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장 막는 '대못'… 새정부 100일간 규제 100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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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스타트업 업계가 차기 정부를 향해 거침없는 제언을 쏟아냈다.
특히 인재 확보, 투자 유치, AI 활용 규제, 글로벌 진출 등 당면한 현장의 어려움을 공유하며, 스타트업 업계가 차기 정부에 바라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다각도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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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 정책경쟁 나섰지만
디테일한 액션플랜 아직 부족
유능한 인재 붙잡을 수 있는
R&D지원·소득세 혜택 미흡
스톡옵션규제도 美보다 깐깐
정부, 중기제품 사용 고작 3%
국가사업 우선 참여 기회 주고
SW기업 글로벌 진출 도와줘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스타트업 업계가 차기 정부를 향해 거침없는 제언을 쏟아냈다. 실효성 없는 규제 샌드박스부터 스톡옵션 과세 구조, 글로벌 진출의 현실적 한계, 맹목적인 육아 정책의 부작용까지.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탁상행정과 낡은 규제의 사슬을 풀어달라는 염원이 담긴 절규다. 각자 생존의 최전선에 있는 창업자들은 "차기 정부가 스타트업 업계 현실을 제대로 꿰뚫고, 스타트업 생태계가 '혁신의 선순환'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각종 진흥 정책을 업계와 함께 만들어 나가길 희망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지금 대한민국은 산업 구조와 경제 전략의 대전환 기로에 서 있다. 대선 주자들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할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규제 완화와 기술 혁신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뛰고 있는 스타트업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적 소통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지 '지원'이 아니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액션 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매일경제신문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 소재 창업지원센터인 마루360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함께 '차기 정권에 바란다'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500여 개사가 참여하고 있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협회로,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환경 개선, 창업가 연대 강화, 글로벌 진출 지원, 정책 발굴 및 규제 혁신 등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정지은 코딧 대표 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 위원장을 비롯해 김재원 엘리스그룹 대표, 김재홍 채널코퍼레이션 미국 대표, 박홍민 핀다 대표, 신민 모비에이션 대표,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 등이 참석해 창업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정책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눴다.
특히 인재 확보, 투자 유치, AI 활용 규제, 글로벌 진출 등 당면한 현장의 어려움을 공유하며, 스타트업 업계가 차기 정부에 바라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다각도로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스타트업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정지은 대표=미국·일본 등과 비교하면 한국은 여전히 창업하기에 매력적인 환경이라고 보기 어렵다. 전 세계가 우수한 AI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소득세 감면 같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자유로운 연구개발(R&D) 환경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제도적·현실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 공공기관이 스타트업과 유사한 제품을 따로 개발해 경쟁하기보다는 창업기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거나 공동 개발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현행법이 이미 창업기업 제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아 실제 사용률은 약 3%에 불과하다. 단순한 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실제 구매로 이어질 만한 강력한 이행 장치와 인센티브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박홍민 대표=투자 환경도 녹록지 않다. 초기 투자 유치도 어렵지만 특히 시간이 흐르면 투자에 대한 고민이 다시 생긴다. 핀다를 창업한 지 이제 10년 정도 됐는데 현재 '펀드 만기'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주변 사람들도 모두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엑시트(exit)할 방법을 모색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찾게 되는데, 한국은 사실 엑시트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고 오히려 지난 몇 년간 더 악화됐다.
―인재 확보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데.
▷김재홍 대표=좋은 인재들이 더 힘든 스타트업이라는 길을 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 큰 보상이 있어야 한다. 좋은 인재들을 데리고 오려 할 때 스타트업은 현금이 많지 않으니 사실상 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스톡옵션'이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은 스톡옵션 규제가 까다롭고 스톡옵션을 구입할 돈이 부족하며 세금 과세로 초기 자금이 없는 청년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상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지예 대표=혁신을 만들기 위해 계속 달려야 하는 스타트업에 인재 이탈은 타격이 크다. 스타트업에서는 인재 한 명 한 명이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인데, 특히 대기업에 비해 출산·육아기에 접어든 허리급 인재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육아휴직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아이 돌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의 지원은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 의무인 직장 어린이집 제도가 유일하다. 작은 기업을 위한 공동 직장 어린이집 지원 제도 등도 있지만 생존을 다투는 스타트업이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본은 작은 기업에서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나 시 차원에서 '베이비시터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국가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모 인재가 스타트업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일·가정 양립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클라우드 등 신기술 사업을 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김재홍 대표=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인증 대상 규제를 '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기준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 현재 채널코퍼레이션은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일본, 미국에서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클라우드가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서비스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AWS를 선택했는데, 엄격한 보안 기준을 요구하는 국내 공공기관 및 금융 업계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인증제도(CSAP)의 상위 등급이 전제 조건이라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제한을 완화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국내 실정에 맞추려면 해외 진출이 힘든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박홍민 대표=망 분리 규제 완화의 움직임이 있는데 폐지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규제에 따르면 외부 AI 서비스를 핀다의 서비스에 접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이렇게 되면 매일같이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 AI 모델을 아예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것을 잘 적용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결국 소비자 혜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현재의 샌드박스 구조로는 계속해서 규제의 덫에 걸릴 수밖에 없다.
▷김재원 대표=정부가 AI 지원을 하고 있지만 그 실행에 '디테일'이 약하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려면 네트워크 이중화 등 여러 규정이 적용되고 이로 인한 운영비가 수반돼 클라우드 비용이 자연스레 상승할 수밖에 없다. 또 그렇게 되면 AI 인프라스트럭처 비용까지 상승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비용 부담으로 AI 경쟁력 자체가 뒤처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핀셋 정책'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정책 개선을 위한 제언은.
▷김재원 대표=정책 입안자들은 기술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일부 이공계 전문가를 통해 기술 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칫 정책의 방향이 특정 시각에 편향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현장 수요와 괴리된 제도 설계로 이어질 수 있다. 각 업계의 엔지니어들이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가 매우 부족하다. 나아가 최근 AI 교과서 사태처럼 기술 외적 요소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일이 발생하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장기 관점에서 보완하고 수정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
▷신민 대표=지원에 대한 균형과 일관성이 부족하다. 모비에이션은 도심항공교통(UAM) 플랫폼을 통해 에어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몇 년 전까지 UAM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 기대감이 컸는데,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진 것은 많이 없는 가운데 정부의 관심이 AI로 급격하게 쏠리며 소외감이 든다. 정부 지원도 AI 분야로만 몰리고 있다. 물론 중요한 산업에 대한 집중은 필요하지만, 여러 분야의 다른 산업에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지원을 해줘야 스타트업 또한 다각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은.
▷김재홍 대표=특히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를 희망한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듯 제조업은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해 왔는데, 그 이후에 등장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글로벌 진출이 잘 안 되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자면 범국가적 고민도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는 소프트웨어 기업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차기 대통령은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펀드를 적극적으로 만들거나 제도를 개선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를 희망한다.
▷정지은 대표=스타트업은 국가 비즈니스모델(BM)을 다각화하는 혁신 주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내 세수 보완, 고용 창출,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기여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차기 정부에서 '100일 안에 규제 100개를 푼다'는 각오로, 즉시 해결이 가능한 규제부터 패스트트랙으로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스타트업에 속도는 곧 생명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 더 이상 혁신이 행정에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현장의 구체적인 요구를 반영해 '진짜 스타트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낼 강력한 실행력이 필요한 때다. 오늘의 결단이 대한민국의 미래 10년을 바꿀 것이다.
[김대기 기자 / 안선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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