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서 ‘뚝딱’ 집 만든다… ‘탈현장 건설’ 5년 만에 시장 규모 65배
건설 산업의 생산 방식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현장에서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짓는 재래식 공법 대신, 공장에서 대부분의 구조물을 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탈현장 건설’(Off-site construction)이 부상한다.
13일 한국철강협회 등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탈현장 건설 공법 중 하나인 ‘모듈러’(Modular) 시장의 규모는 805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123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65배가량으로 불었다. 2030년에는 2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연간 건축 기성액이 100조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걸음마 단계지만,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텍사스대 건설산업연구소(CII)에 따르면 세계 탈현장 건설 시장 규모는 2027년 1414억 달러(약 20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탈현장 건설의 장점은 기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공사 기간이 재래식 공법에 비해 20~30% 줄어든다는 점이다. 품질이 균일하고, 안전사고가 감소한다. 이종원 계명대 건축학과 교수는 “탄소 배출량도 재래식 공법 대비 20% 정도 적다”고 했다.
탈현장 건설은 한국에선 1960년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공사 원가가 재래식 공법보다 30% 정도 비싸다 보니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재래식 공법의 원가 부담이 빠르게 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송상훈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탈현장 건설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원가율을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탈현장 건설 시장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같은 대형건설사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등 철강사, LG전자를 비롯한 전자회사까지 진출해 있다. 생산 방식이 공장 중심이기 때문에 건설 외 업종의 회사들도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봉호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앞으로 공공기관이 연수원 등을 지었다가 산불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건물을 이동시켜 피해 주민을 위한 임시 주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탈현장 건설 확산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건설업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잇따르는 하자·부실시공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다. 지난해까지 연간 1000호 수준이던 모듈러 공공임대주택 발주 물량을 올해 2000호, 내년 3000호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지원책으로 탈현장 건설 주택의 건폐율과 용적률, 높이 제한 규제를 완화하려고 한다. 현재 관련 법안(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등 발의)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모듈러 공법으로 지은 세종의 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아파트 단지를 방문해 “반도체 산업과 같이 세분화된 분업 구조가 건설업에도 투영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는 모듈러 공법 등을 활용한 건설업의 전후방 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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