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곁으로, 세계 앞으로"…'취임 1년'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문화人터뷰]

김주희 기자 2025. 4.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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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자리매김해야 국립극단"
고정 레퍼토리 확장 시도…창작과정 프로젝트도 시작
'헤다 가블러'로 2년만에 연출…"본업 연출하니 흥 나"
"이영애의 '헤다 가블러'와 비교? 예술은 경쟁이 아냐"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4.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1년이 정말 빨리 지나갔네요."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는 지난해 4월18일 재단법인 국립단장 5대 단장 겸 예술 감독으로 취임, 지난 1년간 새로운 도전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 단장은 "국립극단의 시스템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1년의 소회를 밝혔다.

"시간 걸려도…국제교류·레퍼토리 발굴 신경 써야"

취임 때부터 해 온 국립극단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이에 대한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 중'이다.

박 단장은 "우리가 (한국의) 대표 극단 아닌가. 문화의 이미지는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도, 낮추기도 한다. 그걸 담당하는 한 부분이 국립극단"이라며 "한국 만의 대표 극단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자리매김해야 국립극단의 정체성이 확고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해외 진출과 국제 교류가 가능한 레퍼토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초기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해 기획한 연극 '십이야'가 중국 쑤저우 연극제 특별초청작으로 선정되는 등 성과도 거뒀다.

박 단장은 "국립극단이 자꾸 밖으로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외국 작품을 한국식으로 가져왔는데, 이제는 국립극단의 좋은 창작극을 외국에 알려야 한다"고 했다.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4.19. pak7130@newsis.com


더 크게 성장할 한국 연극을 위해서 토양을 다지고, 씨를 뿌리며 계속 시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에요. (임기 내인) 3년 안에 다 이뤄지지 않겠지만 한 발짝이라도 뛰는 게 중요합니다. 국립극단이 개인 아티스트들에게 기회를 자꾸 주고, 한국 연극을 알리는 역할을 해야죠."

국립극단의 고정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작업도 멀리 보고 내디딘 발걸음이다. 현재 국립극단은 '스카팽',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의 고정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역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립극단이라는 꿈과 맞닿아있다.

"고정 레퍼토리가 더 생긴다는 건 그만큼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거죠. 그러면 예술을 좋아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와서 공연을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말도 너무 아름답잖아요. 레퍼토리화를 통해 인지도를 자꾸 높이고, 예술관광객들도 모으고. 국립극단 레퍼토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진짜 '왕이죠, 왕'."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4.19. pak7130@newsis.com


그의 시선은 '연극' 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국립극단은 지난해 10월 새로운 공연예술 연구 개발 산업 '창작트랙 180°'를 도입했다. 결과물이 아닌 창작 과정에 집중하는 '독특한' 프로젝트다. 지난달에는 첫 참여 예술가로 선정된 정세영 연출의 '소실점의 후퇴' 발표회가 열렸다.

온전한 결과물을 내보일 수 없는 사업을 추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박 단장은 "우리 사회가 너무 결과 위주 아닌가. 창작은 결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긴장하고 경쟁 구도에 있으면 깊은 영감을 얻기 어렵다"며 "아티스트들이 어떤 압박감도 없이, 자신의 색을 마음껏 펼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나에게도, 예술가들에게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LG아트센터 '헤다 가블러'와 정면대결…"예술은 경쟁 아니야"

박 단장은 최근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음 달 7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헤다 가블러'의 연출을 맡아 공연 준비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박 단장이 연출가로 나서는 건 2023년 '오셀로' 이후 2년 만이다. 그는 "본업인 연출을 다시 하니 흥이 난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재미있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국립극단은 2012년에도 '헤다 가블러'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박 단장이 연출로 나서고, 배우 이혜영이 '헤다'를 연기해 전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13년 만에 다시 찾아온 '헤다 가블러' 역시 티켓 판매 일주일 만에 22회 전 회차 7144석 전량의 표가 모두 팔렸다.

박 단장은 매진 소식에 "너무 좋다. 밥을 안 먹어도 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국립극단 '헤다 가블러' 홍보 사진.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더 업그레이드된 '헤다 가블러'를 자신했다.

"이혜영 배우를 제외하고는 배우진을 새로 구성했습니다. 배우들의 조합이 재미있고, 새롭게 해석된 부분도 있어요.. 가장 재미있는 건 (원작을 쓴) 헨리크 입센을 좀 알겠다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초연 때는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런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듭니다."

'헤다 가블러'는 관객들이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꼽아온 공연이다. 박 단장 역시 지인들로부터 '헤다 가블러'를 다시 올려달라는 '압박'을 꾸준히 받아왔다.

박 단장은 "여태까지의 국립극단이 조금 먼 느낌이었다면, 관객들이 원하는 공연을 함으로써 '더 가까이 다가간다, 국립극단이 관객의 것이다'하는 상징성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LG아트센터도 다음 달 7일 이영애가 주연으로 나서는 동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톱스타 반열의 배우들이 비슷한 시기, 같은 제목의 공연에 출연하는 상황이어서, 관객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박 단장은 "공교롭게 (공연이) 겹치게 됐다"며 "사람들이 비교한다고도 하지만, 제 생각에 예술은 경쟁이 아니다. 그래서 연출이면 연출, 배우면 배우, 각자가 잘 구현해서 서로 좋은 시너지를 일으킬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연극에 관심이 없던 일반 관객들도 이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나의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 좋은 현상이 될 것"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4.19. pak7130@newsis.com

"국립극단 작품, 유럽 진출 꿈꿔"

오전에는 단장 업무를 보고, 오후에는 작품 연습을 하며 매일 하루 12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는 박 단장은 "가장 어려운 건 내 위치"라며 웃었다.

"지금처럼 예술감독과 창작진 역할을 모두 해야 할 때 조율을 잘 해야 하죠. 역할을 분명하게 해야 나눠야 하는데 어떨 땐 그게 헷갈려요. 내가 흐트러지면 국립극단 시스템도 흔들 수 있으니, 더 신경을 쓰려고 해요."

이제 그에게 주어진 임기 3분의 1을 지나왔다. 남은 기간 맺고 싶은 열매는 무엇일까.

"우리 창작극이 유럽 아비뇽 페스티벌이라든가, 러시아 체홉 페스티벌에 가야죠. 작품 수준도 올리고 관객들도 함께 키워나가는 게 중요해요. 쉽진 않겠지만 도전해야죠."

국립극단의 '내일'을 향해 도전하는 박 단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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