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전 환자 위한 돼지 간 이종이식, 첫 임상시험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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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간부전 환자에게 돼지의 간을 이식하는 치료법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이 처음으로 실시된다.
인간 간을 이식받는 것이 어려운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돼지의 간을 이식하는 '가교 장기' 접근법이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자리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번 임상시험은 인간 간을 이식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중증 간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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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간부전 환자에게 돼지의 간을 이식하는 치료법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이 처음으로 실시된다. 인간 간을 이식받는 것이 어려운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돼지의 간을 이식하는 '가교 장기' 접근법이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자리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돼지 간을 사람에 이식하는 이종이식에 사용될 유전자 교정 돼지 간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최근 승인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인간 간을 이식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중증 간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환자의 혈액을 외부 장치에 연결된 돼지 간을 통해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돼지 간이 일시적인 여과 장치 역할을 하게 된다. 이식된 돼지 간을 통해 환자 체내에 축적된 독성 노폐물을 제거하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임상시험에는 미국 생명공학회사 이제네시스와 영국 오간옥스(OrganOx)가 참여한다. 이들 기업은 2023년에도 뇌사 상태의 남성을 대상으로 돼지 간 여과 실험을 시행한 바 있다. 당시 돼지 간은 외부 장치로 연결돼 실질적인 생명유지보다는 기술적 가능성을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에는 실제 중증 간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임상시험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번 임상시험에는 총 4명의 환자가 참여한다. 만성 간질환이 급성으로 악화된 상태인 '급성-만성 간부전’과 간 기능 저하로 인한 뇌질환인 ‘간성 뇌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연령은 10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하다.
참가자들은 총 2주간 병원에 머문다. 입원 기간 중 총 72시간 동안 돼지 간 장치를 체내에 연결한다. 환자의 혈액은 외부 장치의 돼지 간을 통해 순환하며 간 기능 저하로 체내에 축적된 독성 대사산물을 제거한다. 임상시험이 종료된 후에는 1년간의 장기 추적 관찰을 통해 안전성과 간 기능 변화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
실험에 사용되는 돼지 간은 인간과의 면역학적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 교정이 이뤄졌다. 이종이식의 최대 난관인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해 인간 면역체계가 돼지 장기를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다.
웨인 호손 호주 시드니대 이식외과 교수는 이번 임상시험에 대해 “수십 년간 이어져온 이종이식 연구의 결실”이라며 “현재 인간 간 이식을 받지 못해 생존 가능성이 낮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돼지 간이 환자의 생명을 일시적으로 유지시키며 자체 간 기능이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가교 이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유전자 교정 돼지 장기를 이식받은 사례는 미국과 중국에서 6건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동정적 치료(compassionate use) 차원에서 허가됐다. 환자 대부분은 수개월 이상 생존하지 못하는 상태였으며 이번처럼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사례는 이례적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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