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株, 한동훈株, 김문수株… 대선 테마주 불장난과 불구경
정치 테마주 위험의 악순환 1편
대선 앞두고 출렁이는 테마주
우후죽순 생기는 정치인 테마주
대선 주자부터 정책 관련주까지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주가
국내 증시 부진에도 급등세 기록
# 시장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주식시장이다. 시장의 변화가 테마주를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 테마주다.
# 6월 3일 치러질 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의 주가가 널을 뛰고 있다. 문제는 선거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정치 테마주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에 불고 있는 정치 테마주의 광풍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視리즈 정치 테마주 위험의 악순환 1편을 열어보자.
최악의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가 펼쳐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소식을 접한 7일 국내 증시는 얼어붙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57% 폭락했고, 코스닥지수는 5.25% 하락했다.
찬바람은 기업까지 얼렸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2757개 종목 중 주가가 상승한 건 259개(9.4%)에 불과했다. 주가가 등락하지 않은 137개 종목을 제외하면 전체의 85.6%에 해당하는 2361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이런 와중에도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이 적지 않았단 점이다. 경남스틸, 꿈비, 에르코스, 상지건설, 태양금속 우선주, 평화홀딩스 등 17개 종목이었는데, 이중 13개 종목이 '정치 테마주'였다.
일례로, 한동훈 국민의힘 예비대선후보(전 대표·이하 대선후보)의 테마주로 불리는 태양금속 우선주와 태양금속의 주가는 7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후보(전 대구시장) 테마주인 경남스틸·휴맥스홀딩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전 대표) 테마주 상지건설 등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6월 3일 치러질 조기대선 기대감 때문인지 원티드랩, 꿈비, 윌비스, 아이비김영, 아이스크림에듀 등 저출생·일자리 테마주도 부진했던 시장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단 7일만이 아니다. 그 이후에도 정치 테마주는 연일 출렁이고 있다. 10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소식에 오텍의 주가가 장중 26.21%까지 치솟았다. 오텍은 특수차량 제조업체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 의원이 "저상버스를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말 한마디에 테마주로 묶였다. 정치 테마주가 정치인의 14년 전 발언까지 소환한 셈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테마주도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한동훈 후보(6.2%)를 제치고 3위(8.6%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그 결과, 관련주로 분류된 시공테크의 주가는 지난 14일 장중 27.38%까지 급등했고, 다음날인 15일엔 장중 -17.49%로 하락하는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정치 테마주가 국내 증시의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 한덕수 권한대행이 실제로 대선에 출마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16일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에 관한 가처분 신청을 전원 일치의견으로 인용하면서다. 헌법재판관 지명 후 정치권에서 떠오른 '한덕수 차출론'이 동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 이재명 테마주 = 그렇다면 국내 증시를 들썩이게 만드는 정치 테마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많은 테마주를 양산한 것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란 말이 회자될 만큼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테마주다.
이재명 테마주로 불리는 종목은 20개가 넘는다. 동신건설, 상지건설, 시공테크, 오리엔트정공, 오리엔트바이오, 에르코스, 코나아이, 크라우드윅스, 캠시스, CS, 프리엠스 등 관련 종목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시장에선 이재명 테마주가 70개를 웃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테마주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는 건데, 그렇다고 특별한 호재나 관련성이 있는 건 아니다. 인맥으로 얽혀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올해(1월 2일~4월 17일) 들어 주가가 812.72 %(4755원→4만3400원) 치솟은 상지건설은 사외이사가 이 후보의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동신건설은 본사가 이 후보의 고향인 안동에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에 이름을 올렸다. 오리엔트정공은 이 후보가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에서 근무했던 것이 부각하면서 올해에만 85.07 %(6630원→1만2270원)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김동연 대선후보(경기도지사)와 김경수 대선후보(전 경남도지사)의 테마주도 들썩이고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SG글로벌은 김동연 후보의 고향인 충청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김동연 테마주'로 불린다.
한국컴퓨터는 모회사 한국컴퓨터지주의 홍정환 대표가 김경수 후보와 서울대 동문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테마주에 합류했다. 정치 테마주로 엮이는 게 얼마나 허술한 이유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 한동훈 테마주 = 이번엔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테마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한동훈 테마주다. 한동훈 테마주의 대장은 태양금속이다. 이 회사의 회장이 한동훈 후보와 같은 '청주 한씨氏'란 소문에 테마주에 편입됐다.
낯뜨거운 이유로 테마주가 됐지만 주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한 후보의 대선출마 가능성이 모락모락 피어오른 4일부터 태양금속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태양금속의 주가는 4일 28.27% 치솟은 데 이어 7일에도 상한가(29.88%)를 기록했다.
그 이후에도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9~11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대선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48.8%)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린 김문수 후보(10.9%)를 둘러싸고도 평화홀딩스, 평화산업을 필두로 대영포장, 세원물산, 옵티시트, 동일금속 등 10개가 넘는 테마주가 형성됐다.
대부분 회사의 본사가 김문수 후보의 고향인 경북 영천시 소재기업이라는 점과 회사 임원이 경북고나 서울대 동문이라는 게 테마주로 엮인 이유였다. 안철수 후보의 테마주인 써니전자와 안랩의 주가도 4월 들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정치 테마주는 6월 3일로 예정된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분명하다. 양당의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대선후보가 좁혀질수록 관련주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증가할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널을 뛰는 정치 테마주를 이대로 모른척해도 괜찮은 걸까. 이 이야기는 視리즈 정치 테마주 위험의 악순환 2편에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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