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설계, 현지 노동자가 만든 다리... 고원에서 해안으로

이상기 2025. 4. 2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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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불교유산 찾아가기 ⑬] 고원의 엘라와 해안의 마두강

지난 2월 3일(월)부터 10일(월)까지 8일간 스리랑카를 여행했다. 여행의 주제는 불교 문화유산 답사다. 스리랑카는 소승불교로 알려진 상좌부불교의 종주국이다. 이번엔 스리랑카 중부 삼림지대를 답사하고 바닷가로 나왔다. 그 과정에서 만난 나인 아치 브리지, 라바나 폭포, 마두강 호수와 맹그로브 숲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들은 스리랑카 역사와 자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기자말>

[이상기 기자]

 나인 아치 브리지에 기차가 정차한 모습
ⓒ 이상기
누와라 엘리야에서 9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다리로 가기 위해서는 구불구불 산길을 끝없이 가야 한다. 중간에 반다라웰라(Bandarawela)에서 잠시 쉬어간다. 누와라 엘리야에서 반다라웰라까지 동남방으로 내려왔다면, 반다라웰라에서 아치 다리까지는 동북방으로 올라가야 한다. 산악지형이어서 골짜기를 따라 길을 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중간에 엘라(Ella)라는 도시를 지난다. 엘라는 바둘라(Badulla) 지역의 작은 도시로 해발이 1,041m쯤 된다. 엘라는 9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다리를 찾는 사람들이 잠시 들러가는 거점도시다. 그래서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많다.

엘라는 콜롬보에서 바둘라까지 이어지는 철도인 메인 라인(Main Line)의 75번째 역이다. 콜롬보로부터의 엘라까지 거리는 271㎞쯤 된다. 엘라에서 다음 역인 데모다라(Demodara)까지는 6.7㎞쯤 떨어져 있는데, 이 구간에 터널이 많고, 루프(Loop)식 터널이 지나가기도 한다.

엘라 북동쪽으로 삼림보호구역이 있는데, 동쪽 끝에 9개 아치 다리가 놓여 있다. 그래서 9개 아치 다리를 보기 위해서는, 엘라역에서 기차를 타고 짧게는 데모다라역까지, 길게는 바둘라역까지 간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아치 다리를 그냥 지나치거나 1분 정도 잠깐 정차할 수 있다.
 다리 밑에 만들어진 9개의 아치
ⓒ 이상기
우리 일행은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엘라에서 B113번 도로를 이용해 9개 아치 다리로 간다. 그렇지만 다리까지 가는 길은 좁고 굴곡이 심하기 때문에 버스가 들어갈 수 없다. 툭툭(현지 교통수단)에 3명씩 나눠타고 들어가야 한다. 어떤 곳에서는 길이 좁아 툭툭끼리 교차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툭툭이 도착한 곳이 '나인 아치 카페'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기차를 기다린다. 바로 기차가 지나간다고 하니 사람들이 철길 옆으로 이동한다. 곧이어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도착한다. 이 기차는 잠시 정차를 하고, 1분 정도 쉬었다 간다.

앞으로 50분 후면 또 한 대의 기차가 지나간다고 안내한다. 기다리기 지루하지만 두 번째 기차도 보고 가기로 한다. 그 바람에 다리를 두어 번 건너고, 다리 아래로 내려가 보기도 하고, 카페에서 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나인 아치 브리지는 영국인의 설계와 감리하에 스리랑카 노동자들에 의해 1919년 완성되었다. 협곡 사이에 9개의 아치를 만들어 그 위로 철도가 지나가게 한 일종의 고가교(高架橋: Viaduct)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완공이 늦어졌다고 한다.
 그림으로 표현한 나인 아치 브리지
ⓒ 이상기
이 메인 철도는 1867년 콜롬보에서 칸디까지 연결되었다. 그것은 식민통치에 필요한 교통과 통신의 연결 필요성 때문이었다. 1885년에는 나누오야(Nanu Oya)까지 연결되었다. 그것은 중부 고원지대 차 농장을 연결해 생산된 차를 콜롬보로 반출하기 위해 확장되었다. 여기에 더해 고원지대에서 휴가와 여가를 즐기려는 영국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리고 1919년 나인 아치 브리지가 완공되고, 1924년에는 철도가 바둘라까지 연결되었다.

나인 아치 브리지를 지나면 바로 또 터널이 있다. 그래서 기차가 들어오기 전에 터널에도 한 번 들어가 본다. 길이가 길지 않아 끝이 보인다. 이 철도는 단선이고 디젤기관차로 운행하기 때문에 속도는 느린 편이다. 다리 위로 기차가 지나갈 때도 다리 옆으로 피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나인 아치 브리지는 기차를 타고 지나가는 관광객보다, 다리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더 많은 실정이다. 11시 15분쯤 또 한 대 기차가 들어온다. 이번 기차는 이곳에 잠시 서질 않기 때문에 좀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그렇지만 내가 탄 완행열차보다도 느린 속도로 지나간다.

