금 우리나라 체육계에 파워 엘리트 5명이 있는데, 이들은 정말 극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이다. 저는 성공하지 못한 수많은 영혼을 일상적으로 만나고 상담하는데,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장익영 교수 말처럼 혁신위도 증세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때를 기억하면 불량품이 나오면 공장을 멈춰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구조를 보자는 것이었다. 전체 시스템의 피해자들을 쉬운 방법으로 모멸하는 게 아니었고, 장 교수 얘기처럼 원인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거기부터 출발하자고 의견일치를 했다.
혁신위 학교 스포츠 정상화 권고는 혁신위 100개 과제 중 50개가 담겨 있다. 욕 많이 먹고, 또 몇 가지 관철하려고 노력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문이 있었다. 권고안에서 제가 핵심적으로 강조했던 것은 '선수 학생, 학생 선수' 이러지 말고, '선수와 학생'의 벽을 없애자는 것이 원래 의도였다. 박 교수와 장 교수와 문제의식은 비슷했다.
사회자: 네 그렇군요. 서로 이런 자리를 통해 얘기하면서 해명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스포츠 클럽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운동부고, 운동부를 영어로 하면 스포츠 클럽이다. 결국 학교 운동부나 학교 스포츠 클럽이나 같은 말인데, 같은 개념을 가지고 엘리트 스포츠는 학교 운동부라고 하고, 일반 학생이 운동하는 것은 학교스포츠 클럽 활동이라고 구분해 놓았다. 법과 제도까지 만들어 놓은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박재현: 정용철 교수가 매우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다. 용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 학생의 체육 참여'와 '체육특기자의 학습', 이렇게 구분을 한번 해놓으면, 한 번 나뉜 것이 다시 개념을 합치기는 쉽지 않다.
학교 스포츠클럽이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다. 스포츠클럽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운동부고, 운동부를 영어로 하면 스포츠클럽이다. 결국 학교운동부나 학교스포츠클럽이나 같은 말인데, 같은 개념을 가지고 엘리트 스포츠는 학교 운동부라고 하고, 일반 학생이 운동하는 것은 학교스포츠 클럽 활동이라고 구분해 놓았다. 법과 제도까지 만들어 놓은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서정화 변호사나 장희진 선수의 예전 사례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AI 시대에 운동선수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받는 교육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학생들에게까지 일정한 수준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가? 학생선수의 학력이 부족하다면,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능이 부족하였을 수도 있고, 사회적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학업성적이 이유를 운동부 활동 때문이라고 전제하는데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대회출전을 금지하면 저절로 학력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가령 운동선수가 공부 열심히 해서 수능 400점 만점에 380점을 맞았다고 해도 법대나 의대에 입학 할 수 없다. 체육계 단일 영역으로만 지원해야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면서,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대학의 체육과에 진학한다거나, 운동선수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운동선수 출신이 올림픽에 가서 메달도 따고, 의사나 변호사도 된다는 외국 사례를 말하지만, 우리는 제도 자체가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공부 못하면 운동하지 말라고 한다.
사회자: 그렇군요.
정책을 만들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다. 정책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원래 의도는 아이들이 정말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 이해 집단들 간에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발생한다. 어떠한 부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처음부터 성찰하고 충분히 숙고하지 않았을 때 문제가 커진다.
장익영: 정책을 만들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다. 정책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원래 의도는 아이들이 정말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 이해 집단들 간에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발생한다. 울리히 벡(Ulrich Beck)이 언급한 것처럼, '위험사회'는 바로 성찰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사회를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아무리 유익한 기술이나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사전에 성찰하지 않는다면, 그 위험은 결국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우리를 위협하게 된다.
따라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이나 정책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까지도 초기 단계부터 충분히 고려하고 성찰하는 태도이다. 이러한 성찰이 결여될 경우, 위험은 언제든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현실화되어 감당할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자: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 주시죠.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해도 프로로 가는 아이들은 1~2명이다. 대학에 1~2명 가면 나머지는 생업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든, 취직을 하든 좌절하지 않는다. 졸업식에 가보면 선수의 길을 가지 않아도 그들은 당당하고 즐겁다. 운동을 통해서 기운을 받고,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오태규: 일본 오사카 총영사를 하면서 고시엔에서 우승한 한국계 교토 국제학원에 자주 가봤다. 선수가 30명 정도 되는데, 전국에서 올라와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수업을 다 하고, 수업 전이나 후에 운동을 한다. 학습을 하면서도 운동은 플러스 알파를 한다. 이런 시스템으로 가지 않으면, 여러 선생님이 얘기했던 운동선수의 다양한 길이 성립할 수 없다.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해도 프로로 가는 아이들은 한 두명이다. 대학에 한 두명 가면 나머지는 생업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든, 취직을 하든 좌절하지 않는다. 졸업식에 가보면 선수의 길을 가지 않아도 그들은 당당하고 즐겁다. 운동을 통해서 기운을 받고,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우리는 대학이나 프로 선수가 안 되면 인생 낙오자가 된다. 선수가 아니어도 일반 시민으로, 직업인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들이 여기서 얘기하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
공부를 못하면 출전을 금지하는 페널티를 주고, 이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운동의 꿈을 가진 선수들조차도 날개를 꺾는 일이 생긴다. 운동선수도 은퇴 후 의사나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운동을 끝내고 학원에 가서 수학, 영어 공부도 하고, 이런 다양한 선택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기성세대의 역할이다.
