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뒤 돌발 시력 이상… ‘인공 수정체 탈구’ 주의
눈 세게 비비거나 주변 외상 때 발생
방치 땐 안압 상승하거나 망막 손상
증상 없더라도 안과 정기 검진 권고
남성 A씨(57)는 지난해 12월 세수하면서 눈을 비빈 후 왼쪽 눈 시력이 떨어진 것 같다며 안과를 찾았다. A씨는 수년 전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검사에서 백내장 수술로 끼워 넣은 인공 수정체가 제자리를 벗어난 게 시력 저하의 원인으로 판명됐다. B씨(69)는 지난 2월 작업 중 철제 기계 부품이 왼쪽 눈에 튀어 부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인공 수정체가 완전히 이탈돼 급히 수술을 받아야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3년 주요 수술 통계 연보’를 보면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은 백내장 수술이다. 해당 연도에만 63만8000여건 이뤄졌다. 백내장은 수정체(빛을 조절하는 역할로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가 혼탁해져 시야가 뿌옇거나 흐리게 보이는 질환이다. 백내장의 근본 치료법은 수술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바꾸는 것인데, 수술 후 드물지만 인공 수정체가 제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백내장 진료 환자는 2019년 147만6751명에서 2023년 154만6504명으로 4.7% 늘었다. 백내장의 흔한 원인은 노화이며 외상, 포도막염·당뇨병 등 안과 또는 전신 질환의 합병증으로도 생길 수 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백내장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백내장 수술 후 인공 수정체 탈구로 병원을 찾은 환자도 같은 기간 5340명에서 6243명으로 16.9% 증가했다. 지난해 발표된 ‘심평원 자료를 이용한 인공 수정체 탈구 발생률 및 위험 인자 분석’에서도 인공 수정체 탈구 발생률이 2002년 0.17%에서 2020년 0.34%로 배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인공 수정체 탈구는 수정체를 싸고 있는 주머니의 지지대가 약화 또는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인공 수정체가 제자리를 약간 벗어난 ‘부분 이탈(아탈구)’ 상태라면 시력은 저하되지 않지만 사물이 겹쳐 보이거나 앞이 뿌옇게 보이거나 빛이 번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인공 수정체가 시축(視軸)에서 완전히 벗어난 ‘탈구’에 해당된 경우 급격한 시력 저하를 겪을 수 있다. 백내장 수술 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안과를 방문해서 인공 수정체가 제자리에 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이지현 전문의는 “백내장 수술 후 정상적으로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잘 보이지 않다거나 아른거린다거나 세수한 후 시력이 떨어졌다며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세극등현미경 검사를 해 보면 정상 위치에 있어야 할 인공 수정체가 시축을 벗어나 상하좌우로 이동해 있거나 전방으로 나와 있거나 유리체강(안구의 중심 부분) 내로 떨어져 있는 등 제 위치에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전문의는 “하루에 외래 환자 약 50명을 보는데, 평균 1~2명은 이런 인공 수정체 탈구 환자”라고 했다.
백내장 수술 후 오랜 시간이 지난 고령 환자, 고도근시가 있는 경우, 포도막염 등 망막질환이나 그로 인해 망막 수술을 받은 사람, 폐쇄각녹내장이 있는 경우, 눈이나 머리에 부상을 입은 경우 수정체 주머니를 지지하는 결합 구조가 약해지면서 인공 수정체 탈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 또 평소 눈을 비비는 습관이 있다면 인공 수정체를 지지하는 조직(섬모체소대)에 지속적인 손상이 가해져 인공 수정체가 한쪽으로 밀리거나 탈구될 가능성이 있다. 이 전문의는 “인공 수정체 탈구를 유발하는 여러 요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눈 주변에 발생한 외상이나 눈을 비비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축구공이나 야구공, 배드민턴 셔틀콕 등에 의해 눈에 부상을 입거나 날아오는 물체에 맞는 경우 탈구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또 눈을 가볍게 비비는 것은 큰 문제 없지만 반복하거나 한 번에 세게 비비는 행위는 삼가는 것이 좋다.
인공 수정체 이탈을 유발하는 또 다른 위험 요인은 수정체 주머니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는 ‘거짓비늘증후군’이다. 이는 수정체가 생선 비늘처럼 벗겨지면서 발생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려면 국내 50세 이상 1000명당 1명이 이 질환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외선 노출이나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성경림 교수는 “거짓비늘증후군은 수정체 주머니를 지지해주는 섬유 조직을 느슨하게 만든다. 최근 고령층에서 이 질환 발생이 늘고 있는 것과 인공 수정체 탈구 사례의 증가가 관계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 수정체 탈구를 방치할 경우 안압이 상승하거나 망막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인공 수정체 탈구가 발생한 후 안압이 올라 시신경 손상으로 진행되고 망막 열공, 망막 박리가 발생한 사례가 보고돼 있다. 치료는 수술을 통해 이뤄지며 수정체 주머니 및 지지대 손상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기존 인공 수정체의 위치를 교정하거나 과거 삽입된 인공 수정체를 제거하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해서 실로 공막(눈 흰자위 안쪽)에 묶어 고정하는 방법이 있다. 인공 수정체 탈구 수술은 일반 백내장 수술보다 통증이 심하고 수술 및 회복 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어질 수 있어 반드시 숙련된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림 교수는 “백내장 수술 후 인공 수정체 탈구를 예방하려면 눈을 반복적으로, 세게 비비는 행위를 삼가고 눈 주변에 외상을 입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운동할 땐 고글이나 안면 보호대를 착용한다. 또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 검진을 통해 인공 수정체가 제자리에 있는지 손상이 진행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하는 것이 권고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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