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영장집행 전 10년 사용한 휴대전화 “분실했다”는 건진법사 처남
건진 처남 “해돋이 갔다 바다에 폰 빠트렸다” 진술…검찰은 신빙성 낮게 봐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일가가 윤석열 정부에서 여러 이권에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에 '찰리(전씨의 처남 김아무개씨를 부르는 말) 몫 인사가 들어갔으니 그를 통하라'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가 발견된 게 단적인 예다. 김씨는 수사망이 조여오자 10년간 사용한 휴대전화를 급히 교체하고는 "기존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바다에 빠트렸다"며 검찰에 허위 진술한 것으로 조사 결과 파악됐다. 전씨를 지방선거(2018년) 공천헌금 사건을 일단락지은 검찰은 윤 정부와의 관련성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대통령실로 공문 발송" "'찰리 몫' 행정관 통해라"
시사저널 취재 결과,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은 지난해 압수한 전씨의 휴대전화 등을 분석한 결과 전씨 부녀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전씨는 지난 2022년 7월5일 딸 전아무개씨에게 "신아무개 대통령실 행정관은 (전씨의 처남인) '찰리' 몫이니 언제든지 (부탁할 때면) 쓸 수 있다"고 문자메시지로 알려 줬다. 딸이 "아빠,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실로 공문 발송했다고 합니다(11시41분)", "어제 통화한 행정관이랑 소통하고 있다고 합니다(11시42분)"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답한 내용이다. 전씨는 또 "직접 소통해서 결정하면 된다"고 했고, 딸은 "네, 결정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전씨 일가가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쳐 이권을 챙기려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능케 하는 지점이다.
전씨는 이와 관련해 "찰리와 신 행정관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걸 '몫'이라고 표현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 행정관을 알기는 하지만 (공천과 관련한) 인사를 부탁한 사람 중 그는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하는 취지로도 말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2월 전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서울 서초구 자택과 강남구 법당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때 전씨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3대 등을 확보했다. 당시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에 한정된 수사라고 했다. 하지만 압수물을 살펴보니 2022년 5월 윤 정부 출범 후 전씨 일가의 이권 관여 정황도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김아무개씨의 행적은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김씨가 전씨에 대한 기소 직전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를 은닉한 의혹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월8일 김씨의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바 있다. 2018년 지방선거 공천헌금 수수 사건으로 전씨를 재판에 넘기기 이틀 전이다. 김씨는 당시 검찰에 "2025년 1월1일 해맞이 관련 2024년 12월31일 (강원도) 속초로 갔다 해돋이 촬영하던 중 인파에 밀려 (휴대전화를) 바다에 빠트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김씨가 혐의를 피하기 위해 기존 휴대전화를 숨기고 허위 진술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김씨의 휴대전화 기기 변경 및 통화 내역, 발신기지국 위치 등을 근거로 김씨의 서면 진술에 신빙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14일 오전 김씨가 10년간 사용했다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한 남성이 받았다. 남성은 기자임을 밝히고 김씨의 실명을 묻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이후 전씨 부녀가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 등에 대한 질의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남겼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검찰, 전씨 처남 김씨 등 강제수사 나서
수사 선상에 오른 김씨는 20대 대선 과정부터 도마에 오른 인물이다. 계기는 지난 2021년 6월 당시 윤석열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등 현장에서 윤 후보를 밀착 수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 활동 사실도 논란거리였다. 이는 윤 후보 부부를 둘러싸고 무속인 문제가 제기된 상황에서 특히 비판 대상이 됐다. 전씨와 처남 등 일가가 선거와 관련한 결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전씨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을 맡은 사실 등 윤 후보 부부와의 관련성도 알려졌다. 네트워크본부는 결국 대선 두어 달을 앞둔 2022년 1월 해산됐다.
전씨는 네트워크본부 내 역할을 부인해 왔다. 상임고문을 맡은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당직자 등은 전씨에게 고문이라고 칭하며 선거 관련 보고를 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12월15일 네트워크본부와 관련한 부정적 내용을 전씨에게 메시지로 공유하며 "권 의원(권성동)과 제가 완전히 빠지는 게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코인사업 사건을 수사하던 중 전씨의 공천헌금 수수 정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를 포착,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2018년 1월12일 서울 강남구 소재 법당에서 경북 영천시장 경선 예비후보 정아무개씨 측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전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전씨가 윤 의원과의 친분을 내세워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씨는 지난 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고소영 판사 심리로 진행된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윤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건진법사가 내 이름을 팔아 공천 장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전씨와의 돈거래는 물론 공천과 관련해 통화 사실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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