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경고장…美와 상호관세 협상 앞둔 韓 '새우등' 신세
중국이 한국 기업에 자국 희토류를 활용한 완제품을 미국 군수업체에 팔지 말라고 경고한 건 중국이 제3국 수출 통제에 나선 첫 사례다. 지난 4일 미국의 초고율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희토류 7종의 대미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한 중국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른 나라도 통제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의 느닷없는 경고에 24일 미국과의 ‘2+2 무역협의’를 앞둔 정부는 고민이 커졌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미국에서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중국의 이익을 희생하는 거래를 할 경우 반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에서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전력 설비, 항공우주기업 ‘초비상’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기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군수업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로 당장 비상이 걸린 건 국내 변압기 등 전력 설비 생산업체다. 중국 당국에서 해당 공문을 수령한 전력 설비 제조사 A사는 완제품이 군수용이 아닌데도 계열사와 관계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품목 중 ‘이중용도(민·군 겸용) 물품’이 섞여 있는 경우 중국 당국이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압기에 부착되는 전자·전력제어 설비엔 중국산 중희토류가 적지 않게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아직 중국의 요구 수위가 높지 않다고 보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다르다. 자칫 중국 수출 통제를 어겼다가 희토류 공급이 끊기면 제품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방산기업에 기체, 엔진, 항공전자장비 등을 납품하는 항공우주업체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항공기 동체에 쓰이는 스칸듐 등의 중국산 수입 비중은 70%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는 ‘미국에 팔지 않겠다’고 서약해야 희토류를 공급받을 수 있는데, 중국산 희토류와 미국 시장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셈이다. 전기차와 의료 설비 분야도 비상이 걸렸다. 예를 들어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고성능 영구자석에는 중국산 사마륨과 가돌리늄, 디스프로슘 등 대미 수출을 통제한 희토류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 제3국 수출 통제 본격 칼 꺼내든 中
그동안 제3국 수출 통제는 서구권, 특히 강대국인 미국이 북한 러시아, 이란 등 적국을 상대로 사용해온 ‘보도(寶刀)’였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수출 통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중국은 세계 4대 수출 통제 체제인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호주그룹(AG) 중 NSG에만 가입했다. 중국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우회 수출을 통제할 때도 “제3자가 중국과 정상적인 무역을 펼치는 데 장애물을 만들고 함부로 간섭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제3국 수출 통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한국 기업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 중국산 원료를 수입하는 다른 나라에도 똑같은 요구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중국이 미국 민간 기업으로도 제3국 수출 통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역안보관리원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1월 미국을 참고해 수출 통제 리스트를 마련했다. 통제 가능 물품은 항공우주, 전자, 컴퓨터 등 10대 분야에 걸쳐 7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아름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작년 10월 미국의 무역 통제 제도를 벤치마킹해 수출 통제 관련 하위법령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제3국 수출 통제
자국 또는 수출국 외 다른 국가(제3국)를 경유하는 수출에 대해 반출을 제한하거나 허가제로 관리하는 수출 통제 규정. 전략물자나 이중용도(민간 및 군사용) 물품의 유출을 막기 위해 활용된다
김리안/김대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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