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가 외면한 고공 농성 현장에서 권영국·한상균 대선 출마
16일 한화빌딩 앞 고공농성장서 출마 선언…경선 거쳐 5월1일 최종 후보 출마 회견
진보정당, 민주노총 산별, 노동사회단체 대선 공동 대응 '사회대전환연대회의' 출범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정의당이 여러 진보정당·노동사회단체 등과 함께 후보를 만들어 오는 6월3일 조기대선에 출마한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와 한상균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대표(전 민주노총 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조선하청노동자 고공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0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선출마 첫 행보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하고도 외면했던 장소다.
권영국·한상균 두 경선 후보는 현재 고공농성 중인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33일째),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63일째),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부장(465일째)이 땅을 밟게 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앞서 보수 거대양당이 외면한 노동자·서민 등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대선 후보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민주노총 산별, 여러 노동사회·시민단체들은 '사회대전환연대회의'를 만들었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는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선거운동 기간동안 선거인단을 모집하면서 지역유세와 후보 토론회를 거친다. 오는 27~30일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출하고 5월1일 노동절 집회 장소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최종 후보는 정의당 대선 후보로 나서는데, 다만 정의당원 투표를 거쳐 당명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대선후보 TV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거리의 변호사'로 불리는 권영국 대표는 이날 “정권교체를 넘어 소수자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며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모든 시민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4개월 간 광장을 빠짐없이 지키며 경청한 시민들의 발언에는 평등과 존중, 연대와 다양성에 대한 갈망이 있다”며 “가진 자와 기득권 질서를 옹호하는 보수정당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권 대표는 “2002년 민주노총 법률원장을 시작으로 23년을 거리에서 참 열심히 싸웠다. 용산참사와 세월호 참사, 쌍용차 정리해고, 구의역과 김용균, SPC 파리바게트와 쿠팡 등 2000년대 이후 수많은 참사 현장과 노동문제에 함께 했고 그 과정에서 주어진 책임을 피해본 적 없다”며 “사회대개혁은 한평생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해왔던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계엄 재발방지, 노동시장의 현저한 불평등 해소, 돌봄·복지 확대, 과감한 증세와 부채탕감으로 자산불평등과 세습 방지,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기후위기·AI(인공지능) 등 복합위기 앞 일자리와 존엄성 지키기 등 6가지를 약속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한상균 대표는 이날 “이 자리는 진보정치 25년의 방향과 목표를 재정립하고 2500만 노동계급의 희망이 되기 위한 첫발을 떼는 자리”라며 “1번 아니면 2번을 선택하다가 민중을 배반하고 심판 받으면 영남과 호남을 찾아가 수혈을 받고 되살아나는 적대적 공생정치판을 엎어버리자”고 주장했다.
2008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으로 선출된 한 대표는 2009년 쌍용차의 정리해고 발표 이후 5월21일부터 77일간 평택공장 점거파업을 이끌었다 징역 3년형을 받고 2012년 출소했다. 이후 2012년 11월부터 쌍용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171일간 고공농성을 했고, 2014년 12월 최초 직선제로 진행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당선됐다. 2015년 여러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다시 구속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고 2018년 5월 가석방됐다.
한 대표는 “5년6개월 감옥생활은 진단이 아닌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다짐의 나날이었다”며 “정권이 아니라 불평등 체제를 바꿔내자. 정권이 아니라 권력의 주인을 자청하자. 가장 힘들게 사는 노동자가 사업소득자로 둔갑돼 근로기준법과 4대보험조차 빼앗기고 권리밖 노조밖 노동자들과 어떻게 한편이 될 것인가, 노동중심 진보정치를 더 강하게 세워내기 위한 다짐의 나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주택의 나라,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강한 재정을 만드는 정치, 남과 북이 만나 다시 통일을 노래하는 나라, 정치사상의 자유를 옥죄는 국가보안법이 이슬처럼 사라지는 나라, 교사·공무원에게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나라,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4대보험과 근로기준법을 보장하는 나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새 세상”을 공약했다.
연대발언도 있었다. 김형수 지회장은 30m 철탑 위에서 확성기를 통해 발언했다. 김 지회장은 “봄이 왔는데 밤에는 아직 춥다. 밑에서 다니는 시민들 옷차림이 가벼워졌는데 난 아직 두꺼운 겨울 패딩을 입고 있다”며 “한국 사회도 비슷하다. 자본가들, 가진자들은 너무 따뜻하게 풍족하게 살아가지만 우리 노동자들은 여전히 차별 속에서 암담하게 살아간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민주주의의 형식을 지켰다고 해서 우리가 진정한 주권자인지 묻고 싶다. 헌법적 가치는 내란 쿠데타를 막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고 이 사회에 뿌리 박혀 있는 차별, 노동현장의 차별을 걷어낼 때 민주주의 사회 주권자로서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다”며 “거대양당은 이러한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 상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진보3당, 민주노총 산별노조, 뜻을 같이하는 노동사회단체와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수개월간 논의를 이어와 조기대선 공동대응에 합의해 소중한 결실을 내놓게 됐다”며 “노동자 시민의 역사적인 출발을 알릴 수 있게 돼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2차 비례위성정당 사태라는 편법과 꼼수가 정치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다”며 보수 양당정치 타파를 선언했다. 또 “윤석열 퇴진 광장은 불안정 노동,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학생·청년이 이끌어왔다”며 “부당한 현실에 맞선 고공농성자와 노동자들이 희망을 부여잡는 심정으로 함께하는 게 사회대개혁”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극우정치의 자양분인 차별과 불평등 구조를 타파하는 마중물이 되고 평등 정치가 진정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덕수 ‘헌법재판관 지명’ 효력정지, 동아일보 “지극히 상식적 판단” - 미디어오늘
- 2024년 영업이익 1위 TV조선, KBS는 역대 2번째 적자 - 미디어오늘
- 권성동, 뉴스타파 기자 손목 잡아채고 “도망 못가게 잡아!” - 미디어오늘
- 홍준표, 뉴스타파 기자 질문하자 “답 안 해” 퇴장...“윤석열과 뭐가 다른가” - 미디어오늘
-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 미디어오늘
- 대정부질의 동문서답 이진숙… 우원식 “답변 태도에 적개심 가득” - 미디어오늘
- [영상] 최상목 계엄 이후 폰 교체 안 했다더니 정청래에 발각되자 한 말 - 미디어오늘
- 김현 “MBC 시절 세월호 오보 사과하라” 이진숙 “못 해” - 미디어오늘
- 대선 선거방송심의 가동… “총선 때와는 달라져야 한다” - 미디어오늘
- [영상] “헌재 결정은 받아들이십니까?” 기자 질문에 나경원의 답은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