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달리’를 꿈꾼… “20세기 초현실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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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조르조 데 키리코, 나무에 걸린 시계가 녹아 내리는 그림으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 사람 얼굴에 사과를 그려 넣는 등 엉뚱한 조합으로 그림을 그린 르네 마그리트.
1924년 프랑스 파리 예술가들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시작으로 세계로 퍼져 나간 초현실주의 미술은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시각 언어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를 살펴본 첫 본격 연구를 바탕으로 '초현실주의와 한국 근대미술'전이 17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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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파리서 시작후 전세계 퍼져
한국작가들은 일본 영향 많이 받아… 김종남 등 6인의 작품세계 재조명
“모방 비판있지만 외면보다 논의를”
1924년 프랑스 파리 예술가들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시작으로 세계로 퍼져 나간 초현실주의 미술은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시각 언어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런 초현실주의 예술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이를 살펴본 첫 본격 연구를 바탕으로 ‘초현실주의와 한국 근대미술’전이 17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막한다.
● 숨겨진 6인 미술가 조명
전시를 기획한 박혜성 학예연구사는 2014년 김병기 회고전을 준비할 당시 김 화백이 초현실주의를 자주 언급하는 걸 보고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한국에도 초현실주의가 있었나?’
이번 전시는 그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기존 주류 미술사는 추상 미술과 민중 미술의 두 가지 구도로 나뉘었는데, 이 때문에 초현실주의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례가 별로 없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나 평생 개인전을 연 적이 없는 작가들도 포함됐다.
일본 초현실주의 미술 단체 ‘미술문화협회’에 출품했던 김종남(1914∼1986)은 15세에 홀로 교토로 건너가 일본인과 결혼한 뒤 임종 직전 자녀들에게 한국인임을 알렸다. 해당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후쿠자와 이치로가 중심이 된 ‘독립미술협회전’에 참여한 김욱규(1911∼1990)는 함경남도 함흥에서 월남한 뒤 미군 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생계를 유지했다. 1970년대부터 홀로 그린 그림 400여 점을 남겼다. 세상을 떠난 뒤 1991년 장남이 마련한 유작전이 첫 개인전이다.
일본 초현실주의 미술가와 교류했던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1956년 프랑스로 이주한 뒤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김종하(1918∼2011), 달리의 작품에 나타나는 오브제를 연구한 박광호(1932∼2000)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키리코와 달리를 좋아했던 김영환(1928∼2011), 종교 화가로 알려져 있던 신영헌(1923∼1995)의 작품도 소개된다.
이 전시는 20세기 한국 미술사에서 소홀하게 다뤄졌던 근대미술 작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의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두 번째 시리즈로 기획됐다. 그 덕분에 형상을 찾아볼 수 없는 추상화나 정치적 메시지가 뚜렷한 민중 미술이 아닌, ‘제3의 무언가’를 상상하고 상징하는 형상을 그려 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다만 국립기관에서 처음으로 한국 근대미술사의 초현실주의를 조명한 전시임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초현실주의가 1920년대 유행했지만 전시 작품들은 1960년대 이후 제작된 것들이다. 시기적으로 초현실주의 미술 단체와 교류했거나 유사한 시각 언어를 사용했다고 초현실주의 미술가로 분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초현실주의가 프로이트 ‘꿈의 해석’(1900년)을 기점으로 무의식과 욕망을 다뤘음을 고려하면 초현실주의적 시각 언어를 활용해서 여성 정체성, 사회 현실을 풀어낸 1전시실의 정강자 ‘자화상’이나 신학철 ‘역사의 들1’ 등이 더 흥미롭다. 시기를 떠나 불교 미술이나 관념산수화에서 무의식을 다룬 사례까지 확장했다면 관객도 초현실주의를 잘 이해할 수 있었을 듯하다. 박 학예연구사는 “세계적 추세를 모방했다는 비판은 유의미하지만, 미술사에 있었던 작품을 외면하기보다 다시 살펴보고 논의를 시작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7월 6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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