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수도권 과밀화 억제`, 대선서 논의하긴 늦은거 아닐까요?

임재섭 2025. 4. 22. 17: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 20년 묵은 정책 재탕
'인구 절벽'에 과밀화 아닌 빈집 걱정할 판
긴 호흡으로 미래 바라본 공약 제시 필요
세종시 아파트 단지들 모습. [연합뉴스]

여러 대선 주자들이 오는 6월 조기 대선을 맞아 충청권 표심을 얻겠다며 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 공약을 앞다퉈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19일 "일단 용산 대통령실을 쓰면서 청와대를 신속히 보수해 들어가는 게 좋겠다, 장기적으로는 세종이 종착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세종을 행정수도의 중심으로 완성하기 위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내에 건립하겠다'고 공약한 것에서 이틀 만에 말이 달라진 것이지만, 어쨌건 세종으로 행정수도를 완전히 옮기겠다는 기조엔 변함이 없었다. 개혁신당에서도 이준석 대선 후보가 "세종시에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 건립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강하게 주장해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겼던 국민의힘만 입장이 어정쩡한 상황이다.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옮기자는 논리는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해야 한다는 전제에 따라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주장돼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며 세종시의 밑그림을 그린 게 시작이다. 세종시에 정부청사가 생겼지만 행정수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이전되지 않았고, 수도권 과밀화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제라도 행정수도를 완전히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많은 기관이 세종으로 이동했음에도, 수도권 과밀화 정도를 20년 전과 비교하면 서울 인구만 약간 줄었을 뿐, 수도권 과밀화는 억제되지 않았다. 수도권 과밀화와 균형발전을 위해 특징 지역에 예산을 들여야 한다는 논리도, 그 말이 지역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도 여전히 그대로다. 오히려 경기도로 전입하는 인구가 크게 늘면서 1400만명에 육박, 수도권 전체의 과밀화는 더 심해진 상황이다. 행정수도의 세종 이전이 수도권 전체의 과밀화를 해소에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상황이 더 악화됐으니 더 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졌는지도 슬슬 의문스럽다.

그렇다면 20년이 지난 지금 수도권 과밀화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일까.

당장 지금만 바라보지 않고 조금만 먼 미래를 바라본다면 수도권 과밀화를 논하는 것 자체가 사치인 시대가 오고 있다. 바로 급격한 저출산 사회로 인해 20년 전 시작된 인구절벽이 이제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2004년 초등학생 수는 411만명, 2014년 초등학생 수는 272만 명이었다. 2024년 초등학생 수는 249만명으로 감소 폭은 줄었으나, 2014년의 초등학생들은 이미 고등학생·대학생이거나 사회로 진출했다. 지금도 수도권 이남 지역은 청년층이 거의 없는 인구소멸지역이 상당하기에 더 이상의 대대적인 이촌향도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본다면, 산술적인 계산만으로도 수도권 과밀화는 인구감소로 인해 자연스럽게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공급 문제 등 인구 밀집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도 일부 도심지역을 제외하면 옛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인구가 급감하는 과정에서 경기권을 중심으로 거주할 사람을 찾지 못해 무더기로 생겨난 빈집이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위성도시의 유령도시 현상이 한국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한 범죄 노출 우려 증가나 각종 사회 문제 발생 등이 오히려 예방하고 대응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

논의가 시대 흐름에 맞게 간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 인구 증가 시대에 맞춰진 각종 산업구조를 뜯어고쳐 줄어들 인구구조에 최적화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시대 흐름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무제한 이민을 받아들여 인당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 아니라면 젊은 층의 인당 소득을 끌어올릴 방안도 제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종 연금 등 사회보험이 부실해지면서 더 큰 고통을 감내하는 개혁을 해야만 한다. 이미 건강보험은 기금 고갈(2028년 예상)이 코앞이다.

조기대선으로 선거가 코앞인 현실에서 멀리 보는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생소한 개념을 꺼내 유권자를 설득하려는 시도도 물론 부담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개선도 없이 20년도 더 묵은 논의만을 반복되는 정치권보다는, 미래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생산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국민들이 선거를 기다리는 이유는 구름 같은 팬덤을 이끄는 정치인들의 쇼맨십을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닌, 내 삶이 어떻게 바뀔지 '희망을 듣고 싶어서'일 것이다.임재섭기자 yj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