라바나 폭포에서 잠시 쉬어 가다
 라바나 폭포
ⓒ 이상기
나인 아치 브리지를 보고 나서 엘라 시내로 돌아와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 버스를 타니 에어콘이 고장이다. 그동안 덥다고 에어콘을 지나치게 사용한 모양이다. 그런데 엘라에는 부품이 없어 고칠 수도 없단다. 잠시 반다라웰라로 가 고쳐본다고 하더니 그것도 안 되는 모양이다.

결국 더위를 참고 해안도시 벤토타(Bentota)까지 가기로 한다. 벤토타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먼저 키린디(Kirindi) 강을 따라 웰라와야(Wellawaya)까지 간다. 그곳에서 A2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파도케마(Padawkema)까지 간다. 여기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마탈라(Mattala)까지 간 다음, E1 고속도로를 타고도 한참을 더 가야 한다.

다행히 키린디 강이 A23 도로와 만나는 곳에 라바나 폭포가 있어 잠시 쉬어간다. 이 폭포는 계단식으로 길게 떨어진다. 그 때문에 낙차가 가장 큰 곳이 25m 정도 된다. 또 건기여서 그런지 수량이 많지는 않다. 라바나라는 폭포 이름은 앞에 민속춤을 설명하면서 언급한 《라마야나》에 나오는 (스리)랑카의 왕 라바나에서 따왔다.

라바나는 시타를 납치해 폭포 뒤 동굴에 유폐시켰는데, 그곳이 라바나 폭포와 동굴로 알려져 있다. 더 나가 라바나 왕이 폭포수가 모여 만들어진 연못에서 목욕하는 시타를 위해 악기를 연주했다고도 한다.
 벤토타 시나몬베이 호텔 수영장 너머로 바다(인도양)가 있다.
ⓒ 이상기
라바나 폭포에서 4시간 이상 걸려 겨우 벤토타 인근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오산이었다. 그래서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마탈라 톨게이트 주변 화장실을 잠시 이용한다. 이때 화장실 주변에서 스리랑카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공작새를 볼 수 있었다.

벤토타에 도착하니 날은 어두워졌고, 마두강(Maduganga) 보트 탐사를 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저녁을 먹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불쇼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식사 후 해변을 산책한 다음 마두강 하구에 있는 마두강가 호수에서 보트 탐사를 하게 되었다.

마두강 보트 탐사
 마두강 호수의 멩그로브 숲 터널
ⓒ 이상기
마두강은 동쪽의 고원지대에서 발원해 서쪽 발라피티야(Balapitiya) 해안에서 인도양으로 들어가는 길지 않은 강이다. 그렇지만 하구에 맹그로브 숲이 형성된 커다란 호수가 있어 동식물 다양성을 보여주는 생태의 보고다.
호수 주변에는 303종의 식물과 248종의 동물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새로는 백로와 왜가리, 물총새와 가마우지가 있다. 희귀종으로는 원숭이, 악어, 거북이, 비단구렁이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호수에 맹그로브 숲이 무성해 어류의 산란과 부화 그리고 생육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마두강 호수의 악어와 가마우지
ⓒ 이상기
마두강 호수는 장마철에 물을 저장해 홍수를 방지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호수에는 15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으며, 그중 마두와 섬이 가장 크다. 그리고 코트두와 섬에는 라자마하 사원이 있다. 이 사원에는 한때 부처님 치아사리가 모셔진 적이 있다고 한다.
섬의 주민들은 대개 시나몬을 재배하면서 살고 있다. 일부는 물고기를 잡아 생업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마두강 호수에서 관광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마두강 크루즈를 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관광객을 보트에 태워 생태관광을 시켜준다.
 마두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
ⓒ 이상기
우리는 보트를 타고 1시간 정도 마두강 호수와 마두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를 돌아볼 수 있었다. 보트는 마두강 하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호수로 들어가려면 세 개의 다리를 지나야 한다. 그중 하나는 콜롬보에서 갈레로 이어지는 철도의 철교다. 그런데 수면과 다리 상판 사이 공간이 적어 머리를 숙여야 한다.

호수에 들어가서는 넓은 호수를 시원하게 달린다. 그리고 나서는 맹그로브 숲 터널을 가로질러 간다. 맹그로브 뿌리 주변에는 물고기 치어들이 놀고 있다. 호수에는 어부들을 위한 수상가옥도 보이고, 정치망도 설치되어 있다. 과일과 식료품 그리고 음료수를 파는 가게도 있다.

호수 탐사를 끝내고는 마두강 하구로 간다. 마두강 호수가 크고 넓은 데 비해 하구는 폭이 그렇게 넓지 않다. 하구 양쪽으로 야자수가 자라고 끝에는 바위가 있고, 수심이 오히려 얕아지는 것 같다. 왜냐하면 물속의 모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 마두강을 따라 내려온 모래가 하구에 쌓이면서 안쪽으로 커다란 호수가 형성된 것 같다. 마두강 호수 습지는 2003년 람사르 협약에 가입해 보호되고 있다. 2025년 현재 람사르 협약에 가입된 전 세계 습지는 모두 2531곳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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