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선물 보따리 푼 이재명 "TK 아들이 과거 영광 되찾게 하겠다"
①TK : 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
②PK : 글로벌 해양 수도 구축
"'경상도 민심' 확보해야 대선 승리"
넷플 '폭싹 속았수다' 보고 눈물 쏟아
"문화시장 규모 300조 시대 열겠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민주당의 험지 중에 험지로 꼽히는 대구를 찾아 영남을 향한 '선물 보따리'를 몽땅 쏟아냈다. 대구·경북(TK)은 AI·로봇 등 세계적인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부산·울산·경남(PK)은 해양 산업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전 대표는 "대구 경북의 아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드리겠다"며 TK 표심 공략에 나섰다. 전날 '충청의 사위'를 부각하며 세종 수도 이전으로 '중원 구애'에 나선 데 이어 연일 열세 지역 맞춤 행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눈물 흘리며 봤다면서 'K문화 산업 시장'을 300조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선 레이스 시작 이후 이 전 대표의 지역 방문은 전날 대전에 이어 대구가 두 번째다. 지난 대선 이 전 대표에게 패배를 안긴 불모지부터 먼저 찾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이날 TK와 PK 공약을 쌍끌이로 쏟아냈다.
먼저 대구 경북 지역에 대해선 새로운 첨단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로봇과 바이오 산업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2차 전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및 울릉공항 추진, 남부내륙철도·달빛철도 완공 등을 통한 교통 인프라 구축도 약속했다. 이 전 대표는 "저는 안동에 태(탯줄)를 묻고 제 뼈와 살과 피를 만들어준 대구·경북의 아들"이라며 "대구·경북의 명성이 과거의 영광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산·울산·경남은 '글로벌 해양수도'로 조성하기로 했다. '북극항로' 개척을 중심에 두고 대륙철도를 연결하고 조선업을 키우겠다는 게 핵심 전략이다. 경남권을 육·해·공 트라이포트(항만 공항 철도를 연결한 물류 시스템)의 전진기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도 내걸었다. 경남은 우주·항공·방산 산업의 메카로 구축하고, 울산은 자동차·석유화학·조선 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나아가 GTX급 광역교통망 건설로 부산·울산·경남을 30분대 생활권으로 만드는 구상도 공개했다. 이른바 '메가시티'를 만들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경상도 전역을 훑는 대규모 지역 개발 공약을 조기에 발표한 배경에는 영남 민심을 잡아야 압도적 대선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 전 대표는 TK와 PK를 내주며 고배를 마셨다. 대구·경북 득표율은 20% 초반, 부산 역시 40%를 넘기지 못하는 등 영남의 벽은 높았다. 이 같은 흐름은 압도적 대승을 안겨준 지난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부산의 경우 단 1석밖에 얻지 못하는 등 영남 민심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보수 진영이 오히려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유력 대권 주자가 신산업 육성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만큼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명 캠프 윤호중 선거대책위원장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이 취약 지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선이 끝나면 알겠지만, 더 이상 민주당이 영남에서 약세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화 시장 300조 시대 열겠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웹툰 분야 등 문화계 관계자들과 만나 "2030년까지 문화산업 시장 규모를 300조 원, 문화 수출 50조 원 시대를 열겠다"며 문화 강국 육성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이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감명 깊게 봤다면서 "하나(한 편)만 보고 말아야지 했는데 보다 보니 폭삭 빠져서 봤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났다. 경상도 사람이라 아내에게 눈물 흘리는 거 들키면 안 돼 몰래 보느라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문화 콘텐츠가 과거에는 그냥 흥미거리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일자리와 관광자원, 그 나라 소프트파워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원들인 것 같다"며 문화 관련 예산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AI(인공지능), 방산업체에 이어 문화 콘텐츠를 대한민국의 차세대 주력 성장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과 관련한 인프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문화 예술인이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관련 조직을 설립해 콘텐츠 불법 유통을 차단하는 문제 해결에도 나서기로 했다.
대구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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