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세무조사 나비효과?…KCGI, 한양證 인수 좌초 위기
한양학원-KCGI 계약 기한 6월까지…차순위 LF에 기회 오나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사모펀드를 겨냥한 국세청의 전방위 특별 세무조사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당국이 한양증권 인수를 추진 중인 KCGI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것이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탓이다. 한양증권과 KCGI의 계약 기간이 한 달여 남은 가운데 자칫 한양증권 매각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KCGI의 한양증권 인수 관련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을 의결했다. KCGI는 올해 1월22일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이유는 KCGI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때문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대주주를 상대로 금융위·공정위·국세청·금감원·검찰 등의 조사·검사가 진행 중이며, 소송·조사·검사 등의 내용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심사가 중단될 수 있다. 당국은 특히 이번 국세청 조사가 특별 세무조사라는 점에서 제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3월11일부터 KCGI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점을 잡아내 조사하는 곳이다.
업계는 KCGI와 LIG 오너 일가 간 지분 거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CGI는 2021년 말 만기 5년짜리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 구본상 LIG그룹 회장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으로부터 LIG 지분 25%를 1000억원에 매수한 바 있다. 국세청이 강성부 KCGI 대표의 개인 비리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특별 세무조사에 이은 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 중단으로 KCGI의 한양증권 인수도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KCGI는 지난해 9월 한양증권 대주주인 한양학원과 한양증권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한양학원 등이 보유한 한양증권 지분 29.59%(376만6973주)를 약 2204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이다. 지난 1월에는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통상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완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심사 기한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점에서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임박한 계약 기한…한양학원, 차순위에 눈 돌리나
문제는 매도인 한양학원과 KCGI의 계약 기한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KCGI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오는 6월 말까지다. 해당 시점까지 국세청의 제재 절차가 이뤄지지 않거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 당국의 심사는 재개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당국은 적격성 심사 승인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지난달 세무조사가 시작됐을 당시에도 당사자들은 매각 절차를 변동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계약 기한이 임박하면서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의 잔류도 인수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당초 다올투자증권은 임 대표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하려고 했다. 하지만 3월14일 돌연 임 대표가 한양증권 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없던 일이 됐다.
업계에선 임 대표가 다올투자증권으로 옮기려고 한 배경에는 한양증권의 주인이 바뀌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그가 잔류를 선언하자 한양학원이 KCGI로의 매각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임 대표는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며 "이번 결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사유가 아닌 인수합병(M&A)과 관계된 여러 변수와 현직 최고경영자(CEO)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KCGI의 한양증권 인수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LF그룹이 새 인수 후보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LF는 지난해 8월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입찰에서 KCGI와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인 곳이다. 당시 LF는 주당 5만3000원을 제시했지만 KCGI는 1만원 이상 웃돈 6만5000원을 써내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후 KCGI는 차순위 협상대상자와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가격을 깎아 인수가를 5만8500원으로 조정했다.
패션기업인 LF는 2019년 코람코신탁 인수를 시작으로 코람코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를 늘리며 금융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양증권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한양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역량을 키우고 있는 점을 고려, 자회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인수를 시도했다.
LF는 KCGI에 밀렸지만 차순위 협상대상자다. 인수가 무산될 경우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인수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던 KCGI와 달리 LF는 보유 현금과 예치금에 여유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이미 금융위에 증빙 서류 제출을 완료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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