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나이프' 박병은이 찾은 우물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5. 4. 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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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나이프 박병은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이, 배우 박병은은 ‘하이퍼나이프’를 찾았다. 이름값과 자존심은 연기 앞에 유명무실했다. 설경구에 향한 존경과 박은빈에 대한 호기심으로 ‘하이퍼나이퍼’를 찾아 나섰던 박병은이다.

지난 9일 종영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로, 박병은은 극 중 세옥과 함께 불법 수술을 하는 의사 한현호를 연기했다.

박병은이 ‘하이퍼나이프’에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평소 존경하던 배우 설경구와 한 번도 작품에서 만난 적 없는 박은빈이 어떻게 그 인물들을 연기할지 직접 보고,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스팅 제안이 오지도 않았는데, 먼저 출연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섰단다.

김정현 감독도 박병은이 직접 한현호를 연기하고 싶다고 했을 때 의아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한현호는 박병은이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이름값에 비해 전사도 없고, 분량은 더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병은의 뜻은 확고했다. 대사 한 줄, 한 줄이 마음을 끓게 했다. 설경구와 박은빈과 함께라면 분량은 상관없었다.

그렇게 한현호가 되기로 한 박병은은 그의 과거를 파고들었다. 세옥과 덕희의 사제관계 이야기에 왜 한현호가 있어야 하는지 나름의 이유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박병은은 “이 인물이 어떤 신념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걸까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아주 많이 가난했을 거고, 그 힘듦을 직접 겪었을 것이다. 세옥이 뇌에 미친 사람이라면 한현호는 제가 생각했을 때 자신의 신념에 미친 사람이다. 세옥과 다른 의미에서 미쳐있다”고 했다.

한현호의 과거를 파고들수록 박병은은 점차 큰 재미를 느꼈다. 작품에 그의 과거에 대한 서술이 없는 만큼 배우로서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병은은 “한현호는 세옥이 사람을 죽이는 걸 모르지 않나. 또 세옥이 유일하게 짜증을 내지 않는 사람이 한현호다. 그런 것들을 풀어가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이퍼나이프’는 세옥과 덕희가 비정상적인 사제 관계 안에서 점차 극에 달하는 감정을 주고받는 이야기다. 그 안에서 한현호는 어쩌면 유일하게 정상적인 인물로, 극단으로 치닫는 세옥과 덕희 사이를 중재하기도 한다. 이에 박병은은 감정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한현호를 그려냈다.

박병은은 이에 대해 “이 캐릭터는 감정을 누르는 게 맞다. 세옥과 덕희의 감정 증폭이 커서 한현호까지 크면 이 극의 중심이 너무 극적인 곳으로 치우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심했다”면서 “덕희, 세옥과 있을 때에는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한현호는 그간 박병은이 연기했던 강렬한 캐릭터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오죽했으면 시청자들도 ‘하이퍼나이프’를 보며 한현호가 언제 변할지 궁금해할 정도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박병은의 이미지는 임팩트가 강한 캐릭터들에서 기인된 것이다. 박병은은 이에 대해 “4회까지 공개됐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제 변하지? 누구 죽이지?’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아니다. 끝까지 그렇게 간다’고 대답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출연 목적이었던 설경구, 박은빈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박병은은 설경구와 박은빈에 대해 “감정의 절제와 분출에 대한 것들은 배우들 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를 거다. 어떤 배우는 한 대사에서 쌓아왔던 감정들을 터뜨릴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떤 배우들은 모든 감정을 누르면서 절제하기도 한다”면서 “‘하이퍼나이프’를 하면서 그 양면을 잘 쓰는 두 배우를 만나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했다.

특히 박병은은 “전부터 엄청 좋아했던 선배님이시지만, 설경구라는 배우의 대단함을 촬영내외적으로 느꼈다”면서 설경구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하이퍼나이프’뿐만 아니라 최근 개봉된 영화 ‘로비’까지, 박병은은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연기하고 또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그런 박병은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그의 대답은 의외로 단출했다.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이 자랑스럽단다. 어디 가서 자신을 배우라고 소개할 때마다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길었던 무명시절이 그리 힘들지 않았던 이유도 연기하는 것이 좋았고, 배우인 자신도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님이 어디 가서 아들을 ‘배우 박병은’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을 때까지는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연기에 대한 마음 하나로 긴 무명 시절을 견뎌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지 공부하는 것이 재밌다는 박병은이다.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연기할지 모니터링을 하기도 하고, 최대한 많은 대본을 구해 읽어 보며 공부에 매진이란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박병은의 나날을 응원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디즈니+]

하이퍼나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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