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뒤에도 ‘핵 산업 알박기’…원전특별법 폐기해야”
국회 산자위 소위서 야당 반대로 법안 심사 보류
환경단체 “윤 정권 핵폭주, 민주당 동조 안 돼”
윤석열 탄핵 뒤에도 현 정부와 여당이 핵발전(원전) 산업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법안을 제정하려 해 논란이다. 탄핵 국면에서도 이미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법) 같은 원전업계의 숙원을 해결한 상황에서 이번엔 원전 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특별법까지 제정하려는 시도에 대해 ‘핵 산업 알박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탈핵시민행동 등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인권적이며, 반생명적인 에너지원인 핵발전을 지원하는 ‘원자력산업발전지원 특별법’과 ‘원전수출지원 활성화 특별법’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원전 지원 특별법들이 논의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긴급하게 열렸다. 국민의힘 고동진·이철규·구자근 의원이 잇따라 발의한 법에는 원전 산업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한 원전산업발전기금 설치와 세제·금융 지원 등 종합 지원책 마련,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촉진 및 인프라 조성 지원안을 비롯해 원전수출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수출 전반을 지원하는 안 등이 담겼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14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원전 산업 지원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국회가 대승적 협조를 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탈핵시민행동은 “재생되지 않는 우라늄을 활용해 지속 가능하지 않고, 엄청난 건설비 대비 가격 효율성이 떨어져 사양산업에 접어든 핵발전에 행정·제도·경제 혜택을 주는 건 기후위기 대응과 국민 생명·안전을 지키는 방향과 전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미 원자력진흥법과 원자력진흥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는 원전 산업에 보조금을 비롯한 온갖 특혜를 주는 것은 핵산업을 살리자고 민생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윤석열과 함께 탄핵 당한 낡은 원전 지원법을 다시 국회로 들고 온 국민의힘과 한덕수 권한대행의 요구에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부·여당이 원전 수출을 외교·경제·안보 성과로 포장하지만, 유일한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사업의 (한국전력공사) 누적 수익률이 0%대인 게 드러났다”며 “에너지 정책을 정권의 치적 도구로 내세우기 위한 ‘원전 알박기법’을 즉각 폐기하고,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정부 주도 원전 수출 계약에 대해 국회 사전보고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오늘 산자위 소위에서 논의될 원전 지원 특별법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원전은 무조건 확대해야 한다는 윤석열식 ‘핵 폭주’를 못 박는 악법”이라며 “행정 특례는 물론 수출지원, 자금조달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지원을 원전 산업에 올인하려는 계획은 에너지 민주주의를 짓밟은 폭거이자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사고가 나면 국가가 책임지고, 핵폐기물도, 송전망 건설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는 원전은 이미 특권 산업”이라며 “체코 수출 과정에서 불거진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정부가 나서 중재해 준 것만 봐도 원전은 이미 경쟁력 없고 자생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산자위 소위원회에서 원전 지원법에 대한 심사는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보류됐다. “제정법의 경우 공청회 절차를 거쳐야 해 다음 정권에서 관련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는 야당 쪽 의견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원전 산업을 위해 신속한 심사가 필요하다”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기존 ‘탈원전’ 기조와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언주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는 앞선 15일 원전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소형모듈원자로와 핵융합 등 차세대 핵에너지 기술 확보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우파에너지, 좌파에너지와 같은 이분법에서 벗어나 원자력에 대한 오해와 이념적 갈등을 탈피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민주당이 탈원전을 포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월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 1기 건설안 등이 담긴 제11차 전기본을 확정하기 위한 국회 보고에서 이 의원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민주당은 더는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민주당은 원전 부지 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 등의 내용을 담은 고준위법 통과에도 협조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재명 후원금, 모금 시작날 한도 29억 채워…“99%가 소액 후원”
- 최상목 “휴대전화 안 바꿨다”더니…5분 만에 위증 ‘들통’
- 경찰, 대통령실 경호처 압수수색…‘내란 증거’ 비화폰 서버 겨냥
- [단독] ‘MBC 자회사 주식’ 보유한 이진숙, 이해충돌 심사 중에 재허가 관여
- 산불 대피체계 미흡, 정부도 인정…불길 도달 5시간 전 즉시 피한다
- 내년 의대 모집인원 ‘3058명 동결’ 유력…증원 이전 수준
- [속보] 부산서 권총 사격훈련 20대 경찰 숨져…오발 사고 추정
- 오바마, ‘트럼프에 저항’ 하버드 지지…대학가 커지는 반정부 목소리
- 부모·아내·두 딸 살해한 50대…아파트 ‘사기 분양’ 고소당해
- 오늘 4시16분 잠시 멈춤…기억은 강합니다, 세월호 11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