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을 무력화시키는 3가지 방법…해임 외에 다른 대안은?

권성희 기자 2025. 4. 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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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부터 연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압박하며 실제로 해임할 수 있는 방법까지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나는 잘 맞지 않는다.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2025.04.18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오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파월 의장에게 "큰 패배자"(major loser)라며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지난 17일에는 트루스소셜에 "그(파월 의장)의 임기가 하루라도 빨리 종료돼야 한다"는 글을 게시해 노골적으로 파월 의장의 중도 사퇴를 바란다는 뜻을 시사했다.

지난 18일에는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실제로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에 직접 지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파월 의장의 통화정책 신념이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목표와 맞지 않을 때는 자주 불만을 표시해왔다.

특히 파월 의장이 지난 16일 공개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고용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 수위는 한층 고조됐다.

파월 의장은 당시 연설에서 연준의 독립성은 "법적 문제"라며 "연준 인사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파월 해임한다면 사유는?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이며 파월 의장은 임기 만료 전에 자진 사임할 뜻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3가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첫째는 파월 의장 해임을 단행하는 것이다.

연준 관련 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연준 의장을 비롯한 이사들을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해임할 수 있다. 문제는 "정당한 사유"라는 해임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치적 의견 차이는 "정당한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부 법학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직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잘못 판단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것이 파월 의장에 대한 정당한 해임 사유로 인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든 파월 의장을 해임한다면 이는 기나긴 법적 싸움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며 이 과정에서 연준의 권위는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의장직에서만 해임하고 연준 이사직은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해임과 관련한 사안 하나하나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해임권 제한 판례 뒤집으려 시도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는지와 관련해 최근 미국 대법원에서는 주목되는 한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그윈 윌콕스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PB) 위원과 캐시 해리스 공무원 성과체계보호위원회(MSPB) 위원장을 해고한 것이 정당했는지 여부에 대한 심리다.

(시카고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시카고 경제클럽에 참석해 가진 연설서 “관세는 적어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5.04.17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시카고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미국 대법원은 이미 1935년에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윌리엄 험프리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을 해임한데 대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FTC 관련 법에 따라 FTC 위원은 "비효율성, 직무 태만, 부정 행위"로만 대통령에 의해 해임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법률학자들은 이 판례가 연준과 같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관의 위원들을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해임하지 못하도록 막는 보호막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윌콕스 위원과 해리스 위원장에 대한 해임 사건으로 이 판례를 뒤집을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

'그림자 의장' 만드는 방법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않더라도 파월 의장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다른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파월 의장의 후임자를 조기에 지명해 공개적으로 띄워주는 것이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파월 의장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두번째 방법이다.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가 공개적으로 파월 의장과 상반된 입장을 취하며 향후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주입한다면 파월 의장은 조기에 레임덕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그림자 의장' 전략은 당장 금리 인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흡족하지 않을 수 있다. 또 통화정책은 연준 의장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12명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합의에 따라 이뤄지는 것인 만큼 파월 의장 후임자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만큼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파이퍼 샌들러의 미국 정책팀장인 앤디 라페리에르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우려는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워싱턴을 완전히 뒤집어 놓으려는 의지를 가진 대통령을 보고 있다"며 "관세율을 올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무시했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는데 마찬가지로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무시한다면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희생양 삼을 수도
반면 핌코의 애널리스트들은 "파월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와 압박이 고조되고 있지만 실제로 파월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법적인 분쟁과 시장의 충격(특히 채권시장의 혼란)을 감안하면 정부가 감수할 가치가 없는 리스크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전직 연준 인사들과 백악관 관계자들은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오히려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세번째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는 것도 앞으로 경기 침체가 닥칠 경우 책임을 파월 의장에게 돌리기 위한 초석일 수 있다.

다만 핌코의 애널리스트들은 "파월 의장이 임기를 마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인식 자체에 장기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며 "이는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과 우려를 고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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