박재현: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오면서 담임 선생님 얼굴을 제대로 못 보고 운동만 했다. 정용철 교수 등 여러 사람의 노력 덕분에 이제는 선수들이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수업을 다 듣고, 방과 후에 자기 종목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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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스포츠 클럽 활동 |
| ⓒ 문체부 보도자료 |
기자로서 반성을 하게 된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 미디어도 현장을 좀 더 디테일하게 취재해 보도해야 한다.
사회자: 저도 기자로서 반성을 하게 된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 미디어도 현장을 좀 더 디테일하게 취재해 보도해야 한다.
김완태: 직업이 다양해졌고, 좋아하는 일 그리고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제도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학습권이 중요하고, 또 그것이 학생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커리큘럼,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장익영: 운동에 소질 있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지식이냐(국영수), 아니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양이냐가 구분돼야 한다. 고교 학점제가 시행되면서 체육도 6개 이상의 교과목으로 구성되는데, 실효성 얘기가 나온다. 정말 운동에 재능 있는 친구들한테 필요한 게 뭐냐, 이 부분에 대해서 진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부분들에서 최저 학력제는 어떤 형태의 용어든 좀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학교 체육, 엘리트 체육의 문제는 사실 서울대, 연대, 고대 등 명문대학의 입시제도를 바꾸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사회 배려자나 다문화가정자녀를 위해, 성적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입학 기회를 주듯이 체육 우수자 전형을 만든다면 가능하다.
박재현: 짧게 첨언하면, 학생 선수나 학교 체육, 엘리트 체육의 문제는 사실 서울대, 연대, 고대 등 명문대학의 입시제도를 바꾸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사회 배려자나 다문화가정자녀를 위해, 성적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입학 기회를 주는 입시제도를 운영하듯, 서울대 법대, 연세대 의대에서 체육 우수자 전형을 만든다면 가능하다. 그러면 운동선수들에게 공부를 강제하지 않더라도, 운동을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운동선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런 제도적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스포츠혁신위를 돌이켜보면 가장 뼈 아픈 실패는 서로에 대한 일종의 악마화다. 저희가 대한체육회와 대화 전혀 안 했다. 반대로 저쪽에서는 우리를 머리에 뿔 난 애들, 빨갱이들 막 이러면서 굉장히 악마화했다. 그런 불신과 악마화 때문에 좋은 어떤 솔루션들이 안 나왔던 것 인정한다.
정용철: 오늘 얘기 들으면서 혁신위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돌이켜보면 가장 뼈 아픈 실패는 서로에 대한 일종의 악마화가 좀 있었다. 저희가 대한체육회와 대화 전혀 안 했다. 대한체육회에서 몇 번 오고 그랬는데 저희가 거부했다. 그러니까 반대로 저쪽에서는 우리를 머리에 뿔 난 애들, 빨갱이들 막 이러면서 굉장히 악마화했다. 그런 불신과 악마화 때문에 좋은 어떤 솔루션들이 안 나왔던 것 인정한다.
저는 솔직히 엘리트 스포츠 너무 중요하고 좋아한다. 제가 얘기한 것도 엘리트 죽이기가 아니라 엘리트 살리기다. 당시 일주일에 회의 5개씩 하면서 1년 동안 죽을둥 살둥했다. 그게 다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남아 있는 것 가운데 학습권, 최저 학력제에 대해서는 네거티브가 많다. 하지만 학습권은 인간의 기본 권리다. 제가 마음 아픈 것은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그 발달 단계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하는 인간으로의 어떤 권리를 박탈당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엘리트 스포츠도 잘 되고, 태어나면서부터 국민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짜 우리의 공적 목표였다. 이 좋은 것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리게 하기 위해서 더 고민하자. 그런 점에서 저는 오늘 이야기가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정 교수의 말씀 감명 깊게 들었다. 운동하는 학생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면 안된다. 박재현 교수는 현장에서 아이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그것도 100% 동감한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체육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받치는 토대로 기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늘 토론이 학교 체육 문제에 대해 정교한 해법을 만드는 과정에 도움이 되고, 새 정부의 체육 당국자들에게도 인사이트를 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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