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혐오 발언에 처참, 극우·반페미니즘 극복 해법 마련해야"

류승연 2025. 5. 3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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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양이현경 여연 공동대표 "여성 의제 실종된 대선 우려,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은 긍정적"

[류승연 기자]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 양이현경 대표 제공
지난 27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대선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성폭력적 여성 혐오 발언을 꺼내들었을 때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공동대표는 "처참한 심경"이었다고 회고했다. 29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다.

여연이 출범해 '성폭력 근절' 목소리를 내 온 게 벌써 38년째다. 그런데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기 위해 마련된, 전국민 모두가 시청하는 공개 방송에서 대선 후보가 '검증'을 이유로 성폭력적 발언을 내놓는 게 여전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의 돌발 발언이 이번 대선 국면에서 양이 대표가 느낀 참담함의 전부는 아니었다. 6.3 대선을 앞두고 여성 의제가 실종되다시피 한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번 대선이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급하게 치러지게 된 탓도 있지만, 그동안 성평등에 목소리를 내왔던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적 침묵도 한 몫 했다.

실제 직전 대선과 달리 민주당이 선정한 '10대 과제'에서 여성 의제는 제외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조차 민주당에서 이탈한 2030 남성 표심을 달래기 위해 '남성 역차별'을 언급하고 있다. 양이 대표는 "여성을 향한 사회의 구조적 차별은 여성이 맡게 되는 지위, 임금만 봐도 알 수 있다"면서 "구조적 차별은 여전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당이 여성가족부(여가부) 대신 만들겠다고 공약한 '성평등가족부'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여성 공약은 왜 없냐'고 해서 대선 막판에 내놓은 것"이라면서도 "확대 개편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평등가족부에 '윤석열 정부 때 깎였던 예산의 복원'과 '돌봄 사회에 대한 명시적인 선언'을 주문했다. 또 사회에 만연한 혐오 극복을 위해서라도 차기 대통령이 사회 통합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양이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이준석 선 넘었다" 여성 운동가의 일침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 판교 유세 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후보가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유스페이스 야외광장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이정민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발언으로 여성 혐오 발언이 전파를 탔다. 어떻게 바라봤나?

"너무 참담한 심경이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1987년 창립해 38년간 성폭력 근절, 인권 증진과 같은 여성 운동을 해왔는데 여성 혐오 발언들이 대선주자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참혹했다. 온라인에서 나오는 폭력적인 얘기들은 심각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지 않나. 그런데 한 나라의 국정을 운영할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또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방송에서 성폭력적 혐오 발언이 올라오는 걸 보니 한국 정치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스러웠다. 이준석 후보가 선을 넘었다."

- 이준석 후보는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여가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먼저 여성단체들은 젠더갈등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왔을 때 '사용하지 말아야 할 단어'라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서로가 어느 정도 동등한 위치에 있었을 때 하는 게 갈등이다. 그런데 여성단체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해소하고 권리를 증진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남녀를 동일선상에 두고 갈등 프레임을 씌우는 건 맞지 않다. 물론 이런 프레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공연히 나오는 것도 사실이고, 이를 공신력 있는 정치판으로 옮겨온 건 이준석 후보다. 굉장히 우려가 크다."

- 요즘은 민주당 입장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이번 6.3 대선을 앞두고 나온 10대 과제에서 여성 정책 관련 내용은 빠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남성 역차별'을 말하며 공무원 시험의 예를 들어 "어떤 성별이든 일정 비율 이하가 되지 않게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매우 걱정스럽고, 우려스럽다. 여성 단체가 '여성 할당제'를 요구했던 이유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을 사회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성 국회의원들이 적다는 것은 수치로 나타난다. 회사에서 여성이 맡게 되는 지위, 임금만 봐도 안다. 그 연장선상에서, 바로 떠오르는 남성을 향한 구조적 역차별 사례가 있나?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겠지만 이 후보가 언급한,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들이 높은 성적으로 합격해 결과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걸 구조적 차별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 이 후보는 또 "지킬 수 없는 공약은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 "내각에 여성 구성 30%를 넘기겠다고 약속을 못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왜 유독 여성 관련 영역에서만 실현 가능성을 이야기하나? 다른 영역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울 목표도 제시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여성 정치인 수를 확대하자는 건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다. 그런데도 지켜지질 않으니 여성들은 정부와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 때마침 민주당이 전날(28일) 공약집을 발표했다. 그 중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공약이 포함됐다. 이 내용을 평가한다면?

"과거 이 후보 공약보다 훨씬 후퇴했다. 이전에는 10대 과제를 선정할 때 '여성이 안전한 평등 사회' 기조가 있다. 지금은 없다. 민주당이 여성과 소수자가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없다. 심지어 성평등가족부조차 많은 사람들이 '여성 공약은 왜 없냐'고 해서 대선 막판에 내놓은 것 아닌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기존보다 여가부를 '확대 개편'하겠다고 한 점에는 좋게 평가하고 싶다."

- 기존 여가부와 비교할 때 앞으로 성평등가족부가 맡아야 할 역할은?

"현재 여가부는 여성 정책과 기획, 청소년 정책과 가족 정책, 권익 증진 등 역할을 맡고 있다. 여기서 먼저 업무 내용을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가부가 담당하는 성 주류화 정책과 성별 영향평가는 특히 재정비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때 깎인 예산들도 복원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방 교육 예산을 되돌려야 한다. 또 여가부 사안은 아니지만, 고용노동부 산하에 있던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예산도 복원해야 한다. 여성 노동자들을 상담해주던 곳인데 예산이 전액 삭감돼 폐지됐다.

그보다 크게는, 우리 사회에 '돌봄'이라는 키워드가 급부상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돌봄은 아이부터 본인, 노인들까지 모두에게 필요하고 모두가 돌봄을 주고 받을 권리가 있으며, 서로를 돌보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비전 말이다."

- 다음 대통령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의 민주주의, 시민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단순히 여성 영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란을 겪으면서 발생한 서부지법 폭동 사건과 이번 이준석의 혐오 발언의 공통점은 사적 영역으로 제한돼야 할 말과 행동이 공개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극우나 반 페미니즘 등 서로를 향한 혐오로 가득하다. 지난 4월에는 건대입구역 근처에서 혐중 시위까지 있지 않았나. 하지만 모두와 어울려 살아야 하는 게 또한 사회다. 정치인들이 말로만 '통합'을 이야기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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